‘4륜구동 SUV 뜯어보기’ 네 번째 순서는 혼다 파일럿이다. 신차 소개 코너에는 페라리 캘리포니아 T, 람보르기니 우라칸, 아우디 A8을 준비했다. BMW코리아의 ‘드라이빙 센터’ 완공 소식도 전한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혼다 파일럿
혼다 파일럿은 미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차다. 생산도 미국에서 한다. 2002년 북미시장에 처음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매년 10만 대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파일럿은 확실히 남자 차다. 특히 앞모습이 인상적이다. 사각형 헤드램프와 굵은 직선 세 개로 마무리한 라디에이터그릴이 강인한 인상을 준다.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은 각진 외형과 거대한 차체 때문에 도로에서 존재감도 확실하게 드러난다. 덩치는 국내에 돌아다니고 있는 SUV 중 가장 큰 축에 속한다. 길이와 높이, 폭이 각각 4,875mm x 1,840mm x 1,995mm다. 신형 카니발과 비슷한 크기다(5,115 mm x 1,740 mm x 1,985mm). 2014년형 파일럿은 8인승으로 승차인원을 늘려 출시했다.
실내 역시 시원시원하다. 미니밴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넓고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수납공간도 거대하다. 센터콘솔에 미니백 하나 정도는 거뜬히 들어갈 크기다. 조수석 글로브박스 바로 위에는 3개로 나뉜 작은 선반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1~3열 좌석 구성은 2 대 3 대 3으로 8인승이다. 2열과 3열은 6 대 4 분할시트로 구성되어 있다. 2열과 3열 등받이에 위치한 레버를 당기면 시트를 한 번에 접을 수 있다. 보통 7인승 SUV의 3열은 불편하다. 성인 2명이 편히 앉아 이동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파일럿은 거대한 체구 덕분에 3열 공간도 꽤 여유가 있다. 실질적으로 3명까지는 무리지만 2명은 충분히 여유 있게 탑승할 수 있다. 트렁크용량은 3열을 편 상태에서 510리터다. 2~3열을 모두 접으면 최대 2,464리터까지 확대된다.
파일럿은 2톤이 넘는 몸무게지만 소리 없이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가솔린엔진 차량인 만큼 정숙성도 훌륭하다. 파일럿은 3.5리터 V6 i-VTEC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257마력(5,700rpm), 최대토크는 35.4kg·m(4,800rpm)이다. 변속기는 5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여기에 혼다가 자랑하는 4륜 구동 시스템인 VTM-4(Variable Torque Management)가 적용되어 더욱 안전한 주행을 돕고 있다. 1단과 2단 기어에서 VTM-4 락(LOCK) 버튼을 누르면 구동력을 네 바퀴에 분배해 불안정한 조건의 노면을 탈출할 수 있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8.2km다.
초반 가속 능력은 폭발적이진 않다. 최대토크가 고회전 영역에서 나오는 데다 5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해 기어비 영역이 넓은 탓이다. 하지만 꾸준히 속도를 올린다. 특히 고속 영역에서 꾸준하게 힘을 내주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고속 주행 시 보여주는 안정성이다. 키 크고 각진 몸에 비해 주행 자세가 매우 안정적이다. 스티어링 휠도 적당히 무겁고 서스펜션도 비교적 단단한 편이다. 저속에서는 부드럽지만 고속에서는 차체를 견고하고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대중차 브랜드인 혼다의 특징과 장점이 다시 빛나는 순간이다. 파일럿은 럭셔리 SU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어서스펜션이나 7~8단 기어, 터보엔진 등이 달려 있지 않다. 하kr지만 그에 못지않게 승차감이 훌륭하고 정직한 엔진반응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여기에 실용적이고 큼직한 실내구성이 더해져 탑승자들에게 신뢰를 준다.
혼다 파일럿은 탑승자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넓고 실용적인 공간 구성으로 부담없이 탈 수 있다. 거친 아웃도어 생활을 즐기거나 넓은 공간에 어린 아이들을 태워야 하는 일이 많은 아빠들에게 그만인 차다. 미니밴이 싫은 경우라면 더욱 파일럿을 권하고 싶다. 국내 판매가격은 4,95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