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덩칫값을 하는군.” CJ 대한통운의 2014년 상반기 실적발표를 보고 한 물류전문가가 한 말이다. 그룹 내 물류계열사 대한통운과 CJGLS의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CJ대한통운이 드디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국내 최대 물류유통기업 CJ대한통운이 이번 상반기 실적 발표를 통해 그 동안 제기되어 왔던 합병 부작용을 훌훌 털어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4월 그룹 내 물류계열사 CJGLS와 대한통운의 통합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볼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지역별 코드 체계 혼선과 택배기사 파업 등 악재가 부진한 실적으로 이어지면서 시장에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2분기부터 택배물류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랐고 계약물류 사업의 실적도 개선되기 시작했다. 적자를 보던 부산 구항 CJ물류센터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부실도 줄어 들었다. CJ대한통운은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인력 감축도 단행했다. 그럼에도 7~8% 정도였던 택배 기사 이직률이 2% 수준으로 낮아지며 조직의 안정성이 탄탄해졌다. 합병을 통해 배송 거리가 줄고 소요시간이 줄어 시간당 배송효율이 20% 증가하는 등 배달환경이 개선된 점이 주된 요인이었다.
합병 부작용이 시너지로 바뀌고 자구적 노력이 뒤따르자 외국인들도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3~4% 정도였던 외국인 지분은 현재 10%를 넘어서고 있다. 시장에선 이를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한 증권사 기업투자전략 담당이사는 “내수 중심의 대한통운과 글로벌 영업망을 갖춘 GLS의 시너지가 추가된다면 3분기에는 영업이익 500억 원, 4분기에는 600억 원 정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휴가철 쇼핑과 명절 특수로 유통물량이 증가하는 8, 9월이 택배사업에선 중요한 시기”라며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보수적으로 봐도 분기별 영업이익 300억원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CJ대한통운도 CJ그룹 내 모든 계열사가 그렇듯이 오너 리스크를 안고 있다”며 “하지만 이제 CJ대한통운에 대한 의구심은 사라졌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CJ대한통운은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역임한 이채욱 대표와 신현국 대표가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물류 전문가인 이채욱 대표는 그동안의 CEO 경험을 기반으로 CJ대한통운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2020년까지 글로벌 톱5 물류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CJ대한통운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CJ대한통운의 현재 택배시장 점유율은 35.6%(2013년 기준)이다. 2위 기업인 현대로지스틱스(13.2%)와 3위 한진(11.8%)의 점유율을 압도적으로 뛰어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 전문가는 “시장지배적인 사업자인 만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앞으로 타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CJ대한통운의 강점은 국내 최대의 물류 네트워크와 전문 인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대전 문평동에 위치한 메가허브터미널 등 전국 주요도시에 170여 개 서브 터미널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어 인프라가 탄탄하다. 24시간 이용이 가능한 편의점 택배, 고가 상품 전용 서비스인 퍼펙트 택배, 항공택배, 우편 서비스 상품인 원메일 등 특화된 서비스도 마련되어 있어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폭넓게 충족시키고 있다. 특히 물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중국 전 지역 배송이 가능한 전용 화물기를 도입했다. 중국 3대 대형 택배사인 위엔퉁수디와 MOU를 체결하고 배송 서비스 시간을 12시간 이상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등 한-중 국제택배 서비스의 품질을 한층 끌어올리기도 했다.
CJ대한통운은 IT를 기반으로 한 고객 만족도 극대화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QR코드다. 이를 통해 배송추적, 반품접수 과정에서 고객이 복잡하고 긴 운송장 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냈다. 운송장 모바일 프린터 도입 덕분에 운송장을 직접 작성할 필요까지 없어졌다.
이런 CJ대한통운의 스마트 물류 서비스 노력은 시장의 환경 변화와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매년 10% 이상씩 성장해 지난해 거래액 규모가 55조 원에 육박했다. 또한 스마트폰 보급을 통한 모바일 쇼핑 규모도 계속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온라인 쇼핑족의 90% 정도가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CJ대한통운 역시 이 분야에서 추가적인 성장을 꾀할 수 있다. 탄탄한 인프라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가격 경쟁력 강화로 점점 온라인화 되어 가고 있는 택배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CJ대한통운은 실버 인력들이 택배전용 전동 자전거와 스마트 카트를 이용해 물건을 배송하는 그린택배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일자리 창출과 환경 보전이라는 두 가지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공유가치 창출 비즈니스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CJ대한통운은 정부와 기업의 공동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온실가스 절감 등 환경 보전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림 조성 프로젝트’가 바로 대표적인 사례. 고속도로 폐부지에 에너지림을 조성하고 여기서 얻은 목재를 친환경 에너지인 목재 펠릿으로 가공해 소외계층에 기증하고 있다. 또 전 임직원이 CJ그룹의 대표적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CJ도너스캠프’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전국 지역아동센터와 공부방, 농어촌 분교아동의 후원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