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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에 웃는 행복한 CEO들] IBK기업은행 권선주 행장

외유내강 리더십으로<br>내실 성장 강화한다

국내 금융 사상 첫 여성 은행장인 권선주 행장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아래 IBK기업은행이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실현했다.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최근 가장 두각을 내는 은행권 리더 중 한 사람이 바로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다. 지난해 12월 국내 첫 여성 은행장으로 취임하며 주목을 받은 권 행장은 지난 2월 미국 포춘지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47위에 올라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트랙에 오른 권 행장은 기대 이상의 실적을 보이며 명성에 답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권 행장 취임 후 첫 분기인 올 1분기에 깜짝 실적을 선보인 데 이어, 2분기에도 시장 예상을 웃도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IBK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으로 6,195억 원의 당기순이익(IBK캐피탈과 IBK투자증권 등 자회사 포함)을 냈다. 작년 상반기 순이익(4,680억 원)보다 32.4% 증가한 실적이다.

기업은행 개별 기준으론 지난해 같은 기간(4,560억 원)보다 26.7%(1,218억 원) 증가한 5,778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2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분기(1.92%)보다 0.04% 포인트 오른 1.96%였다. 기업은행 측은 “저금리 기조로 대출 이자율과 유가증권 수익률이 하락했지만 저원가성 예금 확대 등의 노력을 통해 순이자 마진을 성공적으로 관리했다”고 실적 개선 요인을 설명했다.

타 은행권 실적도 IBK기업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기업은행 실적이 가장 견조하다. 4대 금융지주 실적을 살펴보자(KB, 신한, 우리, 하나 모두 은행이 아닌 금융지주사로 상장돼 있어 이들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모두 매출은 줄고 순이익은 증가했다. 매출액은 기관별로 20~50%가량 감소했다. 2012년 상반기 정점을 찍고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금융지주 매출은 은행업 비중이 절대적인데, 저금리 기조와 저성장에 따른 기업활동 위축 등으로 이자 및 비이자 수입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수익성 지표인 당기순이익은 늘었다. 기관별 상반기 당기순이익을 비교해보면, KB금융지주는 전년동기대비 33.1%(7,652억 원), 신한금융지주는 9.6%(1조3,60억 원), 우리금융지주 232.9%(1조1,931억 원), 하나금융지주는 17.6%(6,101억 원) 올랐다. 순이익이 개선된 건 일회성 손실요인이 사라진 데다 순이자마진이 다소 개선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편 우리금융 상승 폭이 두드러진 건 일회성 요인에 기인한다. 민영화 관련 법인세(6,043억 원)가 환입되고, 대손 비용이 줄어든 데 원인이 있다. 우리금융은 지방은행을 분할 매각하면서 법인세를 냈는데, 관련 조세특례제한법이 뒤늦게 통과되면서 이를 환급 받았다.

권 행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리더다. 행원 시절부터 여성 특유의 온화한 성품으로 고객과 직원을 대하면서도 뚝심을 발휘해 남성 못지않은 성과를 보여왔다. 은행장에 취임하면서 권 행장은 내실 성장과 소통 경영을 중점 전략으로 내세워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금융 산업 전반이 내수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양적 성장을 추구하는 것보단 내적 실적을 다지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 행장이 말하는 내실 강화가 성장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권 행장은 “진정한 내실이란 은행의 기본인 성장성, 건전성, 수익성 모두를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굳건히 다지는 것”이라고 평소에도 강조해왔다.

그 출발점으로 권 행장은 ‘고객’을 꼽고 있다.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여, 이를 평생 고객화 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IBK는 고객기반을 획기적으로 늘려 1,400만 고객이 거래하는 은행이 됐습니다. 이제는 1,400만 고객과 생애 거래관계를 맺는 평생 고객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권 행장이 제시하는 방법론이다.

권 행장은 고객과 소통을 강화하는 만큼 임직원 간 거리를 좁히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지역본부를 방문해 직원들을 직접 만나 고충을 전해 듣는다. ‘소통엽서’를 통한 창구도 열어 놓았다. 소통엽서란 직원들이 건의사항을 적어 행장실로 보내는 엽서로 익명성이 보장돼 다양한 목소리가 담긴다. 권 행장은 매주 한 번 ‘소통엽서’를 꼭 챙겨 본다.

이런 노력이 실적으로 드러난 덕분일까. 사상 첫 여성 행장에 반신반의하던 증권시장도 이제는 확실한 지지세로 바뀌는 모양새다. 연초 1만2,100원에서 시작한 주가는 상반기 동안 소폭 등락을 보이다가 2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한 7월 말부터 가파르게 올랐다. 8월 20일 현재 연초 대비 38.8% 오른 1만6,800원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4.8% 상승한 것에 비하면 매우 큰 폭의 상승이라 할 수 있다.

하반기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중소기업 중심의 대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바뀐 행장이 효율 위주 경영 방침을 내세우고 있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작년에 당기순이익 1조 원 클럽에서 이탈했지만 올해는 재진입할 것으로 봅니다.”

내실경영 중에서도 IBK기업은행은 신성장동력 찾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기술금융과 은퇴금융 등 미래성장 사업이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금융은 IBK기업은행이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사업으로 우수한 기술을 가진 중소 벤처기업이 기술과 지식을 담보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이와 관련한 금융위원회의 지원도 IBK에겐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기술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술금융 실적이 우수한 은행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권 행장은 국내 최초 여성 은행장이다. 올해 초 주목받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덕분에 IBK기업은행의 위상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이어가려면, 이젠 더 높은 실적으로 그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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