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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에 웃는 행복한 CEO들]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

외형성장과 수익성<br>두 마리 토끼 잡았다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 냉연 사업부문을 인수한 건 올바른 선택이었다. 외형 성장뿐만 아니라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특수강 사업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현대제철이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2분기 매출액 4조1,745억 원, 영업이익 3,589억 원, 당기순이익 3,523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6.5%, 97.7%, 289.3%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단순히 볼륨만 커진 건 아니다. 현대제철이 장사를 잘했다는 건 영업이익률에서 알 수 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포인트 상승한 8.6%를 기록했다. 포스코의 영업이익률 7.6%보다도 높은 성적표다.

철강 업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대제철이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낸 건 냉연부문 합병과 그에 따른 고부가강 생산 및 판매 증대, 적극적인 원가절감 덕분이었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철강 계열사인 현대하이스코의 냉연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지난해 9월 당진제철소 3고로 완공으로 고로 1,200만톤, 전기로 1,200만 톤 등 총 2,400만 톤 생산체제를 완성한 데 이어 새로운 날개를 단 것이었다. 냉연강판은 쇳물로 만든 열연강판을 세척한 뒤 상온에서 기계로 눌러 생산한다. 두께가 고르고 표면이 매끈해 자동차 제작용 강판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냉연 사업부문 인수로 일관제철소로 거듭났다. 더 중요한 건 외형성장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데 있다. 제품 포트폴리오의 다양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냉연부문 인수 전까지 전체 매출의 51%를 차지하던 열연제품 비중이 19%로 떨어졌다.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냉연강판이 32%를 차지하며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전승훈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현대제철은 열연강판 외에 냉연강판까지 생산하게 돼 수익성 높은 제품을 선별적으로 구성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합병 시너지가 나타났다고 할 수 있죠. 실제 고부가강 제품을 전분기 대비 29만 톤 늘어난 213만 톤 판매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판재류와 봉형강류 생산량은 지난해 2분기에 비해 21% 늘어난 493만 톤을 기록했습니다. 판매량도 20% 늘어난 509만 톤에 달했어요.”

재무구조도 일부 개선됐다. 당진제철소 3고로가 지난해 완공되며 차입금이 줄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20.1% 수준이었던 부채비율이 113.9%로 6.2% 포인트 낮아졌다.

원가절감 노력 역시 수익성 개선의 배경이 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어려운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고정비를 절감하고 설비 및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했다. 이를 통해 상반기까지 2,454억 원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 현대제철은 올해 연말까지 모두 4,000억 원에 달하는 원가를 절감할 계획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재고 및 물류관리 통합으로 납기가 보다 단축되었고, 재고 최소화를 통해 운전자금도 감소했다”며 “비용절감으로 향후 회사 수익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선된 실적이 나오면서 주가도 상승세를 타는 모습이다. 그동안 현대제철 주가는 장기간 6만 5,000원대 전후를 형성하며 횡보를 거듭해왔다. 그러다 현대제철이 실적을 발표한 7월 25일에는 7만5,000원까지 주가가 상승했다. 실적발표와 함께 기관의 강한 매수세가 들어온 결과였다. 증권업계에서는 실적상승에 따른 기대감과 향후 경기회복으로 주가가 더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8만 5,000원에서 9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투자의견도 ‘매수’를 유지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제품 단가 인하 압력이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2분기 실적을 통해 냉연 사업 합병 효과가 가시화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목표주가를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KDB대우증권 역시 현대제철에 대해 투자의견을 ‘매수’로 제시하고 목표주가도 9만 2,000원을 내놓았다.

현대제철은 박승하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1975년 현대그룹에 입사한 박 부회장은 현대기아차를 거쳐 2006년 현대제철 사장에 올랐다. 이듬해 대표이사직을 맡은 그는 전 세계적인 철강경기 불황에서도 꾸준히 흑자를 내며 확실한 성장기반을 닦아왔다. 2010년 고로 1, 2기를 완성하고, 지난해 9월엔 3기를 추가해 현대차그룹의 숙원사업인 일관제철소를 완성하는 성과를 일궈내기도 했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성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박 부회장은 최근 난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에 대해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열린 현대제철 창립 61주년 기념식에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3고로 가동과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 등 외형 성장에도 올해 세계 철강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가격 경쟁력만으론 값싼 수입 제품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 우리 제품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앞으로 남은 과제인 특수강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특수강은 엔진, 변속기 등 자동차 핵심부품 소재로 쓰인다. 현대제철은 올해를 특수강 사업 진출 원년으로 삼고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진제철소 부지에 들어설 특수강 공장은 연산 100톤 규모로, 2016년 2월 양산을 목표로 잡고 있다. 박 부회장은 총 8,442억 원이 투자되는 특수강 공장 건설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특수강 공장은 현재 공정률 9.6%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특수강 공장 투자 외에도 자동차강판 공급 증대를 위해 당진 2냉연공장에 1,295억 원을 투자해 연산 50만 톤의 아연 및 알루미늄 도금 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현대제철은 고부가강 제품 생산체제 구축에 큰 힘을 쏟고 있다. 제품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하반기에는 매출량 1,010만 톤, 매출액 8조 2,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 글로벌 철강 시장 전망이 썩 좋게 나오고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공급과잉으로 철강제품 가격의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여름 휴가철이 낀 3분기는 계절적 비수기다. 그래도 돌파구는 있다. 악조건이 여전하지만 세계 초일류 철강사가 되고자 하는 현대제철의 의지가 용광로 속 쇳물처럼 펄펄 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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