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딱따구리는 두통을 앓지 않을까?”
딱따구리는 시속 26㎞의 빠른 속도로 매일같이 나무를 쪼는데도 왜 뇌손상을 입지 않는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이후 그는 동물 학자에게 딱따구리 2마리를 얻어서 직접 연구를 시작했다.
동료들과 함께 두개골을 해부해본 결과, 딱따구리는 두개골의 앞부분에 해면골(spongy bone)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해면골이 일종의 충격 흡수장치 역할을 한다고 여겼다. 또한 딱따구리는 혀를 지탱해주는 설골(hyoid bone)이 머리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훗날 어떤 연구자는 이 설골이 뇌의 안전벨트 역할을 해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덧붙여 연구팀은 딱따구리의 뇌가 두개골 내에 견고하게 고정돼 있는 덕분에 인간의 뇌와 달리 뇌척수액 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일 여지가 적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러나 당시의 연구결과 만으로는 이런 특징들이 딱따구리에게만 발견되는 것인지, 나무를 쪼는 새들의 공통적 특징인지 명확치 않았다.
이 의문을 해소하고자 지난 2011년 왕 리젠이 이끄는 중국 연구팀이 오색딱따구리와 몽고 종달새의 머리를 비교했다.
결과적으로 메이 박사의 추측이 100% 진실은 아니었다. 예컨대 그는 딱따구리가 나무와 수직으로 부리를 쪼기 때문에 부리가 뒤틀리거나 부러지지 않고 뇌진탕도 예방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리젠의 연구에서 딱따구리의 부리는 곡선을 그리며 나무와 충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능력의 진정한 원천이 무엇이든 간에 딱따구리의 뇌는 외상을 완벽히 견뎌낼 정도로 강하지는 않다. 1979년 미국 앨버커키의 한 신경학자가 미국의사협회(AMA) 학술지 ‘신경학 기록’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내왔다.
“얼마 전 노란배 딱따구리(yellow-bellied sapsucker) 1마리가 저희 집에 날아들었는데 유리창에 충돌한 뒤 의식을 잃고, 발작을 일으키다가 몇 시간 만에 죽었습니다.”
그렇다. 진화에도 한계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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