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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그룹은 지금] 현대엘리베이터

사업 환경은 ‘맑음’ 내부 사정은 ‘흐림’<br>초고속 엘리베이터로 중국시장 공략한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속도와 안전, 디자인,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제품으로 국내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이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글로벌 기업과 한판 승부를 벌일 참이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국내 승강기 시장점유율 7년 연속 1위를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해온 결과다. 영업이익도 1,00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경쟁사에 비해 월등히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려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국내 대기업들이 손들고 철수한 승강기 시장에서 홀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 얻은 성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은 속이 타고 있다. 시장 환경과 기업 내부 환경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현대 엘리베이터 사업 환경을 살펴보자. 한마디로 말하면 비즈니스 성과와 환경은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국내외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지만, 국내 주택의 절대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노후한 대형 건물의 승강기 교체 수요도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초고층 빌딩의 건축 붐이 일며 고부가가치 기종인 초고속 승강기 수요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건축물이 고층화·고급화 되면서 승강기 시장 역시 고속화·고급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양적 성장보단 질적 성장을 꾀해야 하는 방향으로 업계가 변하고 있어, 기술력을 갖춘
현대엘리베이터에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그 밖에도 지하철 스크린도어, 물류 자동화 설비, 에스컬레이터 같은 각광 받는 사업군을 두루 갖추고 있다.

국내 승강기 연간 신규설치 규모는 2만 5,000~3만 대 정도로 세계 3위 수준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설치된 승강기,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는 약 52만 7,000대로 세계 8위 규모다. 이들 제품의 유지·보수 사업은 확실한 캐시카우이고, 또 신규 설치가 늘면서 매출도 견고하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엘리베이터의 가능성은 중국 시장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중국 전역에서 한 해 신규로 설치되는 엘리베이터 대수는 우리나라 누적 설치 대수와 비슷한 규모인 50만 대 정도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초고속 첨단기술과 안정성, 관리 시스템 등을 모두 갖춘 만큼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빅 5와 충분히 겨뤄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빅5는 미국의 오티스, 독일의 티센그루프, 스위스의 쉰들러, 핀란드의 코네, 일본의 미쓰비시다. 이들 기업은 현재 국내 시장에 모두 진출한 상태지만 현대엘리베이터가 1위(지난해 시장 점유율 45.3%)를 기록하며 토종 기업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이를 두고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승강기 시장 규모는 2조 5,000억 원 정도로 그리 크지 않다. 토종 기업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이들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지키는 이유는 한국을 신흥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 건설업체가 중국 등 해외 신흥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어 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중국 상해에 공장과 테스트 타워를 갖추고 본격적인 중국 공략 준비를 마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는 기술력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대엘리베이터 경쟁력의 중심에는 첨단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세계 초고속 엘리베이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 ‘현대 아산타워’에 설치된 ‘THE EL 1080’은 분속 1,080m를 자랑한다. 이 속도는 일반 아파트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속도의 약 10배다. 단 52초면 150층 높이의 건물을 오를 수 있다. 이 밖에도 현대엘리베이터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한 개의 승강로에 2대의 엘리베이터를 상하로 연결해 2개 층을 동시에 서비스 할 수 있는 더블데크 엘리베이터가 그것이다. 이 제품 역시 분속 600m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더블데크 엘리베이터는 두 개의 카가 연결되어 있어 엘리베이터의 운송효율과 빌딩의 운용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일반 엘리베이터에 비해 수송 능력을 1.8배 향상시켰음에도 승강로 면적은 25~40% 절감할 수 있다. 건축주 입장에선 승강로 면적과 승강기 설치 대수를 줄일 수 있어 건축 비용을 절감하고 빌딩의 가용면적을 늘릴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탑승객 대기 시간이 줄어들어 건축주와 사용자 모두에게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더블 데크 엘리베이터는 내년 4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LG유플러스 용산 신사옥에 처음 도입될 예정이다.

이런 초고속 엘리베이터에는 소음과 진동을 줄여주기 위해 도어 전체를 케이지 내부로 밀어주는 슬라이딩 방식, 진동 제어 기술, 기압 제어 기술, 비상시 일부 모터나 제어반에 문제가 발생해도 나머지 모터와 제어반으로 운행할 수 있게 설계된 ‘내고장성 기능’ 등 현대엘리베이터의 특수기술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특히 ‘내고장성 기능’에 대한 자부심이 높다. 이 기술은 초고속 9상 동기 전동기가 핵심이다. 일반 3상 모터 3개를 결합해 만든 이 모터는 효율이 높은 대용량 제어장치가 각각의 모터를 상호 연동시켜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도록 해준다. 고속주행 시에도 급격한 속도변화나 소음을 거의 느낄 수 없다는 강점을 지니
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자랑하는 신기술에는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인 ‘MRL(Machine Room Elevator)’도 있다. 종전의 유압식, 로프식 엘리베이터에 필수였던 기계실을 없앤 것으로, 승강기 업계에선 기술혁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계실을 없앨 수 있었던 이유는 승강로 바닥에 설치할 수 있을 만큼 작고도 강력한 힘을 내는 권상기, 승강장 벽에 설치할 수 있는 초박형 제어반 기술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선박용 엘리베이터에서도 상당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선박용 제품은 일반 엘리베이터에 비해 3배 이상 엄격한 안전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선박의 특성상 선체의 상하좌우 흔들림이 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선박용 제품은 이를 자동 감지해 운행을 제어하는 기술을 탑재해야 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02년 일본 선박 엘리베이터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2005년에는 선박용 에스컬레이터도 수주했다. 2012년에는 아시아 승강기 제조 기업 최초로 초호화 여객선인 AIDA 호에 설치되는 66대의 엘리베이터를 수주한 바 있다. 선박용 엘리베이터 시장에서도 40% 점유율을 기록하며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이 같은 기술 혁신은 승강기 문화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 행선 층 예약시스템과 스마트 디자인이 대표적인 예이다. 우선 현대엘리베이터는 승강기에 ‘예약문화’를 도입했다. 승강기 이용자가 승강기 탑승 전 미리 행선지를 등록해 엘리베이터의 운행효율을 높였다. 엘리베이터에 승차한 후 행선 층을 누르던 방식을 행선 층에 따라 엘리베이터를 효율적으로 배정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었다.

덕분에 승객 평균 대기 시간은 24%, 승차시간은 40% 단축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엘리베이터 공간도 재해석해 새로운 재료와 감각적 디자인으로 고객의 만족도를 높였다. 이는 현대엘리베이터 브랜드의 품격과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기술과 문화 외에도 현대엘리베이터가 자랑하는 경쟁력에는 ‘고객 안전’이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국내 승강기 업계 최초로 설치한 현대 CCC는 GIS를 이용한 첨단 고객센터다. 이곳에선 20여 명의 상담사와 HRTS(Hyundai Real Time Service) 전담요원 3명이 365일 24시간 대기하며 승강기, 물류자동화시스템, 주차시스템 같은 제품의 고장 접수 및 처리와 부품교체, 수리공사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CCC는 단순한 전화접수 업무가 아닌, 원격 안전점검과 고장처리 첨단 유지보수 서비스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특별함을 보이고 있다. 이곳에선 현대엘리베이터의 모든 제품을 온라인으로 연결할 수 있어 고장으로 엘리베이터에 갇힌 승객과 비상통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HRTS를 스마트폰에 연동시켜 고객과 보수 기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 환경과 기업 경쟁력만 놓고 보면 현대엘리베이터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경영진의 마음은 그리 편하지가 않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이 그 원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 3월 신용등급이 BBB+로 강등됐다. 10%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보였음에도 정작 신용등급은 하락했다. 현대상선의 실적 악화가 장기화 되면서 이를 우려한 시장의 심리가 반영된 탓이었다. 시장에선 현대상선 실적 악화로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계약 정산 부담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대 주주인 쉰들러와의 불편한 관계도 현대엘리베이터에겐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상선 지분 취득과정에서 파생계약으로 손실보전금이 발생해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7,00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은 현대그룹 재무구조 개선의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에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은 좋은 성적표를 들고도 마냥 좋아할 수가 없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의 사업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세계 최고 속도의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기술력, 디자인 경쟁력, 탁월한 안전성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를 타고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그리고 신흥시장에서 마천루에 오를 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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