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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그룹은 지금] 동국제강

동국제강-유니온스틸<br>합병 추진 성사될까

동국제강이 올해 7월 7일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동국제강은 포항제철(현 포스코)보다 한발 앞선 1971년부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후판을 생산해 철강 전문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한우물을 파며 견실하게 커 온 동국제강에 지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자회사인 유니온스틸과 합병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포춘코리아가 그 이유를 꼼꼼히 짚어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지난 9월 13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임직원 500여 명과 함께 강원도 평창군 계방산을 올랐다. 동국제강 창립 60주년을 맞아 장 회장이 준비한 행사였다. 장 회장은 이날 산행 후 임직원들에게 침체된 철강업계 업황을 극복할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6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변화와 혁신으로 새로운 60년을 창조해야 할 때”라며 “한 번 정한 목표를 포기하지 말고 기필코 성취하는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정신으로 도전해 달라”고 힘주어 주문했다. 동국제강은 보도자료에서 ‘철강경기 불황 속에서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내년 말 완공할 예정인 브라질 제철소 건설과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 같은 중요한 목표들을 꼭 이뤄내자는 뜻으로 이번 산행이 이뤄졌다’고 그 의미를 밝혔다.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발 저가 철강 공세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동국제강은 2분기 실적에서 그나마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동국제강은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1조 6,374억 원, 영업이익 25억 원, 당기순이익 453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 1분기보다 9.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3억 원 적자에서 25억 원 흑자로, 당기순이익은 611억 원 적자에서 453억 원 흑자로 1,000억 원 넘게 증가했다. 동국제강은 실적보고서를 통해 “2분기 봉형강 제품 판매가 늘어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며 “중국산 저가 제품의 유입으로 개선 속도가 더뎠지만 영업호조와 환율하락으로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다”고 흑자전환 원인을 설명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합병?

그런 가운데 동국제강이 자회사인 유니온스틸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동국제강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국내외 형강(각종 단면형상을 가진 봉 모양 압연재의 총칭으로 철골 구조에 사용된다)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주력 부문인 후판(두께 6mm 이상인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용이나 건설용 철강재에 주로 쓰인다)도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후판 매출은 2011년 3조 2,800억 원에서 지난해 1조 4,008억 원으로 급전직하 할 정도였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동국제강에서 조달하던 후판 물량 중 상당 부분을 현대제철로 전환한 것이 주요원인이었다. 이에 따라 최근 3년간 동국제강 매출액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1년 8조 8,149억 원에 달하던 매출액(연결 기준)은 2012년 7조 7,691억 원, 지난해 6조 6,909억 원까지 떨어졌다. 영업이익도 2011년 2,791억 원에서 2012년 - 663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재무상태도 당연히 나빠졌다. 2009년 129% 정도였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에는 189%까지 늘어났다. 설비투자 등을 위한 총 차입금이 급증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올해 3월 말에는 부채비율 191%, 총 차입금 3조 2,724억 원으로 재무건전성이 더욱 악화되었다. 결국 동국제강은 지난 5월 1,800억 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발표에 이어 6월에는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동국제강은 최근까지 고강도 자구계획안을 채권단과 논의해오던 상황이었다. 채권단이 자구계획안 중 하나로 서울 을지로 본사사옥(페럼타워) 매각을 요구했지만 장 회장이 반대해 무산됐다는 이야기도 시장에서 흘러 나왔다. 지난 7월 남윤영 동국제강 사장은 당진공장에서 열린 창립 6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채권단과의 재무구조 약정에 따라, 재무개선이 잘 이뤄지지 않았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삼자는 것이지, 페럼타워 매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페럼타워를 매각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살아날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합병 효과는 글쎄…

장세주 회장이 본사사옥 매각에 반대하자 채권단이 유니온스틸과의 합병을 주문하고 나섰다는 게 현재까지 알려진 얘기다. 이에 대해 동국제강은 “합병은 전부터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사안”이었다며 “재무구조 개선 약정이 원인이 돼서 합병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동국제강은 최근 삼일회계법인을 회계 자문사로 선정하는 등 이미 합병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동국제강이 유니온스틸을 합병할 경우 단순 부채비율이 147.7%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채권단이 200% 이하 부채비율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선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유니온스틸은 동국제강이 지분 65.11%를 보유한 핵심 자회사다. 국내 1위 컬러강판 생산업체로 지난해 매출 2조 2,486억 원, 영업이익 341억 원을 기록했다. 유니온스틸은 지난해 철강업계론 최초로 건축자재용 컬러강판 ‘럭스틸’과 가전용 컬러강판 브랜드 ‘앱스틸’을 내놓으며 시장 공략을 가속화 하고 있다.

양사의 합병 시너지 효과에 대한 시장의 예상은 반반으로 나뉘고 있다. 유니온스틸을 통해 동국제강의 현금창출력이 확보돼 동국제강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차질없이 수행할 기반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동국제강의 주요 사업이 건설용 철강재와 후판 생산인 만큼 컬러강판을 주로 생산하는 유니온스틸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근본적으로 두 업체 간 주요 생산 품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동국제강은 슬래브(쇳물을 가공해 나온 평평한 판재 모양의 철강 반(半)제품)를 구매해 후판을 제조하고, 고철을 이용해 봉형강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반면 유니온스틸은 열연강판(슬래브를 고온으로 가열한 뒤 누르고 늘여서 두께를 얇게 만든 강판)을 구매해 냉연과 컬러강판을 제조하는 업체다. 사용하는 원재료와 고객군이 다르다. 전승훈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두 기업의 합병은 영업적 시너지보단 고정비 절감을 통한 이익개선 등에서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며 “유니온스틸의 현금흐름이 동국제강의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할 수 있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제강그룹은 지난 1954년 장경호 회장이 창업한 철강사다. 이후 창업 2세대에서 3남 장상태 회장의 동국제강, 5남 장상건 회장의 동국산업, 6남 장상돈 회장의 한국철강(현 키스코홀딩스)으로 계열 분리한 바 있다. 현재 동국제강은 3세인 장세주 회장이, 유니온스틸은 장세욱 사장이 맡아 형제경영을 하고 있다.

동국제강과 유니온스틸 합병은 과거에도 이미 거론됐던 사안이다. 1985년 국제그룹이 해체되면서 자회사였던 연합철강(현 유니온스틸) 경영권이 동국제강으로 넘어갔다. 시장에선 동국제강이 동종업종 회사를 가져온 만큼 별도의 회사로 유니온스틸을 거느릴 필요가 없다고 진단했다. 동국제강 역시 합병을 검토했지만 이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지난 2004년 동국제강은 합병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당시 동국제강은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회사의 전략 수립’을 고민하면서 유니온스틸과의 합병을 검토했다. 그럼에도 합병을 시도하지 않은 건 두 회사 간 생산제품이 크게 달랐기 때문이었다. 2004년 당시 동국제강은 후판(47.8%), 봉강(31.2%), 형강(20.45%)에 주력하고 있었다. 유니온스틸의 제품 라인업은 컬러강판(35.8%), 아연도강판(35.6%), 갈바륨강판(19%)으로 구성돼 있었다. 두 회사의 제품 포트폴리오가 전혀 달랐다. 생산제품 비중은 예전과 다소 달라졌지만 여전히 양사가 다른 제품 영역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재도약 노리는 동국제강

동국제강은 도약을 자신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브라질 제철소가 있다. 동국제강은 브라질 북동부 쎄아라 주(州)에 세계 최대 철광석 공급사인 브라질 발레 Vale, 포스코와 함께 CSP라는 현지 합작사를 설립해 연산 300만톤 규모의 고로 제철소를 건설하고 있다. 제철소에서 만들어진 철강 반제품 슬래브를 한국의 동국제강으로 옮겨 후판으로 만들게 되는 이 제철소는 2016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국제강의 CSP 프로젝트는 2001년 장세주 회장이 취임한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글로벌 프로젝트다. 고로 제철소가 없었던 동국제강은 CSP가 본격 가동되면 후판 사업부문에서 고로 제철소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

고로 제철소가 완공되면 동국제강은 고급 후판용 철강 반제품인 슬래브 160만 톤을 우선 공급받게 된다. 동국제강은 차세대 고급 후판 생산기지인 당진공장(연산 150만 톤 능력)과 함께 글로벌 일관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매출 증대, 원자재 조달 비용 절감 등으로 동국제강의 수익성 개선 효과가 연간 1,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8월 11일 동국제강은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철강산업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합병을 검토 중에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재공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부에서 복잡한 계산이 오가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철강업계가 불황에 빠져 있는 요즘, 동국제강도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에 처해 있다. 하지만 60년 장수 기업의 저력을 발판으로 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장 회장의 의지가 더 강해 보인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도전하는 게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동국제강 역사
● 1954년 창립(부산).
● 1957년 압연공장 건설.
● 1959년 국내 최초 선재 생산.
● 1963년 민간 기업 최초 대규모 철강공장(부산제강소) 가동.
● 1966년 국내 최초 전기로 제강공장 가동.
● 1971년 국내 최초 후판 생산.
● 1972년 인천제강소 가동.
● 1991년 포항 1후판 공장 가동.
● 2005년 국내 최초 브라질 제철사업 진출.
● 2008년 브라질 제철소 CSP설립.
● 2009년 국내 최초 초고장력 철근 KS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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