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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기 전에 기업이 미국을 버리지 않을 해법 찾기

INSIGHTS

By Allan Sloan

언론들조차도 가끔은 상황을 올바르게 이해하나 보다. 필자는 지난 호에서 ‘분명 미국적이지 않은’이라는 제목으로 조세 회피를 위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에 관한 칼럼을 썼다. 그런데 이 기사가 분명 기업들의 신경을 건드렸던 모양이다. 기사가 나온 이후, 기업의 조세회피(Inversion)-탈주(Desertion)의 완곡한 표현이다-가 더욱 활발해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세금을 줄이기 위해 미국을 떠날 계획이라는 기업의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기업, 직원, 이사진, 그리고 특히 최고 경영자들은 미국 법의 지배, 민주주의 체제, 그리고 미국을 미국답게 만드는 여러 위대한 제도의 혜택을 계속 누리길 원하고 있다. 혜택은 받고 정당한 대가는 지불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필자를 열 받게 하는 부분이다. 독자로부터 받은 반응을 살펴보면, 많은 다른 이들도 분노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상적인 세상이라면, 연방 정부와 거래를 하는 조세 회피 기업에 엄청난 벌금을 부과할 것이다. 그리고 연방 정부와의 거래를 따내는 과정에서 진정한 미국 경쟁사들보다 더 낮은 입찰 금액을 쓰도록 할 것이다. 메드트로닉 Medtronic과 월그린 Walgreen, 바로 당신들 이야기다. *역주: 미국 의료기기업체 메드트로닉스는 아일랜드로 본사를 이전하기로 했고, 최대 약국체인 월그린은 본사를 해외로 옮기려고 했으나 철회했다.

그러나 이상적인 것보단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 해법은 뭘까? 우선, 이 문제를 정치 쟁점으로 만들면 안 된다. 이는 민주당이나 공화당 문제가 아닌 미국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불행하게도 배후에서 조용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신 공개적으로 싸움판에 끼어들었다. 지난 7월 15일 잭 류 Jack Lew 재무장관이 ‘경제 애국주의’를 불러일으키며 의회에 조세회피에 대한 조치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개인적으로 이 서한을 회의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하지만 이 서한은 마치 오바마 대통령에게 대중의 점수를 따기 위한 논쟁거리를 안겨주는 것처럼 보였다. 의회를 압박해 문제 해결을 하려는 것 같지 않았다.

해법이 있을까? 이런 질문이 고맙다. 법인세법 개정 없이는 조세회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사회적 통념이다. 법인세법은 여러 단계에서 높은 세율과 100만 개는 되는 허점, 상상이 안 되는 복잡성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그 사회적 통념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조세회피가 또 다른 조세회피를 야기하는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이 칼럼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또 한 건이 터졌다. 제약사 애브비 AbbVie가 영국의 샤이어 Shire를 54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헤지 펀드, 기업사냥꾼, 금융컨설턴트, 투자은행 등이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될 정도로 조세회피의 수혜를 보고 있다. 장담컨대 그들 모두는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못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조세회피라는 ‘증후군’을 즉시 해결해야 한다. 근본 원인을 제공하는 세제는 추후 문제다. 당장 가능한 해법은 칼 레빈 Carl Levin 미시간 주 민주당 상원의원과 그의 형 샌디 레빈 Sandy Levin 미시간 주 민주당 하원의원이 지지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최소한 현재 시점에서 조세회피를 막을 수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지난 5월 8일 이후 본사를 해외로 이전한 기업들은 일종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해외의 피인수 기업 주주들이 합병 기업의 지분을 최소한 50% 보유해야 한다(현재는 20%다). 게다가 해외 이전을 하는 기업의 경영진은 사임해야 한다. 법안 반대자들은 효과가 없다고 반박한다. 이전에도 두 차례 해결책을 내놓았지만 조세회피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고, 결국 세제 개편에 대한 필요성만 축소시킬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논지다. 나는 이 주장에 대해 반대한다. 그럼에도 세금 제도의 근간이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 당장 조세회피를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법인세율 인하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가 현재의 법인세율 35%를 20%나 25%로 낮추더라도 미국보다 세율을 더 낮게 유지할 지역들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예컨대 아일랜드, 스위스 중남부의 추크 Zug 주, 일부 세수에 허덕이는 나라들이 바로 그곳이다. 그래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의회에 제출되자마자 안타깝게 사장된 2014 세금개혁법안(Tax Reform Act of 2014)-하원 조세무역위원회(Ways and Means Committee) 의장인 데이브 캠프 Dave Kamp 미시간주 공화당 하원이 추진했다-에는 많은 제안들이 담겨 있었다. 제정만 됐다면 법의 허점을 메우고, 법인세를 줄이고, 미국에 남는 것이 버리고 떠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었다. 서로 악마 취급만 하거나 장·단기 해법이 필요한지에 대해 싸우지 말자. 이 두 가지 모두 필요하다. 우선, 레빈 형제의 법안을 한시적으로 2년만 시행해보자. 둘째, 캠프 의원의 제안을 약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썩어빠진 정치 환경 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 분명 할 수 있는 일이다. 운이 따라준다면, 몇 년 안에 ‘분명히 미국적인’이라는 새 칼럼을 쓰게 될 것이다.

앨런 슬론이 최근 마켓플레이스 모닝 리포트 MARKETPLACE MORNING REPORT와 진행한 인터뷰는 포춘 태블릿판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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