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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원화 강세… 앞으로 2년이 고비

원화 강세 흐름이 5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원화 강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올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울 전망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 같은 원화 강세 추세가 앞으로 상당 기간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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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일본이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연율 환산 확정치다. 일본시장은 절망에 빠져들고 있다. 외신에서는 연일 아베노믹스의 실패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암울한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경제지표가 부진하기는 유럽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0.4% 상승을 기록해 2009년 10월 이후 4년 9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8월은 그보다 더 떨어진 0.3% 상승을 기록해 시장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유로존 경제의 핵심 축인 독일마저 2분기 GDP 증가율이 전분기 대비 0.2% 감소하면서 유로존 디플레이션 우려를 재점화했다.

8월부터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이들 지표의 부진한 내용은 엉뚱하게도 우리나라 외환시장에만 유독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훨씬 부진하기는 했지만 그 방향이 이미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었기 때문에 실제 글로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일시적인 출렁거림은 있었으나 곧 원상태를 회복하거나 완만한 추세로 전환됐다.

하지만 우리 외환시장은 큰 몸살을 앓았다. 8월 초까지 제한적인 박스권 움직임을 보이던 원·유로화 환율은 8월 8일 1,387.93원에서 9월 5일 1,327.07원으로 약 1개월 만에 60원 이상이나 급전직하했다. 원·엔 환율은 9월 4일 100엔당 970.73원을 찍으며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존 및 일본이 추세 전환을 위해 추가 양적완화를 실시할 것이란 기대감이 퍼졌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원화 강세 흐름의 과속 방지턱 역할을 해왔던 미국 양적완화 종료 및 금리인상 이슈가 묻혀버린 셈이었다.

원화 강세의 주요 원인

시장에서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원화 강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꼽고 있다.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799억 달러에 이어 올해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은 종전 680억 달러 경상수지 흑자 규모 전망치를 840억 달러로 수정한 바 있다. 경상수지 흑자 확대는 대외적인 원화 수요를 불러일으켜 원화 강세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우리나라 수출 증가세는 매년 4~5% 정도 됩니다. 수입은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요. 벌어지는 스프레드만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커지는데 이렇게 몇 년이나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쌓였고, 결제되는 외화도 대규모로 들어오게 됐죠.”

최근 무르익고 있는 우리나라 경기회복 기대감 역시 원화 강세의 배경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다.

김유경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최근 달러가 강세 기조임에도 신흥국 통화인 원화가 더 강세로 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투자매력도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가 정책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려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도 경기회복의 긍정적인 신호가 일부 잡히고 있죠. 돈이라는 건 ‘어느 쪽에 투자했을 때 더 이익이냐’를 두고 몰리게 돼 있는데, 우리나라 시장의 매력이 돋보이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이 우리 채권이나 주식 쪽으로 유입되고 있는 겁니다. 여러모로 달러가 쌓이고 있는 상황이죠.”

원화 강세를 보는 또 다른 시각

시장에서는 현재의 원화 강세 흐름을 ‘환율이 적정환율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해석에는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1,000원 이상의 원·달러 환율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제로금리인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가, 원화가 달러에 비해 위험통화인 만큼 리스크 프리미엄까지 적용하면 현재 수준의 원·달러 환율도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재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것까지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 적정 수준은 1,000원 이하가 되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지난해 펀더멘털을 기준으로 저희가 계산한 원·달러 환율 적정 수준은 960원 내외입니다. 이 수치는 대외 금리 차이나 경상수지, 실효환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입니다. 지금이 원화 강세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위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2007년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1,000원 아래였는데도 말이죠.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신흥국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1,500원대까지 치솟은 환율이 너무 오랫동안 적정 수준에서 벗어나 있는 거예요. 때문에 현재의 상황은 원·달러 환율이 적정 수준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환율이 100원, 200원씩 뚝뚝 떨어지는 게 아닌 데다가, 2011년에 유럽 재정위기 등을 겪으면서 회귀 과정이 길어지고 있는 거죠.”

앞으로의 환율 흐름은?

현재 시장에는 환율과 관련한 다섯 가지 이벤트가 남아 있다. 이들 이벤트는 환율 등락의 방향에 따라 우리나라의 추가 금리 인하,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및 금리 인상 같은 원화 약세 요인과 유로존 및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같은 원화 강세 요인으로 나눠진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들 상반되는 이벤트에도 원화 강세 흐름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유승민 연구원은 말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미국 양적완화 종료와 금리 인상 등의 이슈도 있죠. 하지만 원화 강세 기조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규모가 줄어들긴 하겠지만 경상수지 흑자 흐름이 계속될 것이고,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양적완화 정책도 꾸준히 진행될 테니까요. 다만 앞서 언급한 이유로 과거와 같은 일방적인 강세장이 아닌, 제한적인 강세장 정도가 되겠죠. 환율 하락의 기울기가 상당히 완만해질 겁니다.”

환율 급락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곳도 있다. 유신익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앞으로 2년이 고비라고 봅니다. 우리는 미국의 금리 사이클을 2년 후행합니다. 따라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하가 맞물려 금리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이 시기의 환율 방어가 중요합니다. 정책적인 개입을 통해 방어를 잘해주면 여기서 어느 정도 바닥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적인 개입이 실패해 원화가 약세로 전환할 수 있는 요인이 없어져 버리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원화 강세 흐름을 막을 수 있는 길이 없어지는 거죠. (정책 개입과 같은) 시장 변수는 그 타이밍을 놓치면 시장의 쏠림현상이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거든요.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시점입니다.”


지금은 원화강세 수혜주에 투자할 때?
취재에 도움을 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모두 올해 말, 내년 이후에도 원화 강세 흐름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원화강세 수혜주에 대한 베팅은 유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장이 이미 원화 강세 및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선반영한 데다가, 현재 개별주의 주가 흐름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향후 환율하락 구간도 제한적일 확률이 높아 시간이 지날수록 원화 강세에 따른 수혜주들의 매출이나 이익 모멘텀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원화 강세 수혜주에 투자할 생각이라면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원화 강세 수혜주들의 실적에 어느 정도 반영되는지를 확인한 후 투자해도 늦지 않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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