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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계는 임금 인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기업에 이롭기 때문이다

INSIGHTS

By Sheila Bair

불쌍한 헤지펀드 매니저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금융위기 동안 주택시장 붕괴에 돈을 걸어 수십억 달러를 벌었던 일부 미국 최대 펀드 수장들이 최근 미국 경제 회복에 베팅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도박은 완전히 실패했다. 예상 GDP 성장률이 기껏해야 2%대에 머물면서, 연준은 ‘상당한’ 기간 동안 제로금리를 유지할 태세다. 그 결과 폴 튜더 존스 Paul Tudor Jones, 앨런 하워드 Alan Howard, 루이스 베이컨 Louis Bacon 같은 저명한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하는 거대 펀드들이 채권 시장의 상승 쪽에 지나치게 베팅하면서 몰락하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의 신들’이 놓친 건 무엇일까? 바로 소비자 수요의 부족이다.

아마도 신들이 사는 올림푸스 산(Mount Olympus)에서 낮은 계층의 인간들이 겪는 고통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프린스턴대 경제학자 아티프 미안 Atif Mian과 시카고대 금융학 교수 아미르 수피 Amir Sufi가 공저한 신간 ‘빚으로 지은 집(House of Debt)’은 신들이 구름 속을 뚫고 세상을 내려다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들은 금융위기 당시 도움이 필요했던 사람들은 금융 기관이 아니라 그들이 돈을 빌려주었던 경제적 취약 가구였다고 주장한다. 이 가구들의 수요 감소가 2008년 경기침체의 핵심 이유였다. 연준의 제로 금리 상태에서도, 그들에게 가장 불필요했던 건 더 많은 빚을 지는 것이었다. 그들과 미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실질임금의 상승이다.

100년 전 헨리 포드는 근로자 일당을 5달러로 2배 인상해 미국 중산층에 큰 활력을 불어 넣었다. 그는 이타주의자가 아니었다. 다만 근로자들의 높은 이직률과 만성적인 결근을 해결하고자 했다. 당시 이익을 늘리기 위해 직원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는 것은 반이성적인 행동으로 인식되었지만, 그의 결정은 그대로 적중했다. 더 높은 혜택을 받는다는 것을 깨달은 포드 근로자들이 더욱 생산적으로 변모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새롭게 인상된 임금으로 포드 자동차를 더 많이 구매했다. 일년 만에 포드의 자동차 생산은 거의 20%나 상승했다.

포드의 대담하고 성공적인 결정은 그간 기업들이 근로자 임금에 대해 가졌던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꿀 정도로 혁신적이었다. 그의 동료 기업가들도 처음에는 포드를 변절자로 보았지만, 결국에는 그의 성공을 모방하게 됐다.

오늘날에는 너무나 많은 기업들이 근로자의 임금을 최소화해야 할 비용으로 보거나, 아니면 생산성 향상과 최고 성장을 위한 투자로 보는 등 일종의 대결구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주주에 대한 자본 분배는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근로자 임금은 구덩이에 갇혀 있다.

노동시장에서 기업이 ‘갑’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빈곤선 이하의 임금을 주는 것이 옳은 일일까? 그래 좋다. 그럼 이런 윤리적인 문제를 차치하고, 과연 저임금은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는 걸까? 비용 절감을 위해 어느 정도 선까지만 임금 상승을 해 줘야 하는지 결정해야 할 때, 결근과 이직률을 진지하게 분석해 본 기업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장기적 안목을 가진 투자자 입장에서 봤을 때, 더 많은 기업 이익을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분배하게 되면 경제에 얼마나 많은 이득이 돌아가게 될까? 이 근로자들은 주식시장에 돈을 투자하는 대신 소비를 할 것이다.

훌륭한 인재 확보와 성과에 대한 보상을 위해 기업들이 고위 관리자들에게 높은 임금을 주는 건 비용 효율이 높은 전략이라고 두둔하는 것을 곧잘 듣곤 한다. 더 좋은 인재를 고용하고 보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은 경쟁사보다 최고 경영진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임금을 주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왜 똑 같은 논리를 가장 적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에겐 적용하지 않는 것일까. 중·저소득 가구에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에겐 임금 인상이 쉬운 결정처럼 보인다. 갭이 최근 최저 임금을 시간당 10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건 월마트 같은 대기업이 솔선수범을 보이는 모습이다. 포춘의 스티브 간들을 포함해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결론 내렸듯이, 임금 인상이 월마트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진 않을 것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최저 임금 인상안을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 인상안을 지지하지만, 연방차원의 최저 임금인상이 힘의 과잉행사(blunt instrument)라는 점도 인정한다. 기업 규모나 비즈니스 모델, 근로자가 속한 사업장의 위치 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방안이 될 우려도 크다. 따라서 사적 이익을 공적 이익과 결합하는 ‘계몽적 이기심(Enlightened Self-Interest)’에 근거해, 기업들이 주도권을 쥐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시장 원칙론자들은 최저임금을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확고한 기업적 이유 때문에 그들은 근로자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하는 기업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미국 경기 회복에 돈을 거는 헤지 펀드매니저들도 같은 입장을 취해야 한다.

이 글의 필자 실라 베어는 연방예금보험공사(FIDC) 의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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