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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Watches & Wonders 특집] 홍콩 W&W 박람회를 가다

여성용 시계들의 대향연

제2회 W&W(Watches & Wonders)가 9월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3박 4일간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W&W는 아시아판 SIHH라고 불리는 고급 시계 박람회로 지난해 9월 처음 개최됐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13개 시계 브랜드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입증해줄 여러 고급 시계 제품들을 선보였다. 참여 브랜드는 랑에 운트 죄네, 리차드 밀, 파네라이, 까르띠에, 보메 메르시에, 예거 르쿨트르, IWC, 몽블랑, 반클리프 아펠, 바쉐론 콘스탄틴, 로저드뷔, 오데마 피게, 피아제 등이다.
홍콩=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올해 W&W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여성용 시계들의 대향연’이었다. 최근 고급 시계에 관심을 가지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보수적인 시계 업계에서도 이를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업계의 해석이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이번 W&W에선 반클리프 아펠이나 피아제 같은 브랜드들이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들 브랜드는 여성용 시계 분야에서 높은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매뉴팩처들이다. 반클리프 아펠은 시계에 시(詩)를 입히는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시계 브랜드로, 피아제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시계를 만드는 울트라씬 시계 브랜드로 특히 유명하다.

개별 제품으로는 반클리프 아펠의 Midnight Planetarium과 피아제의 Altiplano 900P의 인기가 대단했다. Midnight Planetarium은 각종 원석으로 태양계를 형상화한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워치이고, Altiplano 900P는 3.65mm 두께의 세계에서 가장 얇은 기계식 시계다.

강인한 이미지의 남성용 시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들도 여성용 시계를 대거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철골 구조물을 연상시키는 외관으로 강한 남성성을 어필하는 리차드 밀은 행사 구호를 ‘여성을 위한 시계’로 정하고 RM 07-01 Ladies 등 다양한 여성용 시계들을 선보여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Engineered For Men(남성을 위해 설계된)’ 캐치프레이즈로 유명한 IWC는 40mm 이상 오버사이즈 일색의 Portofino컬렉션에 37mm 여성용 시계인 Midsize를 론칭해 화제가 됐다. 오데마 피게 역시 남성용 컬렉션으로 유명한 Royal Oak를 여성 취향에 맞게 새롭게 디자인한 Concept GMT Tourbillon 44mm를 선보여 시계 컬렉터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시계 브랜드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자랑하는 로저드뷔는 여성용 시계에 있어서도 부드러움보다는 눈에 띄는 화려함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이번 행사에서 Velvet 컬렉션을 통해 여성용 시계들을 선보인 로저드뷔는 스트랩에 코르셋 등을 연상케하는 섹슈얼한 디자인과 망사, 밍크 등의 소재를 절묘하게 매치시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장 핫한 브랜드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로저드뷔는 마초이즘의 극을 달리는 Excalibur Quatuor Excalibur Quatuor 시계로 지난해에도 크게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번 W&W에서 가장 화제가 된 시계 역시 여성용 시계였다. 까르띠에가 선보인 Pasha de Cartier Skeleton Dragon Motif는 홍콩 현지 언론으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시계였다. 이 시계는 9월 29일 첫 공개 다음날인 30일 여러 홍콩 일간지들의 라이프 섹션 메인을 장식하며 대서특필됐다. 이 모델이 특히 주목받은 건 시계에 장착된 9617 MC Calibre 때문이었다. 9617 MC Calibre는 브리지·플레이트 일체형 무브먼트로 무브먼트 전체를 안쪽에서부터 세밀히 깎아나가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고도의 금속 세공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실제 상품으로 나온 사례는 매우 드물다.

새 여성용 컬렉션을 론칭한 브랜드도 있었다. 보메 메르시에는 이번 W&W에서 자사의 여섯 번째 컬렉션인 Promesse를 론칭했다. 프랑스어로 약속을 뜻하는 Promesse는 30mm, 34mm 사이즈로만 구성된 여성용 컬렉션으로 대단한 현장 호응을 이끌었다. 보메 메르시에는 1869년 창업자 중 한 명인 Louis Victor Baume가 그의 딸 Melina을 위해 만든 여성용 포켓워치로 공전의 히트를 친 후 여성용 시계 분야에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브랜드다.

일부 브랜드는 여성용 시계 제작을 위해 특정 기능을 새롭게 활용하기도 했다. 예거 르쿨트르는 여성용 라인에 미닛 리피터 기능을 장착한 자사 최초의 모델인 Rendez-Vous Ivy Minute Repeater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독특한 브랜드 정체성으로 오버사이즈를 꼽는 파네라이 역시 작은 여성용 시계 제작을 위해 부피가 큰 풀 로터 대신 마이크로 로터를 사용한 P.4000 무브먼트를 선보여 시선을 끌었다. W&W 행사기간 동안 파네리스트(열정적인 파네라이 마니아들을 지칭하는 용어)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Radiomir 1940 3 Days Automatic에도 P.4000 무브먼트가 장착됐다.

독특한 디자인이나 기술, 한정판 시계를 선보인 곳도 있었다. 하이엔드 워치의 정점에 서 있는 바쉐론 콘스탄틴은 나무 상감 기법으로 만들어진 Metiers D’art L’eloge De La Nature를 선보여 시계 마니아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이 시계의 다이얼 디자인은 너무나도 정교해 일부 장식들은 확대경을 통해서 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몽블랑은 12시와 6시 창이 바뀌면서 두 개의 다이얼을 보는 듯한 Metamorphosis Ⅱ를 공개해 독특한 재미를 더했고, 랑에 운트 죄네는 Lange 1 20주년을 맞아 Lange 1 “20th Anniversary” 20피스 한정판을 선보여 시계 마니아들을 설레게 했다.


홍콩의 새로운 볼거리로 자리 잡은 W&W

행사 기간 동안 홍콩은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었지만 W&W에 대한 열기만큼은 지난해보다 더 뜨거웠다. 지난해보다 하루 짧은 일정이었음에도 전체 방문객 수는 1만 6,000여 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W&W를 위해 신제품 및 한정판 시계를 선보인 브랜드들도 많아졌다. 스위스 이외 지역에서 열리는 시계 박람회로는 확고히 No.1을 굳히는 모양새였다.

특히 홍콩 시 정부에서 보인 열의가 대단했다. 행사장 근처만 치장돼 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공항에서부터 도심의 대형 스크린, 광고판, 트램에 이르기까지 눈에 띄는 거의 모든 곳에 W&W를 기념하는 이미지와 광고 문구가 잔뜩 붙어 있었다. 마치 SIHH 기간의 스위스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였다. 홍콩 시 정부에서 이번 W&W 개최를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피터 램Peter Lam 홍콩 관광청장은 말한다“. 이 권위 있는 행사를 또다시 개최하게 돼 기쁩니다. W&W 개최는 주요 이벤트 개최지로서 홍콩의 명성을 드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홍콩에서는 이번 W&W 개최를 위해 많은 후원이 이어졌습니다. 홍콩의 많은 파트너가 고급시계 전시회품격에 걸맞은 여러 가지 것들을 지원했죠. 이같은 열기에 힘입어 이번 W&W도 성공적인 전시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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