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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 마케팅의 긍정적 효과

[FORTUNE'S EXPERT] 송길영의 ‘마케팅 X파일’

고객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기업에게 기회가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고객들이 몰려올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는 기업에겐 고객이 스스로 찾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는 가족들과 함께 중국 상해에서 추석을 보냈습니다. 잘 알다시피 상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던 곳입니다. 한국인의 머릿속엔 동방명주와 와이탄의 불빛이 멋진 야경으로 그려져 있는 우편엽서가 떠오를지 모릅니다.

중국인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한국·일본·중국 여인에 대한 감성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포춘코리아 8월호에 실린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님 기사 속에 답이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과 다음소프트가 함께 ‘중국인의 마음 읽기’ 리서치를 해 본 결과, 예상대로 여성에 대한 생각은 공통적으로 ‘예뻐야 한다’, ‘아름다워야 한다’ 같이 용모에 대한 바람이 강했지만, 일본 여성에 대해선 ‘귀여운(cute)’, 아방가르드(avant-garde), 중국여성에 대해선 ‘전문적인(professional)’, ‘자신감 있는(confident)’, 한국여성에 대해선 ‘관능적인(sexy)’, ‘매끈한(sleek)’에 이어 ‘인공적인(artificial)’이라는 부분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전 세계 성형수술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인에 대한 중국인의 평가가 비교적 객관적으로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흥미로웠던 건 성형수술처럼 즉각적인 효과를 바라는 한국여성의 경우, 뷰티 푸드와 같은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됐다는 것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중국여성들은 예뻐지기 위해 미용 관련 식품들을 많이 먹고 있다는 걸 발견한 거죠. 아모레퍼시픽은 그 후 중국에 콜라겐 드링크 같은 뷰티 푸드를 출시해 큰 성과를 보았습니다. 우리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결코 알 수 없는, 다시 말해 ‘이해가 안 되는’ 일이 바로 문화와 관습이란 것에 의해 일어난다는 얘기죠.

문명의 충돌이라는 건 서로에겐 당연한 것이 상대에겐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갈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대 차이와 같이 인식해야 할 환경 자체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라면 그 갈등이 장소와 문화의 축을 넘어 시간의 축으로까지 확장되기 때문에, 상대가 누군지 눈으로 보인다고 해도 그 마음을 읽는다는 건 자기 확신을 버리는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옳고 타자는 그르다’는 등식을 버릴 수 있다는 건 나의 존재와 자긍심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와 비슷한 일들이 매일 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른 정파에 대한 생각, 아직 나이 들지 않은 사람이 생각하는 노인에 대한 배려, 그리고 남녀의 갈등에서 종업원과 고용주의 입장에 이르기까지, 고려해야 할 다른 이들이 너무도 많아 상대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고 있습니다.

배려의 전제는 상대에 대한 애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려는 상대를 거듭 생각해주는 것으로 상대가 원하는 것을 말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해주는 것입니다.

목마른 선비에게 건네주던 표주박 물 위에 띄운 버들잎이 생각나시나요? 어릴 적 아버지께서 일터에서 늦게 돌아오실 때 따뜻한 아랫목에 넣어두던 밥 한 그릇도 배려의 산물입니다. 조선시대 관청에선 윗사람이 먼저 먹고 난 찬을 물려 아랫사람이 먹는 관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뒤에 먹을 아랫사람을 생각해 맛있는 반찬을 모두 먹지 않고 남겼기에 이 또한 배려의 마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마케팅에도 배려가 적용됩니다. 학원가 커피숍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놓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전기를 제공하는 것도 손익에 앞선 배려의 마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커피 값을 두 배로 내서 다음에 오는 형편이 곤란한 이들에게 커피를 무료로 대접하는 ‘미리내’ 운동도 역시 배려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사람들의 삶을 도와주는 배려의 서비스도 존재합니다. 요즘 싱글들의 삶은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전쟁입니다. 전통적으로 구성원이 여럿인 가구에선 나름의 분업이 이뤄졌습니다. 예컨대 요리와 살림은 전업주부가 맡고, 청소와 심부름은 아이들이, 그리고 부양의 책무는 남편이 수행하는 식이죠. 그런데 혼자 살아가는 싱글은 이 같은 모든 일을 혼자 해나가야 하기에 일상의 삶이 여간 고단한 게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요리와 같이 섭생의 기본이 되는 행위도 쉽게 할 수 없게 되죠.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들을 도와주는 산업이 생겨나게 됩니다. HMR(Home Meal Replacement)이라 불리는 가정대체식이 떠오른 거죠.

이렇게 되면 집 안 냉장고의 구성이 바뀌게 됩니다. 전통적인 신선식품과 요리재료가 아니라 HMR이나 음료수, 화장품을 보관하기 위해 냉장고가 사용됩니다. 싱싱고 같은 분리된 공간이 불필요해지는 거죠. 차라리 팩에 넣은 반조리 상태의 음식이나 어딘가에서 얻어온 밑반찬 등이 저장되는 형태로 내부 구성이 바뀌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문제까지 연결이 됩니다. 공동주택에 살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죠. 주거형태에 따라선 매일 처리가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궁하면 통하는 법이라죠. 싱글들의 삶의 지혜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했습니다. 바로 음식물 쓰레기를 비닐 봉투에 담아 냉동실에 얼렸다가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상온에 보관하면 부패하기 때문에 그 냄새가 집 안에 퍼지니 부패를 억제하기 위해 냉동실에 보관하다가 때가 되면 처리한다는 거죠. 예전 어른들이 들었으면 기겁할 이야기이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혼자서 온갖 일을 해야 하는지라 이런 생활의 지혜가 고맙기까지 할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부패하기 시작한 음식에서 나온 기체가 아직 부패하지 않은 음식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이죠. 때문에 냉동실일지라도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 음식물과 함께 보관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아이디어는 어떨까요? 냉동실을 하나 분리해서 쓰레기 전용칸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겁니다. 나이 드신 어른들이 보기엔 질색할 이야기겠죠? 그때그때 치울 것이지 게으르게 음식물 쓰레기를 집 안에 놓고 있다고 힐난하실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하지만 싱글들의 생활을 관찰하고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이해하신다면 야단만 치실 수는 없을 것입니다.

농담 삼아 쓰레기 전용 냉동고를 이야기했지만 사람들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말하는 것만으론 결코 그들의 마음을 살 수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옳고 그르다는 건 맥락과 입장을 제거하고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고객을 가르치는 회사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삶을 온전히 관찰해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 다시 말해 입장을 바꿔 생각해 그들을 배려하는 것이 우리 기업의 의무임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송길영 부사장은 사람의 마음을 캐는 Mind Miner이다. 소셜 빅데이터에서 인간의 마음을 읽고 해석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나아가 여기에서 얻은 다양한 이해를 여러 영역에 전달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활자를 끊임없이 읽는 잡식성 독자이며, 이종(異種)의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는 것을 즐긴다. 저서로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빅데이터에서 찾아낸 70억 욕망의 지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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