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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세계 경제 전망과 대응 전략

[FORTUNE'S EXPERT] 윤창현의 경제전망대

얼마 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 다녀왔다. IMF는 내년 세계 경제 상황을 ‘불확실성’으로 압축해 표현했다. 세계 경제가 부진하면 우리 경제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어려운 국면을 피해가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마다 발표되는 IMF의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는 흥미로운 부제가 붙어 있다. 그 부제에는 경제 전망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작년 10월에 발표된 2014년 전망의 경우, ‘전환과 긴장(Transition and Tension)’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2014년에 신흥국 중심으로 이뤄지던 경제회복이 선진국 중심으로 바뀌는 ‘전환’이 일어날 것이며, 신흥국의 경제성장이 상대적으로 정체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될 것이라는 예측이 이 부제에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발표된 IMF의 2015년 세계 경제전망 부제에는 ‘유산(Legacies)’, ‘먹구름(Clouds)’, ‘불확실성(Uncertainties)’이라는 다소 문학적인 표현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표현에는 금융위기와 후속조치에 따른 각종 부작용들이 2015년 세계 경제에 유산처럼 작동하면서 먹구름을 드리우고 불확실성을 고조시킨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한마디로 예측불허의 상황이 자꾸만 가속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IMF는 전망치를 일정 기간마다 새로 수정해 발표한다. 2014년 세계 경제 전체 성장률의 경우, 지난 7월 발표한 3.4%가 이번에 3.3%로 0.1%p 낮아졌다. 2015년 전망치의 경우 지난 7월에는 4%였는데 이번에 3.8%로 0.2%p 하락했다. 2014년에 대해선 갑작스런 기상이변에 따른 미국 1분기 경제성장률의 급락이 주된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다.

필자도 올해 미국의 기상이변을 경험한 적이 있다. 지난 1월 미국경제학회와 관련해 워싱턴과 뉴욕을 방문했는데, 워싱턴에 눈보라가 치는 바람에 학회 일정 이외에는 호텔에서만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뉴욕 한파는 그야말로 뼛속을 얼어붙게 하는 수준이라 몇 개의 일정 이외에는 밖으로 돌아다닐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사람들이 움직이기조차 힘들 정도였으니 관광수입 감소는 물론 경제활동 자체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부분이 반영되어 미국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2.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선진국 전망치에 영향을 주고 신흥시장 전망도 비관적으로 바꾸는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IMF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7월의 1.7%에서 2.2%로 대폭 높이고 내년 전망치는 3.1%를 유지했다. 우리나라는 매우 낙관적으로 보고 올해와 내년에 대해 각각 3.7%와 4.0%의 수치를 제시했는데, 이는 7월 전망치와 비교해 각각 같거나 0.2%p가 증가한 수치다. 유럽 전체에 대해선 0.8%와 1.3%를 제시했는데, 이는 7월 전망치 대비 각각 0.3%p와 0.2%p가 감소한 것이다. 수치로만 보면 유럽이 문제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은 7.4%와 7.1%로 변화가 없는 반면, 일본은 0.9%와 0.8%가 제시돼 지난 7월 전망치 대비 각각 0.7%p와 0.2%p가 내려 앉았다. 일본의 올해 전망치는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어서 일본 경제 부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9월 중순에 발표된 OECD의 보고서도 주요 선진국의 2014년 및 201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담고 있는데 상황은 동일하게 좋지 않다. OECD의 2014년 전망치는 지난 5월 대비 대부분 하향 조정 발표되었다. 미국은 2.1%(0.5%p 하향조정), 유로존은 0.8%(0.4%p 하향조정), 일본은 0.9%(0.3%p 하향조정)였다. 201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상황은 비슷하다. 영국의 경우 2.8%로 0.1%p 상향 조정됐지만 다른 국가는 모두 하락했다. 일본은 1.1%로 미국은 3.1%로 발표되었다. 중국의 경우 2014년 7.4%, 2015년 7.3%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긴 했지만, 2015년이 올해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선 매우 불안한 모습이다. OECD에 따르면, 브라질의 경우 2014년 전망치가 5월에는 1.8%였는데 9월에는 0.3%까지 하락했다. 사실상 제로 성장을 한 셈이다. 내년 전망치의 경우에도 5월 2.2%에서 9월 1.4%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요 신흥국들이 모두 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브라질이 큰 걱정거리를 갖고 있다.

유럽의 경우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의 실업률이 높게 지속되면서 총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수요 부족 현상이 독일과 프랑스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이들 중심 국가들의 지난 2분기 GDP 성장률 실적치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게다가 물가도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체 유로존의 지난 8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4% 였지만,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등 재정위기 국가들만 따로 보면 물가상승률은 이미 마이너스 국면을 보이고 있다. 디플레가 본격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디플레는 경제에 독약이라 할 수 있다. 경기 부진 상황에 물가하락까지 겹치면 경기는 더욱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물건 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되면 그렇지 않아도 구매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지갑은 더욱 확실하게 닫히게 된다. ‘물건 값이 앞으로 떨어질 텐데 지금 살 필요가 뭐 있냐’는 소비자 심리가 형성되면 경기는 더욱 급속히 냉각되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수요가 더욱 줄어들어 경제가 늪에 빠지게 된다.

세계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생각보단 취약한 상황이다. 국가별로도 위험요인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 밖에도 잠재성장률 자체의 저하, 디플레 가능성, 일부 자산의 버블 가능성, 지정학적 위험, 그리고 전염병의 창궐 등이 위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선진국 중에선 미국만이 버티고 일본이 부진한 가운데, 유럽이 기대를 저버리면서 회복이 너무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당초 독일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위기 국가들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였지만, 거꾸로 이들 국가의 부진한 경제성과가 부메랑이 되어 이미 안 좋아진 프랑스 경제는 물론 독일 경제에까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전 유로 존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 경제가 부진하면 우리 경제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수출이 잘 안되면 마땅히 세울만한 대책도 별로 없다. 내수가 당장 늘어나기도 어렵고 부동산 시장도 제대로 방향을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대책은? 비가 오면 우산을 써도 조금쯤은 비를 맞을 수밖에 없다. 우산의 크기와 성능에 따라 맞는 비의 양이 달라질 뿐이다. 때문에 우산의 성능을 높이려면 부동산 시장의 규제를 포함해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확 풀어야 한다. 돈 쓸 준비가 된 기업이 제대로 자금을 풀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여기에는 정치권과 국회의 각성이 필수 조건이다. 엔저 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은 크고 작은 정책을 포함한 다양한 노력을 통해 어려운 국면을 타개하는 시도가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할 시기이다.


윤창현 원장은…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 한국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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