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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 예세 바일란트 해외 총괄 사장 인터뷰 “내구성·디자인 무기로 한국 가스보일러 시장 잡겠다”

140년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의 가스보일러 기업 바일란트가 한국에 진출했다. 클라우스 예세 Klaus Jesse 바일란트 해외 총괄 사장을 만나 유럽과 아시아 난방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들어보았다.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사진 한평화 info@studiomuse.net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가스보일러 시장입니다. 바일란트 그룹은 한국의 딜러, 소비자와 함께 프리미엄 난방 문화를 만들어 가려 합니다.” 클라우스 예세 바일란트 해외 총괄 사장의 말이다. 예세 사장은 9월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포춘코리아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 자리에는 손유길 바일란트 코리아 대표와 남궁철 기술총괄이사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8월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국내에 판매망을 구축 중에 있다.

바일란트는 가스보일러 사업을 하는 독일 기업이다. 140년 전통을 자랑하는 가족경영기업으로 독일뿐 아니라 유럽에서 시장 점유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룹 매출은 23억 8,000유로. 이 중 80%가 독일 외 60개 국가에서 나온다. 저력은 높은 기술력에서 비롯된다. 예세 사장은 말한다. “높은 기술력을 가진 바일란트는 이미 20년 전부터 콘덴싱 기술을 개발해 시장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부품마다 높은 효율을 내도록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서구에서 가스보일러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다소 낯설 수 있다. 북미 지역은 스팀을 이용하는 중앙난방 방식이 보편화돼 있다. 유럽도 이와 비슷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온수를 이용한 개별 난방을 선호한다. 독일의 경우, 전체 가구의 70~80%가 가스 난방을 이용하고 있다.

약 65만 가구가 이를 이용하고 있으며, 유럽 전체로는 600만대 시장을 이룬다. 세계 최대 시장은 영국으로 130만대 규모다. 유럽시장은 일반 보일러에서 고효율 보일러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고효율 중에서도 콘덴싱이 대세다. 구형 대비 약 15%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북유럽과 서유럽은 이미 상당 부분 교체됐고, 남유럽도 이를 따르는 추세다. 유럽연합에선 콘덴싱 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내년 8월부터 보일러를 신규설치하는 가정은 반드시 콘덴싱 보일러를 설치해야 한다. 국내 업체가 주목해야 할 변화다.

유럽 각국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친환경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각 가구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체 에너지 소모 비용 중 3분의 1이 가정집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난방은 전체 가구 에너지 소비량 중 80%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일례로 평균 가구 전력 소비량이 시간당 2,000㎾인 데 비해 가스 사용량은 2만 5,000㎾에 이른다.

바일란트는 고효율 콘덴싱 기술로 가정 난방 시장을 선점했다. 독일은 물론 영국과 이탈리아 등 주요 유럽시장에서 현지 업체를 누르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유럽을 평정한 바일란트는 10여 년 전부터 중국에 눈을 돌려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중국은 땅이 넓은 만큼 시장 면모도 다채롭다. 전통적으로 북쪽 지역은 지역 난방이 보편화된 반면 상해 등 남쪽 일부는 아예 보일러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최근 중산층이 두터워지고 생활이 윤택해지며 개별 난방과 같은 편의를 추구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것도 중요한 성장 요인이다. 이전처럼 석탄 가스를 이용하면 가스보일러 시장이 안정될 수 없다. 분진이 발생해 보일러가 쉽게 고장날 수밖에 없다. 바일란트가 중국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중국 내에서 천연 가스 인프라가 새롭게 구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사이 중국 내 가스보일러 시장은 20만대에서 70만대 규모로 늘었으며 팽창속도는 더욱더 빨라지고 있다. 바일란트의 관심은 중국을 넘어 한국에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한국은 가스보일러 시장이 잘 발달되어 있다. 시장 규모는 120만대 규모이며 경동나비엔, 귀뚜라미보일러, 린나이 등 6개 기업이 포진해 있다. 콘덴싱 기술 수준 역시 높다. 열효율 측면에선 바일란트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바일란트 측도 국내 제품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내구성이나 디자인 면에서는 아직 자사 제품을 쫓아오지 못한다고 말한다.

“바일란트 제품은 잔고장이 적고 수명은 15~20년 정도로 깁니다. 국내 제품보다 두 배가량 길죠. 또 바일란트 제품은 부엌이나 거실에 달아도 될 정도로 아름답고 또 조용해요. 실제 유럽에선 보일러실이나 베란다가 아닌 집 안쪽에 설치하고 있어요.” 국내 규정은 보일러를 전용실이나 환기 가능한 베란다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 보일러 업계 관계자 역시 바일란트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가격경쟁력은 국산이 더 낫다고 덧붙인다. 관계자는 말한다. “바일란트 제품을 사서 15년간 쓸 수도 있겠지만, 국산 제품 사서 7년 쓰다가 새 제품으로 바꾸는 게 돈이 더 적게 들어요.”

가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바일란트는 시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안정된 시장일수록 프리미엄 수요가 존재합니다. 제품 스펙트럼이 다양하죠. 우리는 그 시장을 두드리려 하고 있어요.” 예세 사장은 말한다.

마지막으로 예세 사장은 “파트너 설비회사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일러 산업은 제조사와 설치사가 협력 공존할 수밖에 없는 산업이다. 제조사가 내놓는 제품은 사실상 반제품에 가깝고, 설치사가 가구에 설비를 마쳐야 비로소 가동된다. 설치사가 외면하면 제품 판매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만큼 제조사와 설치사 간 협력이 중요하다. 예세 사장은 말한다. “바일란트 가문의 오너십이 5대째에 이르는 동안 설비업체도 3~4대째 대물림하고 있고, 우리는 가족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관계를 맺어갈 파트너를 찾고 있습니다.” 140년 전통이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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