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움직이는 건 바로 돈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정부가 없으면 지폐의 가치는 불쏘시개 용도에 불과할 것이다. 동전 역시 값싼 금속으로 전락한다. 만약 필자가 고양이 사료가 필요한 상황인데 고양이 사료를 가진 사람은 필자가 만든 밀주에 관심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두 사람이 모두 만족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물물교환 거래를 거쳐야만 할 것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새로운 통화를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물물교환보다 효율적이다. 동전은 일반적으로 원반형의 연금속, 즉 화폐판금을 소재로 제작된다. 이 화폐판금을 두 장의 금형 사이에 넣고 압착시키는 것. 충분한 힘이 가해질 경우 화폐판금은 아주 잠시동안 액체처럼 움직이게 돼, 금형의 오목한 곳 안쪽으로 빈틈없이 스며든다. 필자는 동전의 소재로 구리를 선택했다. 구리는 전자제품 부속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금형으로는 유압 피스톤을 택했다. 그리고 소금물과 배터리를 사용해 유압 피스톤에 원하는 도형을 새겨넣었다.
정말 어려운 부분은 이제 시작이다. 동전 제작에 필요한 압력은 엄청난 수준이다. 처음에는 유압 실린더를 사용해 봤지만, 흠집조차 만들지 못했다. 전통적인 수단. 즉 거대한 망치로 강하게 내려치고 나서야 원하는 문양을 또렷이 새길 수 있었다. 하지만 망치질은 내려 칠 때마다 매번 동일한 힘을 가할 수는 없다는 것이 문제. 더욱 신뢰성 높고 강력한 힘이 필요했다. 필자가 고안한 방법은 철제 프레임 위에서 65㎏의 폐금속 뭉치를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자동차 배터리 용접기(본지 2014년 7월호 참조)를 사용해 I빔을 비계로 만들었다. 이 삼각형 조립체가 금형과 화폐판금을 일렬로 붙들고 있게 된다. 이후 도르래를 사용해 해머를 프레임 위에 매달고 그 해머를 1.5m 상공에서 떨어뜨리면 해머가 볼트로 만든 공이를 강하게 타격한다. 그러면 공이가 화폐판금에 100톤 이상의 충격을 가한다.
여러 개의 기다란 스프링클러 파이프로 수직 유도로를 제작, 타격 후 해머가 엉뚱한 방향으로 튕기는 것을 막았다. 이제 조수 한 명만 구하면 나만의 동전을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다.
144톤 제작 과정에서 동전에 가해지는 제곱인치(6.45cm2)당 압력. 코끼리 24마리가 우표만한 면적에 가하는 압력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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