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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항공여행

How Sneeze Particles Travel Inside Airplane

최근 서아프리카발 에볼라바이러스가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보건전문가들은 이러한 바이러스들이 항공기나 선박을 통해 대륙을 이동해 전 세계로 확산된다고 분석한다.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에이즈를 전파한 주범이 동성애자나 오염된 주사기가 아니라 항공기라는 얘기도 일정부분 설득력을 갖춘 주장인 셈이다. 그만큼 항공기는 질병전파의 주범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 연방항공청(FAA)이 기내에서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전파 과정을 규명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독감 바이러스, 즉 인플루엔자는 공기로 전파되는 대표적 전염성 병원균이다. 흔하디흔한 바이러스라고 무시한다면 오산이다. 매년 미국에서만 수천만 명이 감염돼 그중 약 5만명이 사망에 이르고 있다. 날카로운 발톱을 감춘 채 공격할 기회를 노리고 있는 무서운 녀석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염성 호흡기 질환 환자가 있다면 가급적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밀폐된 공간인 항공기 내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거리를 두는데 한계가 있다. 물론 항공기 내부의 환기시스템은 생각 이상으로 훌륭하다. 비행 중 엔진이 흡입한 공기의 일부를 적절한 과정을 거쳐 여과해 실내에 공급한다. 또한 기압 유지를 위해 공급된 공기를 외부로 내보낸다. 이 과정이 연속적으로 반복되면서 대략 2분 정도면 항공기 내부의 공기가 새로운 공기로 전면 교체된다.

이처럼 우수한 환기시스템 하에서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감염이 이뤄질 수 있을까. 이 의문을 해소하고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미 연방항공청(FAA)의 여객기 객실 환경 연구(ACER) 센터가 정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기업 앤시스와 함께 독감 환자가 기내에서 재채기를 했을 때 분출되는 체액 입자들에 의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전파 양상을 컴퓨터 유체역학 기술을 이용해 시뮬레이션 했다.





시뮬레이션 영상은 1만2,000m 상공을 비행 중인 여객기의 객실 한가운데 앉은 감기환자가 재채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자 환자의 코에서 나온 체액 입자들이 뿜어져 나와 승객들의 머리 위쪽으로 구름처럼 떠오른다. 그리고 이 구름이 조금씩 옅어지면서 기내 전체로 확산된다.

이 시뮬레이션의 결론은 심플하다. 기내에서 분출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전 좌석으로 퍼지며, 독감 환자의 근처에 있을수록 감염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항공기는 비교적 협소한 공간에 수백 명의 승객이 탑승하고,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는 중간에 내릴 방법이 없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보면 감염자를 늘리기에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그리고 FAA의 시뮬레이션에서 증명됐듯 2분 이내에 바이러스가 전 좌석으로 확산되므로 이론상 환자 1명만으로도 전 승객이 감염될 수 있다.



물론 우리에게는 인플루엔자 백신이 있다. 하지만 사실상 100%의 예방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인플루엔자는 종류도 많은데다 변종의 출현 빈도도 높기로 소문난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약사들도 매년 모든 인플루엔자 백신을 생산하지는 못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해마다 유행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3종을 예측해 발표하면 그 백신만 생산해 보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국 보건당국이 항공기 내부에서의 감염 방지에 고심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FAA의 경우 지난 2002년 사스(SARS)가 창궐한 이후부터 ACER을 창설, 관련연구를 수행해오고 있다. 당시 사스바이러스가 신속하게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대륙으로 전파될 수 있었던 것도 항공기를 이용한 감염자의 이동에 의해서 였다. 현재 이 연구센터에서는 객실 내 바이러스탐지시스템과 오염물의 이동 경로 파악 기술을 집중 연구 중이다. 이번에 앤시스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전파를 시뮬레이션 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ACER 센터 연구팀은 2분마다 순환되는 여객기 실내의 공기흐름을 정확히 묘사하기 위해 객실 천장의 에어컨디셔닝 노즐의 위치부터 승무원들이 카트를 끌고 이동할 때 나타나는 공기흐름의 변화까지 작은 변수 하나도 놓치지 않고 계산에 넣었다고 한다.

연구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바이러스를 포함한 여타 오염물질의 기내 확산 시나리오를 수백 가지 구축할 계획”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FAA에 항공기 실내를 더욱 안전하고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조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50,000,000명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에 의해 2년간 희생된 사망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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