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경제가 급성장하며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물론 에볼라 같은 장애물도 많다. 하지만 이제 비로소 그 잠재력을 발휘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
BY VIVIENNE WALT
Graphic by Nicolas Rapp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쇼핑몰 건설업자 어윈 바르칸 Irwin Barkan은 프로젝트 하나 없이 버몬트 Vermont 교외지역의 자택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컴퓨터를 켜자 절친한 친구의 아들인 몰리 고든 Morley Gordon의 이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갓난 아기였을 때부터 보아 왔던 고든이 어느새 한 미국업체의 컨설턴트가 되어 아프리카 출장을 다니던 중 이메일을 보낸 것이었다. 고든의 이메일에는 ‘어윈 삼촌, 아프리카에서 부동산사업을 하는 걸 한번 고려해 보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보스턴에 본사를 둔 바르칸의 아이제이 바르칸 주식회사 I.J. Barkan Inc.는 1984년부터 쇼핑센터를 건설하고 있었다. 바르칸은 경기침체가 그의 사업에 찬물을 끼얹었고, 아내 린지 Lindsay와 함께 운영하는 이 업체는 이미 “가망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에겐 당시 아프리카 환경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 바르칸(63)은 찌는듯한 열대야가 한창인 서아프리카 가나 Ghana의 수도 아크라 Accra의 어느 야외 재즈클럽에 앉아 있다. 맥주를 앞에 둔 그는 “아프리카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며 “대부분의 미국 사업가들이 생각하는 것과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아프라카는 정글과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바르칸에게 아프리카는 2011년까지 가늠할 수 없는 존재였다. 당시 떠밀리듯 은퇴를 한 후, 풀이 죽어 있던 그는 어느 날 아침 우연히 월마트 관련 기사를 읽었다(월마트의 뉴 잉글랜드 New England 지역 첫 번째 매장은 1980년대에 바르칸 소유의 부동산에서 오픈했고, 오랜 기간 바르칸의 부동산을 임대했다). 포춘 500대 기업 1위를 차지한 월마트가 아프리카 최대 소매업체의 운영지분을 24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아프리카 대륙 소비자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에 바르칸은 무릎을 탁 쳤다. 그는 “바로 그 때가 유레카의 순간이었다. ‘아프리카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바르칸은 고든과 함께 지도를 세세히 살펴보며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그 후 2주간 가나로 출장을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가나는 댈러스에 기반을 둔 코스모스 에너지 Kosmos Energy가 거대 연안 시추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한 국가이자, 경제가 성장기에 있으며, 국민이 영어를 사용하는 곳이었다. 가나에 도착한 지 며칠 만에 다양한 사업기회를 발견한 바르칸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4년 동안 침체에 빠져 있던 미국에 있다가 가나를 방문했다. 미국에선 모든 사람들이 항상 불행하고 걱정거리가 많았다”며 “집에 돌아온 후 아프리카에 나의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아프리카는 바르칸이 표현했던 것처럼 더 이상 ‘정글’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업가는 아프리카를 여전히 21세기에 개발이 가능한 시장으로 보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 경제는 2000년 이후 급성장을 시작했다. 금, 구리, 철광석, 아연, 백금, 석유 등 아프리카에 풍부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규모의 신규 석유 및 가스 시추가 시작되기도 했고, 여러 서방정부가 수십억 달러에 달하던 아프리카 정부의 부채를 탕감해 주기도 했다. 수십 년 만에 발생한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성장률은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IMF에서는 8억 명 이상이 거주하는 사하라 이남 지역 48개국의 평균 성장률이 5.4%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 평균 3.6%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석유매장량이 풍부한 나이지리아는 지난해 6.2%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4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굳건히 지키고 있던 아프리카 최대경제대국 지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소국에 속하는 시에라리온 Sierra Leone도 지난 해 1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안타깝게도 에볼라가 창궐해 경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아프리카 전체 인구 또한 급증하고 있다. 2050년 쯤에는 나이지리아 인구가 미국인 수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UN에서는 2035년 무렵이면 아프리카 인구의 절반 정도가 도시에 거주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깡마른 몸으로 농사를 통해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던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현금이 생기면서 소비를 시작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대부분 수입품에 속하는 소비재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그러한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1억 7,000만 명에 이르는 나이지리아인이 현재 수입 토마토 페이스트 및 쌀의 세계 최대 소비자로 떠올랐으며, 프랑스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샴페인을 소비하고 있다.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은 오랫동안 크게 두 가지로 양분되어 있었다. 심각한 빈곤과 갈등의 땅이라는 시각과 숭고한 황무지의 대륙이라는 시각이다. 이젠 세 번째 시각이 등장했다. ‘부상하는 아프리카’가 바로 그것이다. 심각한 제한요소-전기, 철도, 공항 및 포장도로의 만성적인 부족-로 인식됐던 부분이 경제성장과 함께 오히려 놀라운 사업 기회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투자자들이 경쟁자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급증하는 수요를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칠 리가 만무하다.
지난 8월 버락 오바마 Barack Obama 대통령은 사상 최초로 워싱턴에서 미국과 아프리카 사이의 경제정상회의를 개최했고, 이 자리에 수십 명의 아프리카 정상이 참석했다. 이 회의는 가난한 이들을 구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던 과거와 성격이 달랐다. 수십 년간 이어진 아프리카 정부 지원금이 무색해질 만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 체결이 주된 내용이었다. 단고테 그룹 Dangote Group의 CEO로 나이지리아 시멘트업계 대부호인 알리코 단고테 Aliko Dangote(추정자산 240억 달러로 아프리카 최고 갑부다)는 송전선이나 석탄정제시설 같은 전력 기간산업 투자를 위해 블랙스톤 그룹 Blackstone Group과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단고테는 뒤이어 석유정제시설 투자를 위해 칼라일 그룹 Carlyle Group과도 계약을 마무리했다. 불과 몇 개월 전, 칼라일 그룹은 6억 9,800만 달러 규모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펀드(Sub-Saharan Africa Fund) 투자유치를 성사시켰다. 첫 투자처로 탄자니아 Tanzania의 공급망업체와 모잠비크 Mozambique의 물류업체를 선택했다.
미국의 투자대상은 기간시설에 그치지 않는다. 뉴욕 헤지펀드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 Tiger Global Management는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방송국 이로코 파트너스 Iroko Partners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나이지리아 거대 도시 라고스 Lagos에 본사를 둔 이로코 파트너스는 불과 4년 전 유튜브 채널로 시작한 방송국이다. 프록터 앤드 갬블 Procter & Gamble은 내년 라고스 근처에 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공장을 오픈할 예정이며, 이곳에서 기저귀를 비롯한 유아용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제조업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미국의 몇몇 거대 업체는 이제 아프리카를 흰 도화지라고 여기고 있다. 기간산업의 도움 없이도 제품을 창조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IBM과 필립스는 올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Nairobi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연구소를 오픈했다. 이 지역에서 태양광 기기부터 의료기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설계할 계획이다. 지난 2월에는 케냐업체 음코파 M-Kopa가 셸 재단(Shell Foundation)과 게이츠 재단(Gates Foundation)의 투자를 받아 태양광발전 전력을 주택에까지 공급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는 휴대폰을 통해 전기요금을 결제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은행 방문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모바일폰 뱅킹서비스가 대륙 전역에 걸쳐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케냐 통신사 사파리콤 Safaricom과 영국 통신사 보다콤 Vodacom이 개발한 케냐의 음페사 M-Pesa 휴대폰 결제 시스템의 거래규모는 현재 케냐 총 GDP의 4분의 1에 이르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교통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사실도 사업기회로 이어지고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둔 판아프리카 인베스트먼트 PanAfrican Investment-타임워너 Time Warner CEO 출신 리처드 파슨스 Richard Parsons와 에스티 로더 Estee Lauder 중역 출신 로널드 로더 Ronald Lauder가 2001년 설립했다-는 뫼비우스 모터스 Mobius Motors라는 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이 업체는 케냐에서 제작한 저가형 오프로드 자동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또 스위스 컨소시엄 Swiss consortium은 케냐에서 플라잉 동키 Flying Donkey라는 이름의 운송용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이 드론은 약 20kg의 물체를 약 48km 옮기는 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아프리카에선 질퍽거리는 도로 사정 탓에 정상적인 자동차와 충분한 연료가 있다고 해도 몇 시간쯤 걸리는 게 다반사다). 이 회사는 5월부터 드론을 2,500달러의 가격으로 판매하기 시작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드론을 택시처럼 시간 단위로 대여하는 사업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에서 휼렛 패커드 Hewlett-Packard의 판매 책임자를 역임한 사이먼 존슨 Simon Johnson은 현재 플라잉 동키의 총책임자다. 그는 “예전에는 휴대폰 구입 여력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현재는 아프리카의 국민 모두가 휴대폰을 한 대씩 보유하고 있다”며 “휴대폰의 사례를 보면 아프리카에서도 놀라운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몰려드는 투자와 함께 아프리카로 유입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월가나 런던 금융업계에서 일했던 이들을 포함해 서방에서 수년간 근무한 아프리카인 수백 명이 귀향하고 있는 것이다. 비아콤 인터내셔널 Viacom International의 아프리카 담당 수석 부사장 알렉스 오코시 Alex Okosi(39)는 2005년 그의 고향 나이지리아로 돌아왔다. 미국 MTV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그는 아프리카로 방송지역을 확대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확신했고, 자신의 상사를 설득해 귀향에 성공했다. 오코시는 “설득하는 데 힘이 들었지만 마침내 요하네스버그 Johannesburg와 라고스에 지사를 오픈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이 사업은 비아콤 입장에서 효과적인 투자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코시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로의 귀향이 처음 시작된 건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부터였다. 수많은 아프리카인이 해외에서 직장을 잃었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고향에서의 미래가 더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GE의 서아프리카 담당 매니징 디렉터 레슬리 아뤼나 넬슨 Leslie Aruna Nelson은 “지금 세대는 30대 중반에 고향으로 U턴을 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좀 더 일찍 돌아오는 편이며, 많은 이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의 가나인 가정에서 성장한 넬슨(40)은 뉴욕대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았고, 맨해튼의 GE 캐피털 GE Capital에서 근무했다. 2009년에 아크라로 돌아와 GE의 서아프리카 지사를 열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사례가 귀향하는 사람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향으로 돌아오면 빠르게 높은 직급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기업 입장에서 보더라도 서방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인재가 아프리카 사업방식을 알고 있으면 유리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아프리카인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넬슨은 자신이 고향에서 지사를 열었을 때, GE의 전문분야인 발전소, 의료기기, 물관리와 같은 부분에서 미개척 시장이 거대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프리카에 대해 “순수한 기회가 가득한 순수한 백색의 공간”이라고 묘사했다.
아프리카 대륙 여러 곳을 돌아보면, 아프리카의 사업 잠재력에 대해 쉴새 없이 말하는 사람을 자주 만날 수 있다. 때로는 거의 질릴 지경이다. 많은 사람들이 빈털터리에서 시작해 갑부가 된 이야기(최소한 빈털터리에서 시작해 갑부가 되는 사업계획)를 늘어놓으며 아프리카의 전망이 매우 밝다고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그 끝없는 가능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제정신으로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는 산재해 있다. 올해 초만 해도 기니 Guinea의 에볼라 창궐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현재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Liberia의 경제는 에볼라로 거대한 위기에 처해 있다. IMF에서는 지난 9월 이들 3개국의 성장 예상치를 큰 폭으로 하향조정했으며, 에볼라가 다른 서아프리카 국가로 퍼질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여러 경제학자와 애널리스트는 빠른 성장과 수익에만 몰두하는 투자자들이 좀 더 심오한 문제를 지나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거대한 자금흐름을 통해 빈곤으로 고통 받는 수백만의 아프리카인들에게 도움을 줄 것인가, 아니면 단지 소수의 현지인과 외국 기업의 배만 불릴 것인가와 같은 문제가 그중 하나다. 이에 대한 답이 소비시장의 전망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뉴욕의 자문기관 유라시아 그룹 Eurasia Group은 지난 8월 소식지를 통해 자사 고객들에게 아프리카에 대한 경고를 한 바 있다. 미국발 투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아프리카 전력 분야의 경우 “종종 부패, 정치적 기득권, 장기 지연, 비효율적인 준정부기관 등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륙 전역에 걸쳐 실업문제가 심각한 아프리카에서는 48%의 인구가 하루 1.25달러 이하의 생활비로 연명하고 있다. 지도자들은 이 같은 상황을 하루빨리 극복해야만 국가 안정성을 바랄 수 있다고 말한다. 가나 대통령 존 드라마니 마하마 John Dramani Mahama는 아크라가 내려다 보이는 커다란 집무실에 앉아 “우리는 아랍의 봄을 통해 (저급한 생활환경의 결과를) 목격했다”며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일으킬 수 있는 사회적 폭발을 피하기 위해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크라의 한쪽에서 아프리카 경제 개혁 위원회(African Council of Economic Transformation)의 수장을 맡고 있는 경제학자 케이와이 아모아코 K.Y. Amoako는 막대한 해외투자금의 유입이 아프리카인 대부분의 삶을 바꾸지 못한다면 아프리카의 경제발전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상하는 아프리카’ 이야기의 큰 틀은 이렇다. 성장지수가 놀라울 정도로 높지만 그 자체가 지속가능할지도, 일자리창출로 이어질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왜 이곳에 공장을 짓지 않겠는가? 동남아시아에도 중국에도 짓고 있지만, 아프리카에는 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 Abuja에서 아프리카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개최됐을 때, 수백 명의 미국과 아시아, 유럽 기업 대표들을 만난 아프리카 정부 지도자들은 이러한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전달하고 싶지 않았다. 당시 주요 뉴스는 아프리카 대륙에 새로운 자금이 홍수처럼 밀려든다는 것이었다. 이는 여러 아프리카 정부가 공동 투자·소유하고 있는 아프리카 개발은행(African Development Bank)을 통해 잘 나타나고 있다. 올해 아프리카에 대한 해외투자는 843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부자 포럼에 참석한 퍼스트 뱅크 나이지리아 First Bank Nigeria의 CEO 스티븐 올라비시 오나사냐 Stephen Olabisi Onasanya는 투자자 및 정부인사와 진행한 작은 회의에서 “기회가 많아 깜짝 놀랐다. 지금 아프리카에 투자할 기회를 놓친다면 나중에는 너무 늦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부자 회의의 여러 홀과 회의실에 모습을 보인 낙천주의자들과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는 매우 극명하게 보인다. 나이지리아가 아프리카 최대 경제대국이라는 사실이 1개월 전에 발표됐고,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 새로운 지위를 뽐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강경 이슬람 테러단체 보코 하람 Boko Haram이 포럼 개최 며칠 전 2개의 거대한 자동차 폭탄을 수도에서 폭파시켜 100명의 민간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또 이 사건 1개월 전에는 나이지리아 북쪽에서 300명의 여학생을 납치해 세계적인 공분을 사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러한 위기에 서툴게 대처하는 정부의 모습에도 분노했다. 이 같은 문제는 포럼의 거의 모든 논의에서 언급됐다. 포럼 개최일에 아부자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린 필자는 도시를 방문하는 대표자 안내 준비에 한창인 나이지리아 중무장 군인을 목격할 수 있었다. 3일간의 포럼 기간 동안 거리는 수천 명의 군인으로 붐볐고, 여러 대표자들은 군대가 대표자를 호위하기보단 납치된 여학생들을 찾아나서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공개적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세계경제포럼을 개최하는 입장에서 위기의 순간이 좋지 않은 시기에 나타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투자자의 입장에선 아프리카에 밝은 전망과 심각한 문제가 공존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대규모 폭력 사건과 부패 스캔들 등으로 나이지리아의 화폐 나이라 naira의 달러 대비 가치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Central African Republic)과 남수단(South Sudan)에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은행 CEO인 오나사냐는 포럼에 참석한 패널들에게 “오늘날 아프리카보다 더 좋은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하지만 아프리카의 리스크도 함께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아프리카를 방문해 보면 사업을 할 때 직면할 또 다른 장애물을 확인할 수 있다. 나이지리아발 가나행 비행기표를 (이 지역 유일 항공사를 통해) 사는 데 필요한 현지 화폐를 확보하기 위해 필자는 라고스의 무더운 거리를 몇 시간이나 걸어 다녔다. 현금인출기는 일부만이 작동하고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해외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인출기는 극소수였다. 한참을 돌아다닌 후에야 겨우 항공사 사무실에 화폐뭉치를 가져갈 수 있었다. 인구 2,100만이 살고 있는 라고스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기업에 따르면, 문서 전달(우편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는다)이나 주유소에서 줄을 서는 일 등 단순업무 때문에 몇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다수의 아프리카 도시처럼 라고스 거리 곳곳에는 전력 수요에 비해 발전소 발전량이 너무 적기 때문에 모든 건물 외부에 디젤 발전기가 굉음을 내고 있다. 만성적인 전력부족 탓에 일차리 창출효과가 분명한 제조업 계획을 세우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예컨대 아프리카의 임금수준은 낮은 편이지만 전력문제 탓에 아시아보다 더 높은 운영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는 모든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신의 가족경영기업이 나이지리아에 25개의 KFC를 소유하고 있는 나이지리아 사업가 아디티야 셀라람 Aditya Chellaram은 “나이지리아에서 KFC로 큰 성공을 거두길 원한다”며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이 진짜 문제다”라고 말했다.
2012년 초 쇼핑몰 건설업자 어윈 바르칸이 버몬트 자택 문을 걸어잠그고 가나로 이주할 때, 그는 과장된 이야기와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바르칸이 아프리카로 이주하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을 했을 때, 친구들 대부분은 그를 미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르칸은 정확한 데이터를 믿었다. 그는 서아프리카, 특히 가나가 세계에서 가장 급속하게 성장하는 시장이었으며 “다른 지역은 가망이 없었다”고 밝혔다. 바르칸은 아프리카 개발을 위해 뉴욕 부동산 개발업자 대니얼 로즈 Daniel Rose를 주요 투자자 및 회장으로 내세워 비지아이 BGI라는 새로운 업체를 설립했다. 잠재력은 분명해 보였다. 2,300만 명이 사는 가나에는 쇼핑몰이 단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문제점도 역시 분명했다.
쇼핑몰 개발계획에는 수많은 난제들이 있었다. 바르칸은 부동산 계약절차 등과 같은 분야에서 수십 년간 쌓은 부동산업계 경험을 하나도 활용할 수 없었다. 가나에선 부족장이 토지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 권리증서가 존재하는 경우도 드물다. 바르칸은 한창 발전 중인 아크라 중산층 교외지역에서 90에이커(약 11만 평)의 미개발 습지를 발견했고, 그곳을 쇼핑몰 건설에 적합한 장소로 선택했다. 지역 족장에게 부지 사용을 대가로 325달러를 지불했지만, 8개월 후에 그 족장이 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맬럼 정션 Mallam Junction이라 불리는 이 쇼핑몰은 2016년에 개점할 예정이다. 100개의 매장과 3성급 호텔이 들어서는 이곳은 가나 최대 규모의 쇼핑센터가 될 것이다. 바르칸은 아샨티 Ashanti 부족의 왕과 파트너십을 맺고 가나 최대도시 쿠마시 Kumasi에도 쇼핑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아샨티 부족은 한때 서아프리카 다수의 지역을 지배했으며 현재 세계 2위 규모의 금광지역 한가운데에 거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바르칸의 사업계획에는 실제로 수많은 리스크가 있으며, 그중 대부분은 그가 제어할 수 없는 것들이다. 여러 서방 정부는 안정된 민주선거, 폭력사태의 낮은 빈도, 사업 번성 등을 이유로 여전히 가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당선 후 이뤄진 아프리카 순방에서 아크라를 가장 먼저 방문했고, 의회 연설에서 가나를 “아프리카 국가 중 너무나도 자주 간과되어 왔다”고 묘사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에 달하는 물가상승률과 10.5%에 이르는 재정적자비율이 가나의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 가나 화폐 세디 cedi도 2014년에 달러 대비 20% 이상 평가절하됐다. 이로 인해 가나인 수백만 명은 바르칸의 쇼핑몰에서 판매할 수입품을 살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됐다. 또 가나의 마하마 Mahama 대통령은 지난 6월 새로운 경제 개혁안을 발표했으나 강력한 정치적 반대에 부딪히고 있고, 방만한 공공분야를 축소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라시아 그룹의 선임 아프리카 애널리스트 필리페 드 퐁테 Philippe de Pontet는 6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새로운 방안이 일관성 있는 전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임시적인 전술로는 가나의 경제위기를 이른 시일 내에 타파하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하마 대통령은 넓은 집무실에 앉아 가나의 경제회복을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일랜드조차도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4년이 걸렸다”고 지적하며 “적자문제를 풀어가는 데에는 몇 년이 걸리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어려운 시기지만 여러 아프리카 국가는 물론 가나에 투자하는 것이 미국 업체 입장에서 현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자가 미국 투자자에게 아프리카 시장을 어필할 방법을 마하마에게 묻자, 그는 “돈이다. 이윤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사업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프리카의 중산층 성장률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며 가처분소득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주택건설 및 라이프스타일 제품의 수요가 존재한다”고 지체 없이 답했다.
바르칸은 인내심이 많은 인물이다. 가나의 어려운 현재 상황을 상승곡선 도중에 마주친 ‘사소한 문제’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는 아프리카로의 이주를 자신이 내린 최고의 결정이라고 확신한다. 바르칸은 “내가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나 유럽 기업이 벌써 수년째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왜 더 많은 미국 기업이 이를 뒤따르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그는 “이곳이 바로 30년 전의 아시아”라며 “이유는 모르겠지만 투자를 통해 향후 30년간 변화가 일어날 곳이 아프리카라는 사실을 가장 마지막으로 인정한 이들이 바로 미국 투자자”라고 덧붙였다.
어느 날 아침, 바르칸은 아크라에 위치한 자신의 개조된 빌라 내 사무실에서 필자에게 자신과 회장 로즈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두 사람을 부족의 ‘개발성장 족장’으로 선임하는 행사에서 가나 전통 의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었다. 말이 많고 사교적인 바르칸은 외교관과 친분을 쌓고, 대통령과 회의를 하는 새로운 삶에 자기 자신을 내던졌다. 그는 “60세까지 미국에서 살았다”며 “5년 전 내가 아프리카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 당신은 ‘무슨 헛소리요?’라고 말했을 것이다. 지금은 이보다 더 행복할 수도, 더 놀랄 수도 없다”고 말했다. 마침내 아프리카가 그 잠재력을 발휘한다면, 바르칸은 곧 수많은 회사들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