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잇세컨즈는 제일모직 이서현 사장이 공들여 만든 국내 SPA브랜드이다. 론칭 2년 만에 매출 1,300억 원을 기록하며 SPA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혹자는 “삼성 일등주의가 만든 SPA브랜드”라고 말한다. 에잇세컨즈는 올해를 해외진출 원년으로 삼고 중국에도 진출한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국내 토종 SPA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의 야심작이다. 2012년 론칭 첫해 매출 600억 원, 2013년 1,300억 원을 달성하며 유니클로, H&M, ZARA 등 글로벌 브랜드가 주도하는 SPA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유니클로가 한국 진출 4년 만에 이룬 매출 1,000억 원을 에잇세컨즈는 2년 만에 달성한 것이다. 매출뿐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 역시 상당하다. 얼마 전 한 조사기관이 대학생을 상대로 실시한 SPA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에잇세컨즈는 2위를 차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개 브랜드가 론칭부터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기간을 5년으로 계획한다. 그런 점에서 에잇세컨즈는 상당히 성공한 케이스이다”라고 말했다.
제일모직이 이처럼 성장한 데는 다른 SPA브랜드와 차별화한 전략도 있었지만 삼성 오너가의 절대적 지지도 한몫했다. 에잇세컨즈는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이 3년여 동안 업계를 공부하고 준비한 브랜드이다. 이 사장은 정기적으로 TF팀과 회의를 하며 모든 사안을 챙겼고 각 매장 디스플레이도 직접 챙길 만큼 에잇세컨즈의 성공에 매달렸다. 이서현 사장이 SPA브랜드에 승부를 건 이유는 세계 패션산업의 키워드가 ‘SPA’임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고 트렌드에 민감한 이 사장은 2000년대 초 유럽에서 시작된 SPA 열풍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심 있게 지켜봤다. 이 사장은 정체된 한국 패션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국내 SPA 브랜드를 육성해 해외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에잇세컨즈는 당초 기획 단계부터 국내 시장을 발판 삼아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였고 이제 본격적인 승부를 남겨둔 셈이다.
이서현 사장의 예상처럼 2008년 5,000억 원 수준이던 국내 SPA 시장 규모는 이제 3조 원을 넘어서며 패션 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SPA 도입기부터 지금까지는 글로벌 SPA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브랜드는 ‘유니클로’다. 작년 100호 점을 돌파하면서 매출 성장률도 30% 이상을 기록했다. ‘H&M’은 이보다 매장 수는 훨씬 적지만 점포당 매출은 가장 높다. ‘H&M’은 작년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스페인 SPA브랜드 ‘ZARA’ 역시 꾸준한 성장을 보이며 작년 2,5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들 3개 브랜드가 국내 SPA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대략 16개에 이르는 국내 SPA 브랜드 몫이다. 국내 SPA 중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에잇세컨즈, 탑텐, 스파오의 매출을 다 합치더라도 3,000억 원 미만으로 작년 6,500억 원 매출을 기록한 유니클로의 반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많은 패션 전문가들은 신생브랜드 ‘에잇세컨즈’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에잇세컨즈는 무리한 확장보다는 색다른 전략을 계속해서 내놓으며 혁신적인 브랜드 가치를 쌓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에잇세컨즈는 획일화된 인테리어에 대한 시각을 과감히 탈피했다.
에잇세컨즈 관계자는 “SPA브랜드가 추구하는 공간 가치는 대개 합리적 가격과 품질을 쇼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에잇세컨즈는 여기에 문화적 체험을 누릴 수 있도록 콘셉트스토어를 마련했다”고 설명한다.콘셉트스토어는 매장을 물건 파는 공간에서 아티스트들의 전시와 공연, 스타일링 클래스 등도 함께 경험하는 곳으로 확장시킨 개념이다.
에잇세컨즈 가로수길 1호점 1층에는 카페 ‘버티컬 가든’과 꽃집이 있고, 매장 곳곳에 휴식공간이 설치돼 있다. 이는 동행한 가족, 친구, 연인들과 한 장소에서 먹고 마시며 쇼핑하는 젊은 세대들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강남역 앞 매장은 매장 앞 50평 규모의 공간을 만남의 광장으로 조성해 매장 방문객 외에도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공간을 통해 에잇세컨즈 브랜드를 좀 더 편안하고 친숙하게 알리는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이 밖에도 각 에잇세컨즈 매장의 특성을 고려해 건물의 테라스, 옥상 공간을 휴식,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에잇세컨즈 관계자는 “글로벌 SPA의 경우 한국인 체형이나 피부톤, 문화 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에잇세컨즈는 한국인의 유형별 특징을 기반으로 정서와 문화,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상품을 출시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SPA브랜드와 비교해 품질대비 가격 경쟁력도 상당하다. 론칭 당시 에잇세컨즈는 스페인 SPA브랜드 ZARA보다 30% 정도 저렴한 가격을 책정했다.
이런 혁신적인 공간전략이나 가격정책 등 에잇세컨즈의 다양한 시도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이서현 사장이 주도하는 만큼 삼성의 일등주의가 에잇세컨즈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기 때문일 것”이라 말했다. 에잇세컨즈는 제일모직이 ‘또 하나의 빈폴’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브랜드이다. 빈폴은 1990년 중반 ‘더플코트’가 인기를 끌면서 주목받기 시작해, 2000년 들어 대학생들에 가장 각광받던 브랜드 ‘폴로’ 매출을 앞지르는 등 제일모직의 간판 브랜드 역할을 했다. 매출은 1989년 론칭 당시 50억 원에서 2013년 6,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중국 시장에 진출해 상하이에서 패션 브랜드 매출 1~2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제일모직은 빈폴을 롤모델 삼아 에잇세컨즈를 국내 최고 브랜드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에잇세컨즈 관계자는 “에잇세컨즈는 글로벌을 염두하고 기획, 론칭한 만큼 올 2015년엔 본격적으로 중국, 일본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에잇세컨즈는 올해 해외진출 1호점을 중국에 오픈할 계획이다.
에잇세컨즈 해외 진출은 제일모직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다. 2014년 12월 18일 상장 이벤트가 마무리되는 대로 제일모직은 글로벌 무대에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에잇세컨즈를 아시아 톱3 SPA에 올려놓겠다는 포부도 그 일환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통해 자금여력이 생긴 만큼 대대적인 투자로 공급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일모직 상장은 에잇세컨즈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라고 분석했다.
에잇세컨즈는‘2020년 매출 10조 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성패는 해외 시장에서 판가름 난다. 에잇세컨즈가 해외 진출 원년으로 삼은 2015년엔 그 성공여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패션업계 최초 모바일 결제 도입
모바일 결제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에잇세컨즈가 국내 패션업계 중 최초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에잇세컨즈는 최근 앱 카드 협의체(삼성, 현대, 롯데, 신한, 농협,국민카드)와 모바일 결제 인프라 구축을 마치고 전국 16개 매장에서 앱 결제가 가능하도록 환경을 구축했다. 현재까지 앱 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은 홈플러스,
롯데마트, 세븐일레븐, 하나로클럽 등 대형 마트 정도로 한정돼 있으며, 패션업계에선 에잇세컨즈가 유일하다. 앱 카드는 스마트폰에 관련 앱을 설치하고 신용카드번호를 등록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신용카드를 휴대할 필요가 없으며, 온라인 결제뿐 아니라 오프라인 결제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