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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흥미

[FORTUNE'S EXPERT] 송길영의 ‘마케팅 X파일’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새로움, 즉 낯섦을 느끼도록 하면 됩니다. 소비자들은 낯선 것에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2014년엔 우리나라에 손님들이 많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지요. 그전까지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 해는 2013년으로 1,200만 명이 조금 넘게 방문했는데, 이듬해인 2014년엔 1,4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광객이 왔다니 대단한 증가세입니다. 그 증가세의 비밀은 바로 600만 명에 이르는 유커(遊客)라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에 있습니다. 비중이 40%를 넘으니 이제 한국에서 중국사람을 보는 것은 매우 일상적인 일이 됐습니다.

이에 반해 일본인 관광객의 수는 계속 줄고 있습니다. 2012년 350만 명에서 2013년 270만 명으로 줄었던 일본 관광객의 수는 지난해 240만 명으로 더욱 감소하였습니다.

이는 한류라는 문화상품에서도 여실히 나타납니다. 우리나라 가수나 드라마들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던 것은 옛말이고, 오히려 이젠 중국에서 더 큰 대접을 받습니다.

한류는 K-Pop과 드라마, 그리고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되고 있습니다. 이를 빅 데이터를 통해 분석해 보면 공통점이 나타나는데 그것은 ‘스타일’입니다. 다시 말해 각 콘텐츠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스타일리시(Stylish)’ 하기 때문에 각광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글의 독자 층인 CEO들의 젊은 시절을 떠올려 봅시다. 주윤발의 트렌치코트와 입에 문 이쑤시개에 감동(?)해 따라한 기억이 있나요? 그것은 그 시절 홍콩의 감각이 우리보다 좀 더 스타일리시해 보였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한류도 주변 문화보다 스타일리시함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사그라들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 됩니다.

한류의 중심은 EXO라는 그룹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는데요, 최근 한국의 한 케이블 TV에서 제작한 ‘EXO의 쇼타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한국의 어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 프로그램을 보고 중국의 팬들은 한국에 성지순례를 옵니다. 이들의 하루 일정이 궁금하신가요?

오전 10시, 남산에 가서 멤버들이 탔던 케이블카에 탑승합니다. 낮 12시에는 명동에 가서 멤버들이 먹었던 회오리 감자를 시식하고요, 오후 2시에는 가로수길에 가서 멤버들이 들렀던 ‘그 편의점’(편의점은 중국에도 많이 있습니다!)을 방문합니다. 다시 오후 4시에는 멤버들의 소속사 앞에 가서 혹시 그들을 볼 수 있는지 행운을 시험해 보고, 오후 5시에는 멤버의 누님이 하신다는 교대 근처 카페를 방문한 후, 마지막으로 오후 7시에 멤버의 어머님이 하신다는 명일동 식당에서 파스타를 시식합니다. 이것이 ‘덕력 충만 소녀의 EXO 성지순례 서울 1일 코스’입니다.

이렇게 혼자 정보를 다 모아서 온다면 관광공사가 굳이 가이드북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차라리 한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팬심을 모아서 엮은 정보가 훨씬 낫지 않을까요?

이렇듯 커지는 중국 내 한류 관심에 반해 일본에서는 한류가 예전만큼 영향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환율의 영향과 양국 정치 관계의 소원함도 이유겠지만 ‘더 이상 새롭지 않다’는 분위기 역시 감지됩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나의 감각들을 쓸 필요 없이,기존에 연결된 시냅스의 고속도로를 통해서 무의식적으로 정보를 처리해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러분이 불이 꺼진 집에 들어가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화장실을 찾아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러다 보니 나의 감각이 무뎌지고 더이상 흥미를 끌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그에 반해 새롭다는 것은 환경에 대한 기존 지식이 없는 곳에 오롯이 놓여지게 되어 생존을 위해서 본능적으로 오감을 깨워야 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때 모든 감각에 힘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흥분된 상태가 되고, 이것이 나에게 떨림과 흥미로움으로 인지됩니다. 외국 여행에서 처음 가는 관광지를 보고 나면 심신이 녹초 상태가 되는 것은 이러한 감각기관을 총동원하며 쓴 에너지가 평상시보다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익숙해진다’는 것은 편안함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다른 편에서 보면 ‘흥미가 없어진다’는 것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새로움이라는 것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요?

최근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은 한국의 매력에 빠져서 다시 방문하기도 합니다. 다시 오는 경우에는 관광지보다 현지 한국사람들의 삶을 체험해보고 싶은 욕구에 서울역 대형마트에 들러서 한국인들처럼 쇼핑합니다. 과자나 라면 같이 일상적인 물건을 사는 체험을 하는 것이죠. 그러다가 마음에 들면 JTBC의 ‘비정상회담’ 출연진처럼 아예 눌러 살게 됩니다. 그리고 익숙해지면 MBC의 ‘헬로 이방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와 같이 그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발전합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관찰자에서 실행자의 입장으로 변모하며 한국이라는 장소에 동화되어 전체의 부분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여기에 기존 정주자인 한국인이 합세하게 됩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최근 서울여행이 뜨고 있습니다. 그저 살고 있는 곳이 아니라 관광지로서 서울을 새로 발견하는 것으로, 르네 마그리트의 1929년 작품인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와 같이 이미 알고 있던 평이한 대상에 새로이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네덜란드 설치 예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작품인 러버덕이 오는 순간 석촌호수는 더 이상 ‘석촌호수가 아닌 것’이 되었습니다. 그전까지 동네 주민들이 이따금씩 찾아오던 오래되고 별 볼일 없던 곳에 1톤의 고무 오리가 도착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역사적 순간을 사진에 담기 위해 모였습니다. 그야말로 인산인해였습니다. 터무니없이 거대한 고무 오리는 우리의 어린 시절, 수영장보다 크게 보이던 욕조 속에서 하던, 눈이 따가워 내키지 않았던 목욕의 추억을 고작 한달간만 떠올릴 수 있도록 허락하여 사적 기억의 공적 공유를 집단적으로 가능하게 해주었습니다. 이러한 한시성은 “가장 아름다운 것은 기쁨을 주는 동시에 또한 슬픔과 불안을 준다”던 헤르만 헤세의 말을 떠올리게 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감정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이제 이러한 낯섦은 기존의 정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살아가고 서로 동화되며, 변화의 주체로 서는 것을 통해 늘 확인됩니다. 서울 난개발의 흔적이라 할 수 있는 이화동에 벽화가 그려지고 외국인이 주로 찾는 관광명소가 되고 한국인들 역시 찾아가게 된 것 또한 같은 맥락입니다.

박제된, 보존된 한국이 아니라 주체와 객체가 만나 함께 변화하며 만들어나가는 한국이 항상 ‘새롭고’, ‘흥미롭습’니다. 새롭고, 흥미롭지 않으면 주목받지 못합니다. 주목(Attention)이 경제의 기본요소로 자리잡게 되는 세상에서 여러분의 사업은 어떠한 ‘새로움’을 주고 있나요? 새로운 것이란 완전히 없던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닌, 늘 있던 것에 ‘낯섦’을 부여하는 것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다음에 나오는 시의 한 구절과 같이 말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송길영 부사장은 사람의 마음을 캐는 Mind Miner이다. 소셜 빅데이터에서 인간의 마음을 읽고 해석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나아가 여기에서 얻은 다양한 이해를 여러 영역에 전달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활자를 끊임없이 읽는 잡식성 독자이며, 이종(異種)의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는 것을 즐긴다. 저서로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빅데이터에서 찾아낸 70억 욕망의 지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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