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AIIB 설립 추진을 어떻게 봐야 할까

[FORTUNE'S EXPERT] 윤창현의 경제전망대

중국이 아시아 국가에 대한 인프라 확충 자금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sia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이하 AIIB)’ 설립을 추진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2015년 말 출범 예정인 AIIB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AIIB 설립을 반대하는 미국의 입장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AIIB 가입 가능성이 큰 북한을 염두에 둔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2014년 12월 초 아시아개발은행 부설연구소(ADBI Asia Devel opment Bank Institute)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일이다. 당시 필자는 나카오 타케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Asia Development Bank) 총재에게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AIIB’ 설립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이라는 답변을 하면서도 “개선될 부분도 많다”고 언급했다. 공식입장과 거의 유사한 발언을 한 셈이지만, 부정적인 견해도 동시에 드러냄으로써 실제적 견해가 다를 수도 있다는 복잡한 속내를 내비친 것이었다.

2014년 10월 24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21개 국가들은 AIIB 출범을 준비하기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시진핑 주석에 의해 구상이 제시된 AIIB는 중국이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새로운 국제금융기구로, 아시아 국가에 대해 도로, 이동통신 등 인프라 확충 자금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기구는 2015년 말 공식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해각서에 서명한 21개국에는 중국, 방글라데시, 인도,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몽골, 네팔, 오만, 파키스탄, 카타르,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등 12개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미얀마, 브루나이,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9개국이 포함되어 있다.

아시아 국가들 중 발전이 더딘 지역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추가적인 기구를 설립하고 자금을 조성해 투자한다는 구상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아시아에선 이미 아시아개발은행이 이 역할을 하고 있다. AIIB 설립이 아시아개발은행에 대한 도전적인 시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 기구설립에 대한 논리는 분명하다. 아시아 국가들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2010-2020 아태지역의 에너지 교통 통신 용수 위생 분야의 인프라 수요’라는 다소 긴 제목의 아시아개발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20년 사이 아시아 지역 경제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소요되는 자금은 약 8조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ADB의 자본금 1,600억 달러에 세계은행(World Bank) 자본금 2,200억 달러를 합쳐도 약 3,80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아시아 지역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필요한 자금에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해당 지역 국가가 우선적으로 이를 조달해 집행해야겠지만, 국제금융기구도 이러한 수요를 감안해 자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상당 부분 액수가 모자란다. 물론 AIIB가 계획하고 있는 자본금도 1,000억 달러 수준이어서 필요한 액수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처럼 자금이 모자란 상황에서 1,000억 달러는 가뭄에 단비 수준은 될 수 있다. 중국은 전체 자본금 중 절반에 해당하는 500억 달러를 부담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니 이러한 아이디어에 대해 반대하기는 쉽지가 않다. 게다가 ADB와 세계은행은 환경보호, 빈곤퇴치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해 자금을 집행하고 있지만, AIIB는 인프라 구축에만 전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런 이유로 ADB와 세계은행은 공식적으로 AIIB 설립에 긍정적인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상황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주지하다시피 미국과 일본은 중국이 주도하는 AIIB 설립에 대해 부정적이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을 주도하고 있고, 이들 기구의 총재는 항상 미국과 일본 출신 인사들이 번갈아 가며 맡고 있다. AIIB 초대 총재로는 진리췬(金立群) 중국국제금융공사 회장이 유력시되고 있다. 진 회장은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 감독이사회 의장과 ADB 부총재를 역임한 국제금융전문가다. 이러니 구도는 분명해진다. 미국은 동맹국을 대상으로 AIIB 가입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고 있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와 호주, 인도네시아 등은 AIIB 출범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이 AIIB 설립을 반대하는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지배구조의 투명성 결여다. 중국 지분이 50%를 차지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운데다가 이사회가 상설화되어 있지 않고 1년에 두 번 정도 모이는 형식적인 구조로 설계되고 있다. 이사회는 집행부 중심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투명성이나 공정성이 떨어지고 중국의 독주를 막을 장치도 부족해진다. 둘째는 안전장치의 부재다. 환경, 노동, 조달자격 등 AIIB가 국제개발은행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규범들이 아직 제대로 설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AIIB 출범 준비 과정에서 세부사항을 논의하면서 ADB와 세계은행 등 국제개발은행들이 채택하고 있는 최적 관행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아직 신뢰하기는 힘들다.

중국과 미국이 AIIB 설립에 대해 대립각을 형성하는 것을 관찰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한 미국과 이에 도전하는 중국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중국 핵심인사들은 종종 “달러중심 국제금융체제인 브레튼우즈 체제가 낡았으니 새로 체제를 고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위안화를 제2 기축통화로 만들면서 미국중심 국제금융체제에 중국도 숟가락을 얹어 판을 흔들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위안화 국제화를 주요 목표로 설정한 상황에서 자국이 중심이 되는 국제금융기구를 설립·운영하는 것은 이러한 목표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위안화 국제화는 중국이 위치한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경우 아시아인프라 투자은행은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므로 중국이 매우 적극적으로 나설만한 이유가 있다.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해 지원 받도록 하는 경우 개발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자금지원에 따른 각종 의무사항 이행과정에서 북한의 개방이 상당 부분 촉진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라면 향후 북한도 긍정적으로 가입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우리도 AIIB 회원이 되면 북한과 다자구도 하에서 교류할 수 있는 등 상당한 긍정적 효과도 기대된다. 당장 AIIB 가입이 어렵더라도 중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다양한 옵션을 검토해야 할 때다.

윤창현 원장은…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 한국금융연구원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