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영에 복귀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광폭 횡보를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12월 7~9일 이라크 비스마야를 방문, 한화건설이 건설 중인 신도시 현장을 둘러보고 내전 위험에도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한화건설과 협력업체 임직원, 제3국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또 방문 기간 중 사미 알 아라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 의장도 면담했다.
김 회장은 장시간 비행과 급작스런 기후환경 변화가 건강 회복에 좋지 않다는 주치의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현지를 방문했다. 한화 측은 “김 회장님께서 이라크 사업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계시고, 또 글로벌 사업을 통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계셔서 방문을 강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최근 삼성 계열사 인수를 계기로 본사에 출근해 사실상 경영일선에 복귀한 상태다. 한화그룹은 11월 26일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 계열사를 약 2조 원에 인수하기로 해 재계를 깜짝 놀라게 했는데, 일주일 만인 12월 3일엔 김 회장이 서울 장교동 한화 사옥에 출근해 직무를 개시했다. 빅딜 발표는 김 회장 복귀의 신호탄이나 마찬가지였다. 12월 8일엔 태양광 사업체인 한화솔라원과 큐셀의 합병을 발표했다.
김 회장 복귀는 지난 2월 서울고법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등을 선고 받으며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난 지 10개월 만의 일이다. 김 회장은 2012년 8월 배임 등 혐의로 구속 수감된 바 있으며, 선고 이후 지난 11월까지 서울 인근 복지관에서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을 모두 채우고 복귀를 저울질해왔다.
하지만 아직은 반쪽짜리 복귀다. 현행법상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기까지 화약 등 방위산업 전문 업체인 한화의 대표이사를 맡을 수 없다. 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하며 암묵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계약 체결 등 법적 능력은 가질 수 없다. 이른 시일 내에 대표이사직까지 되찾으려면 사면이 유일한 방법이다. ‘한화를 정상화하기 위해선 오너의 결정력이 필요하다’는 게 설 특별사면을 앞두고 한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