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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스데이 프레퍼스: 알코올 증류기

Rebuild

문명 붕괴 이후 알코올은 어디서든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레어 아이템이 될 수 있다. 비단 음주가 아니더라도 휘발유의 대체재나 상처 소독제로서의 효용성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알코올 제조의 첫 단계는 당연히 발효다. 쌀, 맥아 같은 원료와 이스트균(효모균)을 기밀용기에 넣으면 이스트균이 당분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에탄올을 배출한다.

예컨대 맥아를 발효시킬 경우 알코올 도수 5~15%의 액체가 만들어진다. 이후 이 액체를 증류해 알코올 도수를 높일 수 있다. 이와 관련 과거 필자는 쓰레기통 속의 초코바와 너무 익어서 물러진 자두, 역겨울 만큼 달은 페이스트리 속재료 등으로 만든 맥아액(mesh)을 발효·증류시켜 술을 제조해본 경험이 있다. 필자가 사용한 환류(還流)식 증류기는 발효된 맥아액이 담긴 스테인리스강 용기를 프로판가스로 데운다.

증류는 알코올의 끓는점이 물보다 낮다는 점을 이용, 에탄올을 분리해내는 것으로 기화된 에탄올이 금속 굴뚝을 거쳐 구리 코일이 들어 있는 칵테일 셰이커로 들어간다. 이때 펌프로 구리 코일에 찬물을 통과시키면 에탄올이 응결되면서 액체가 된다. 다만 처음 나오는 약 100㏄의 액체는 버려야 한다. 음용 시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메탄올의 함량이 많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용기의 온도가 올라가면 에탄올에 더해 물도 끓는다. 그러면 에탄올 증기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고자 용기와 굴뚝 사이에 구리 냄비를 부착, 수증기가 냄비의 표면에 닿아 응결되면서 용기 속으로 다시 떨어지도록 했다.

물론 에탄올 증기는 계속해서 굴뚝을 지나 칵테일 셰이커로 유입된다. 이런 환류 시스템에 힘입어 이 증류기는 수차례의 증류가 가능하다. 이렇게 필자는 휘발유 엔진을 구동시킬 수도 있는 고순도의 에탄올을 분리해냈다. 여기에 물을 혼합, 알코올 도수를 65도로 낮춘 뒤 마셔봤는데 머리를 방망이로 맞은 듯 강력했지만 맛은 일품이었다.



90도 이 증류기로 분리한 에탄올의 알코올 도수.

Warning: 면허 없이 주류를 제조·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물론 지구에 재앙이 닥쳐 문명이 붕괴된 뒤라면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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