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증시 전망은 썩 밝질 못하다. 코스피지수 예상 밴드가 지난해보다 100포인트 이상이나 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이벤트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가로 올해 시장 변동성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연말·연초 세계 증시가 큰 혼돈에 빠져 있다. 국제유가 60달러 선이 붕괴됐고 엔저가 위험 수준까지 진행되고 있다. 올해 시행이 확실시되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유럽의 새로운 양적완화정책 등 예정된 시장 이벤트들도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종목별·상품별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골머리가 아프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시장 예측이 힘들다는 푸념도 나온다. 포춘코리아의 2015년 증시 전망 설문 조사에 참여한 6개 증권사 11명의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불확실성 증가’를 꼽았다.
전년 대비 낮아진 예상치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한 올해 코스피지수 밴드 평균은 1,834~2,180선이었다. 가장 보수적인 의견을 내놓은 곳은 KDB대우증권으로 1,750~2,050선을 예상했다. 가장 높은 예상치를 내놓은 곳은 한국투자증권으로 1,870~2,200선을 전망했다. 대신증권은 지수 하단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고점을 2,250으로 예상해 가장 높은 상단치를 내놓았다.
이들 예측은 2014년 전망에 비해 모두 크게 낮아진 것이다. 지난해 주요 증권사들의 2014 코스피 밴드 전망 평균치는 1,950~2,350선이었다. 드물기는 했지만 일부 증권사에선 코스피 상단으로 2,500~2,600선을 제시하는 곳도 있었다. 올해 예상 밴드가 낮아진 것은 그만큼 시장 전망이 어둡다는 방증이다.
가장 보수적인 전망치를 제시한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말한다. “2012년 이후 코스피 박스권 고점을 형성하고 있는 2,050선은 올해도 강한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기업이익이 정체돼 있고 러시아, 브라질 등의 신흥국 신용 리스크도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최근엔 선진국 중앙은행들에 대한 시장의 믿음도 약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긴축 정책이나 ECB의 양적완화에 따른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상하반기 엇갈린 시장 전망
전문가들은 올해 상하반기 시장 전망에서 상당히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고하저와 상저하고의 비율이 3:2로 의견이 팽팽히 갈리는 모습이다.
상고하저를 예상한 이경민 대신증권 글로벌 마켓전략실 연구원은 말한다. “3월까지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일본과 유럽의 통화정책 변화가 단기 충격을 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4월 이후 이들 통화정책으로 인한 유동성 증가가 확인되면서, 또 미국 이외 지역의 경기지표들도 순환적 회복을 보이면서 상반기 전체는 좋은 흐름을 보일 것 같습니다. 그에 반해 하반기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9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크고, 또 일본과 유럽의 2016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불안 심리가 더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코스피 밴드를 가장 높게 예상한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부장의 생각은 좀 다르다. 그는 하반기로 갈수록 증시에 긍정적인 상황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장기 저금리 기조와 더불어 배당 장려 및 규제 완화 등 시장 우호적인 정부정책 효과가 하반기로 갈수록 가시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추가적인 내수부양책이나 투자 진작책이 나올 수도 있고요. 미국의 긴축 우려는 유럽과 일본의 통화완화정책이 상당 부분 상쇄해 줄 것이라 예상합니다.”
달러 강세 및 엔화 약세 지속
국제 통화는 달러 강세 및 엔화 약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각 증권사 간 예상치가 상당한 차이를 보였지만, 전체 의견은 제한적인 상승에 그칠 것으로 모아졌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약세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을 고려할 때 여타 신흥국보다 원화가 더 약세를 보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원·달러 환율 1,150원을 제시해 평균 대비 좀 더 높은 수준의 달러 강세를 예상한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부장의 의견도 비슷했다. “미국의 본격적인 금리 인상과 일본 및 유로존의 양적완화 정책 기조로 달러화 강세는 올해도 유지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풍부한 경상수지 흑자로 외환공급이 비교적 여유로워 환율의 추가 상승폭은 제한적일 확률이 높습니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달러 대비 원화와 엔화의 약세 정도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올해 상반기까지도 원·달러 환율의 ‘엔 바라기’ 장세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엔저에 대한 우려가 깊어질수록 역내외 시장참여자들은 엔화의 움직임을 추종, (원·달러 및 시장) 포지션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 등을 고려하면 원화가 엔화보다 약세 폭이 작아 원·100엔 재정환율은 900원대 초반으로 하락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안갯속 기준금리 향방은?
지난해 말 KDI(한국개발연구원·Korea Development Institute) 등 주요 기관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낮춰 잡은 것을 계기로 시장에선 1분기 중 기준금리 인하를 유력시 하는 분위기가 퍼져나가고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과 박정원 대신증권 PB도 경기부양 차원에서 1분기 혹은 상반기에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올해 기준금리가 2.00%로 동결될 것이라 보는 주장도 만만찮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 증가와 전셋값 상승 등의 부작용을 고려하면 추가 금리 인하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정부는 기준금리 인하 대신 재정정책을 중심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부장 역시 “현재 금리 2.00%만 해도 미국 금융위기 수준까지 내려간 사상 최저치”라며 “리먼 파산 이상의 충격이 있기 전까진 기준금리를 더 내리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일부에서는 오히려 올해 하반기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GDP 갭(실제GDP와 잠재GDP 간의 차이)이 올해 하반기에 플러스권으로 진입할 것 같습니다.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선다는 말이죠. 또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을 때 자금 유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에선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인상 쪽에 무게가 실릴 것 같습니다.”
국제유가 제한적 반등 가능
국제유가는 공급 과다에 따른 저유가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현재 하락폭이 과도한 만큼 배럴당 70달러 선(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은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김학균 팀장은 말한다. “현재 단기적인 수급 불안정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분간은 국제유가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2분기 이후엔 계절 수요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기 때문에 이때부터는 반등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가 오히려 국제유가를 끌어올릴 것이란 의견도 있다. 서지영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말한다. “현재는 뚜렷한 개선 요인이 없어 국제유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정책 공조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국제 정책 공조 확대는 원유 수요 증가 기대로 이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투기자금도 다시 돌아와 국제유가가 어느 정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