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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획득한 14억 달러의 비밀

INSIDE ELON MUSK'S $1.4 BILLION SCORE

전기차 생산업체 테슬라의 CEO가 매력, 유혹, 압박, 조종, 재촉, 때론 허세까지 이용하며 네바다 사막에 들어설 초대형 배터리 공장에 대한 막대한 주 정부 보조금을 얻어냈다. 어떻게 이 같은 놀라운 일이 가능했을까?

일론 머스크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혁신의 아이콘이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 모터스, 민간 우주선 업체 스페이스X, 태양광 발전회사 솔라시티를 창업하며 전 세계 비즈니스맨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초대형 배터리 공장 부지를 놓고 미국 주 정부들과 협상을 벌여 막대한 보조금을 따냈다. 그렇다면 포춘의 레이더 망에 걸린 그의 내밀한 협상 줄다리기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됐을까. 그 자세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국립국어원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그의 이름을 엘론 머스크가 아닌, 일론 머스크로 표기한다). / 편집자 주
By Peter Elkind

요즘 일론 머스크는 스티브 잡스, 헨리 포드, 토머스 에디슨과 비교될 정도로 엄청난 신비감에 싸인 인물로 비쳐지고 있다. 43세인 그는 현재 (언젠가 차량 내 연소 기관을 완전히 없겠다고 공언한) 테슬라 모터스 Tesla Motors의 CEO를 맡고 있다. 머스크는 솔라시티 SolarCity의 회장이기도 하다. 이 회사의 태양전지판은 지구를 화석연료와 온난화로부터 구해줄 희망을 키우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머스크가 CEO로 있는 민간 우주선 기업 스페이스X는 화성 여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원대하고 담대한 꿈은 적어도 향후 수십 년 내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명석함, 비전, 원대한 야망 때문에 일론 머스크는 미래를 상징하는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9일 머스크의 어마어마한 인기를 실감케 하는 일이 하나 일어났다. 당시 그는 캘리포니아 호손 Hawthorne 공항에서 4,0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테슬라 모델 S의 신규 버전을 공개했다. 한 시간 후 저녁 9시, 록스타처럼 검은색 벨벳 블레이저를 입고 야외무대에 나타난 머스크는 단박에 스포트라이트 세례를 받았다. 스마트폰 카메라 플래시는 멈출 줄 몰랐고, 블로거들은 그의 농담을 실시간으로 포스팅했다. 머스크는 자신의 사진이 떠있는 대형 스크린 앞에 서서 새로운 ‘모델 S’의 4륜 구동 및 자동 조종기능을 자랑스럽게 설명해 나갔다.

머스크는 제로백 3.2초를 자랑하는 12만 달러짜리 세단으로 청중들을 매료시켰다. 그는 가속 시 승차감을 “항공모함에서 이륙하는 비행기에 탄 듯하다”고 묘사했다. 머스크는 기자들에게 시승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시승을 마친 기자들은 모델 S의 가속도와 기술에 경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지적하듯, 경쟁사들도 벌써 어느 정도 자동 주행 기능을 갖춘 상태였다. 그럼에도 토크쇼 진행자 찰리 로스 Charlie Rose는 CBS 디스 모닝 This Morning에서 “일론 머스크는 정말 투자하고 싶은 인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수백만 명이 머스크의 사업에 투자했다. 주식 상장을 한 2013년 이후 테슬라 주가는 614%나 급등했다. 현재 시가총액도 3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2014년 기준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3만 3,000대에 불과했지만, 시가총액은 1,000만 대가량을 판매한 GM의 절반을 상회했다. 테슬라가 훌륭한 세단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컨슈머 리포트도 여느 제품보다 높은 최고점을 부여했다). 머스크의 성과는 이 뿐만 아니다. 그는 페이팔 PayPal을 공동 설립해 수십억 달러를 벌었고, 스페이스X도 수차례 국제 우주 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을 오가는 왕복 미션을 수행했다. 이런 성과 덕분에 머스크는 2013년 포춘 ‘올해의 기업인’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물론 2014년 리스트에도 그의 이름은 빛나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는 한 가지 모델밖에 생산하지 않는다. 아직 이익을 기록한 적도 없다. 테슬라의 미래와 높은 주가는 다소 역설적으로 보이는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기차 판매가가 7만 달러 정도 수준이면 이익을 낼 수 없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2017년부터 판매가를 절반으로 낮출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판매량이 2020년까지 10배 증가해 5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다수의 주(state)에 영향을 미치게 될 이 같은 과감한 결정의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초대형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는 것이다. 머스크는 새로운 모델의 가격 인하를 위해 연 50만 개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는 공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50만 개는 현재 전 세계 총 생산량과 맞먹는다). 그는 미 국방부 규모의 대형공장을 짓는 데 50억 달러가 소요되며, 2016년 말부터 가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테슬라의 전략을 ‘무리수’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이 전략의 성공을 위해선 계획을 완벽에 가깝게 실행해야 하고, 다수의 국민들이 전기차를 사용해야 한다(현재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은 전체 자동차 시장의 1%도 되지 않는다). 성공을 더 어렵게 하는 요인은 모든 자동차 회사들 이 자체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배터리 공장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은 20억 달러 이상이다. 2014년 예상 매출이 37억 달러인 테슬라에겐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럭스 리서치 Lux Research의 기술 애널리스트 코스민 라슬라우 CosminLaslau는 테슬라의 계획을 ‘엄청난 리스크’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테슬라가 2020년 목표치의 절반도 달성하기 힘들 것이고, 그로 인해 현금고갈을 야기하는 생산과잉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테슬라의 원대한 계획은 위험스러울 정도로 야심 차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불가능을 이루자(Do the impossible)’는 게 테슬라의 슬로건이다. 머스크 또한 계획을 실현할 조치를 이미 취했다. 비용 분산을 위해 공장이 들어설 주 정부들에 막대한 보조금을 요청했다. 이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머스크는 레노 Reno 외곽에 공장을 짓는다는 조건으로 네바다 주로부터 무려 14억 달러 규모의 세제혜택과 무료 부지를 비롯한 다양한 지원책을 약속 받았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정부지원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런 대규모 지원금을 받았던 기업들이 보잉, 나이키, 인텔처럼 수십 년간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 향후 매출 추이를 전망하기 훨씬 수월한 초대형 기업들이라는 점이었다.

요즘 많은 기업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주의 지원금을 얻기 위해 일자리를 인질로 삼고 있다. 사실 강탈과 다름없다. 하지만 머스크는 혁신만큼이나 이런 종류의 수완에 뛰어나다는 점을 증명해 보였다. 그는 일반적으론 비공개로 이뤄지는 협상과정을 공개했다. 그는 계획의 총책임자로서 ‘오즈의 마법사’ 같은 역할을 했다. 순이익 발표와 블로그 포스팅 등을 통해 긍정적 시그널을 먼저 보냈다. 주들을 상대로 끝까지 비밀을 유지하면서 ‘기회를 놓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까지 갖게 했다.

훌륭한 심리전, 전기자동차적 요소, 6,500개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조합을 꿰맞춰 7개 주가 참여한 입찰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주들이 내놓은 지원 조건들은 대단했다. 유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산을 깎고 도로를 옮기겠다는 주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머스크는 몇몇 예상치 못한 인물들을 만났는데 그중에서도 합법 윤락시설 머스탱 랜치 Mustang Ranch-우리가 말하고 있는 네바다 주의 시설이다-의 소유주를 만난 것이 가장 놀라웠다(그는 레노 동쪽 사막 관목지에 넓은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결국 네바다 주는 입찰을 따냈다. 과연 이것이 네바다 주민들에게 잘 된 일인지는 상당 기간 지켜봐야 알 듯하다.

일론 머스크가 보조금을 획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예전에도 영리하고 냉정한 협상가 기질을 발휘한 적이 있었다. 2007년 테슬라는 당시 뉴 멕시코 주지사였던 빌 리처드슨 Bill richardson과 함께 앨버커키 Albuquerque에 미국 내 최초의 조립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뉴 멕시코는 입찰에서 현금 보너스(계약금)를 포함해 총 2,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약속해 경쟁자 애리조나를 물리쳤다.

하지만 그 발표가 나온 이후 (공장이 건설되기 전) 캘리포니아가 더나은 조건을 제시했다. 테슬라는 망설임 없이 뉴 멕시코를 버렸다(현재 회사는 공장 입지를 변경한 이유로 뉴 멕시코 측의 계획이 실현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테슬라는 판매세 면제 혜택을 받았다. 이를 통해 10년간 9,00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2008년 머스크가 CEO에 오르기 전인) 초창기 시절 테슬라는 내분, 생산 지연, 재정악화 등 악재에 싸여 있었다. 하지만 초기에 겪었던 어려움과 회의적인 시선들이 오히려 회사의 자신감을 키웠다. 테슬라의 사업개발 부사장 디아무이드 오코넬 Diarmuid O’Connell은 “사람들은 단계마다 우리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이제 그런 말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테슬라 측은 머스크와의 인터뷰 제안을 거절했다).

테슬라는 머스크가 2006년 블로그에 작성했던 마스터플랜을 그동안 꾸준히 이행해 왔다. 머스크의 계획은 우선 고객들이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고급 시장에 진출한 뒤, 신규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단위 체적(unit volume)을 높이고 가격을 낮춰 시장 장벽을 낮추겠다는 것이었다. 머스크의 구상은 규모의 경제, 기술발전, 생산성 높은 신규 공장 등을 활용하면 배터리 가격을 30% 이상 낮출 수 있고, 나아가 3만 5,000달러에 전기차를 판매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현재 테슬라 배터리는 일본 파나소닉 Panasonic이 생산한다. 파나소닉도 신규 배터리 공장에 입주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원대한 계획에 부담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힘을 얻고 있는 듯하다. 테슬라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J. B. 스트라우벨 J.B. Straubel은 “(전기차에 대한) 수요창출은 걱정거리가 아니다. 그 문제로 잠을 설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2013년 10월 중순부터 비밀과 미스터리라는 미끼를 앞세워 공장 부지 선정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 후 워싱턴 주의 사업유치 담당자 수전 세인트 저메인 Susan St. Germain이 테슬라 측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테슬라가 초대형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데 이에 대해 비밀리에 논의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저메인은 비밀누설 방지 조약에 서명하겠다는 조건하에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Fremont의 테슬라 자동차공장으로 날아갔다.

저메인은 그곳에 도착한 후 캘리포니아, 텍사스, 네바다, 뉴멕시코, 애리조나, 오리건 등에서 온 주 대표들도 참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불 보듯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테슬라 이사진은 회의에 참석한 주들 중 한 곳에 초대형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할 기회였다.

공장 이름부터 소소한 모든 것까지 철저히 준비된 것처럼 보였다. 어떤 회사든 대형 공장을 지을 수 있지만 공장에 브랜드 명을 사용하고, 대대적인 광고를 집행하고, 심지어 기가팩토리 Giga-factory라는 이름까지 붙이는 회사는 테슬라가 유일했다.

회사 임원들은 방문단에 유인물을 나눠주었다. 그리고 그들이 회의실을 나가기 전 모든 자료를 회수했다. 필기를 하는 것조차 금지됐다. 확실히 미끼를 물게 하기 위해 방문객 모두에게 마음껏 속도를 낼 수 있는 사유 도로에서 모델 S를 시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저메인은 “굉장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차를 망가뜨리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약간 긴장이 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프로젝트를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각주는 제안서 제출까지 3주라는 시간을 부여 받았다. 테슬라는 바로 그 다음 주에 최종 후보를 선정하고, 추수감사절 전에 후보지를 방문해 2014년 1월 10일 경 기가팩토리 입지선정을 완료할 계획이라 발표했다(당시 기준으로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테슬라는 각 주에 스프레드시트를 배포해 자신의 후보지를 기준으로 공란을 채우게 했다. 질문은 90개가 넘었다. 해당 지역 노동시장에 대한 구체적 정보부터 태풍, 싱크홀, 홍수에 대한 취약성까지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 묻는 질문이었다. 테슬라는 당장 최소 90에이커 부지가 필요했고, 2018년 무렵엔 그곳을 300에이커까지 확대할 수 있어야 했다. 기존의 170만 제곱피트 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장하는 대안도 있었다. 무게가 0.5톤에 달하는 배터리 팩을 프리몬트로 옮겨 조립하기 위해선 철로와도 인접해야 했다. 막대한 전력 및 물 공급도 필요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만큼이나 중요한 게 또 있었다. 바로 정부 지원이었다. 테슬라는 참여한 각 주들에게 정확히 어떤 혜택과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지 상세히 기술할 것을 요구했다(세제혜택, 무료 부지제공, 인프라 개선, 직무 교육, 현금 기타 등등). 저메인은 “각 주는 창의력을 발휘해야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7개 주가 11월 8일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머스크는 비밀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테슬라의 분기 실적을 분석하는 한 애널리스트가 배터리 공장 설립-머스크는 이 계획에 대해 전에도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에 대해 묻자 그는 “아직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만 답을 했다.

머스크는 “아직 기가팩토리에 대해 중대 발표를 할 정도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현재 다양한 안을 검토 중이다. 굳이 말하자면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생산 과정을 커버하는 대형 공장은 북미에 설립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다른 옵션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머스크의 오른팔은 오코넬이었다. 그의 신중함은 머스크의 창의력과 균형 있는 조화를 이뤘다. 오코넬(40)은 보스턴의 명문 아일랜드 가문의 자재로 다트머스 Dartmouth 대학을 졸업하고 노스웨스턴 Northwestern 대학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는 컨설턴트 출신이라 경영학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과묵한 성격의 오코넬은 새로운 공장 건설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기가팩토리에 우리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오코넬의 팀은 곧 입찰에 참여한 주들에 제안서를 받았다는 확인 메일을 보내 ‘내부 검토에 1~2주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모든 참가 주에 통보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소식을 듣지 못한 주가 있었다. 한 달 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자 저메인은 테슬라에 먼저 연락을 취했고, 워싱턴 주가 최종 후보에 들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저메인은 워싱턴의 낮은 전기세는 매력적이었지만 세금감면 혜택을 주지 않는 점이 치명적이었다고 판단했다. 오리건 주도 곧 후보에서 밀려났다. 놀라운 사실은 캘리포니아 주도 최종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테슬라 조립 공장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캘리포니아는 가장 이상적인 후보지였다. 오코넬은 “다른 조건이 같다면 (배터리 공장) 최적의 입지는 조립공장 길 건너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머스크가 근접성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건 신속히 공장을 설립하고 가동하는 것이었다. 이미 머스크의 타임테이블-2017년 대량 판매가 예정된 모델 3에 필요한 배터리 생산 스케줄-은 더 당겨진 상황이었다. 엄격한 환경규제 때문에 세밀한 환경평가 보고서가 요구되고, 법적 소송 여지도 큰 캘리포니아에는 일정을 맞추지 못할 위험 요소가 많았다. 오코넬의 말에 따르면 테슬라는 그런 ‘실행상의 리스크’를 감수하길 원하지 않았다. 이제 남은 후보는 텍사스, 애리조나, 뉴멕시코, 네바다였다.

하지만 텍사스 휴토 Hutto-오스틴에서 동북쪽으로 25마일 떨어진 인구 2만의 소도시-의 경제개발 공사 사장 조이 그리셤 Joey Grisham은 자신이 마음을 얻어야 하는 대상조차 모르고 있었다. 주지사실로부터 전화를 받고 일명 ‘프로젝트 5 스타’라는 큰 기회가 있다고만 전해 들은 상황이었다. 사실 그는 테슬라를 ‘상장된 첨단기술 기업’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테슬라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은 도시 개발의 열렬한 지지자인 그리셤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465에이커의 농장 부지 제공을 제안했다.

11월 말 그리셤은 ‘프로젝트 5’의 주인공이 방문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오스틴 상공회의소 경제개발 담당자 데이브 포터 Dave Porter의 메일을 읽고 나서야 프로젝트의 주체를 알게 됐다. 포터는 추수감사절 전날 그에게 메일을 보내 “이번 금요일에 방문할 기업이 테슬라라는 것을 오늘 오후에야 알게 됐다. 이는 센트럴 텍사스 Central Texas에겐 큰 기회다. 테슬라 환영 준비를 도와 주겠다.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12월 5일 텍사스와 테슬라의 관계가 시작됐다. 주 관계자들은 오스틴 시내 스테이크 하우스 개인 룸에서 테슬라 이사 두 명을 접대했다. 그리고 다음 날 헬기를 타고 함께 공장 부지를 살펴보았다. 며칠 후 그리셤은 ‘공격적인’ 제안서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30년간 부동산세 감면 혜택도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곧 테슬라가 휴토를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주지사실까지 흘러 들어갔다. 공화당 주지사 릭 페리 Rick Perry가 이끄는 텍사스는 적극적으로 경제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주지사 재량으로 형성한 텍사스 기업펀드(Texas Enterprise Fund)를 이용해 대형 계약을 성사시켜 왔다. 페리는 테슬라가 연말까지 확답을 준다는 조건하에 현금지원도 약속했다. 그러나 테슬라 측의 답변 없이 2013년이 지나갔다. 포터는 그리셤에게 ‘아무 소식 없나? 점점 초조해진다’는 편지를 보냈다.

테슬라는 11일 후에야 격려의 말을 전했다. 1월 15일 테슬라의 인프라 개발 책임자 케빈 카세커트 Kevin Kassekert가 텍사스 측에 서신을 보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음 선별과정을 마무리 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휴토는 여전히 후보에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쯤 되자 그리셤은 경쟁자들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로스 페로 주니어 Ross Perot Jr.가 직접 머스크에게 두 곳의 부지를 홍보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그중 하나는 포트워스 얼라이언스 에어포트 Fort Worth Alliance Airport에 있는 아메리칸 항공 American Airline의 오래된 시설로 페로가 산업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곳이었다). 그리셤은 포터에게 편지를 보내 ‘경쟁자들이 다 망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훨씬 더 나은 조건을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1월 17일 오전 7시 30분 미팅이 열렸다. 이사 및 재정 전문가로 구성된 테슬라의 특별 팀은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로 다른 4개 지역과 휴토에 기가팩토리를 건설했을 때 드는 비용을 비교 설명했다. 인센티브, 공공요금을 비롯한 다양한 조건을 고려했을 때, 휴토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선두 경쟁도시의 격차가 7억 달러나 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판돈을 높이라’는 분명한 메시지였다.

테슬라는 다른 지역의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 밝히지는 않았다. 심지어 어떤 주가 입찰에 참여 중인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리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협상에 임했고, 테슬라 측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오코넬은 테슬라는 솔직하고 투명했기 때문에 블라인드 입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회의가 끝난 후 그리셤은 테슬라의 ‘솔직한 의견’에 감사를 표하는 서신을 보내 ‘(테슬라 측의) 뜻을 정확히 이해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7억 달러라는 격차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셤은 이미 세금감면 혜택을 강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또 전기세를 명확히 정해 격차를 더욱 줄일 수 있었다. 그리셤은 테슬라에 서신을 보내 ‘알다시피 우리는 휴토에 테슬라를 유치하길 희망한다. 오스틴 지역이 최적의 입지라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우리의 꿈을 현실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경쟁자들도 계속 달려드는 상황이었다. 연방 판사 출신 브라이언 샌도발 Brian Sandoval 네바다 주지사는 2010년 선거 때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실업률이 14%를 상회하는 네바다 주는 카지노 외에 다른 산업을 키울 절실한 필요성이 있었다. 샌도발은 자신에게 직접 보고하는 개발 책임자를 임명하는 등 네바다의 비효율적인 사업유치 관행을 혁신했다.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가팩토리를 유치하려고 했다.

네바다 주 공무원들은 테슬라에 후보 부지들을 적극 제안했다. 한 곳은 레노 근처였고 다른 한 곳은 라스베이거스 근처였다. 12월 초 테슬라 이사진은 급히 라스베이거스 부지 방문계획을 세웠다. 머스탱 랜치의 소유주 랜치 길먼 Lance Gilman이 공동으로 이끄는 레노 대표단은 그들의 지역을 홍보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까 두려워했다. 그래서 네바다 스타일의 화려한 구애를 펼치기로 작심을 했다.

대표단은 1만 달러를 들여 10인승 전세기를 구했다. 그리고 테슬라 관계자들이 레노에 방문하도록 만들기 위해 그들을 캘리포니아에서 픽업하고 네바다 전역으로 수송하겠다고 제안했다. 테슬라 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12월 9일 밤, 대니얼 위트 Daniel Witt와 케빈 카세커트는 오클랜드 Oakland 공항에서 전세기에 탑승했다. 레노의 경제개발 담당 간부는 리무진을 대기시킨 채 레노 공항에서 방문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문단은 지역 홍보단과 함께 조용한 밀실에서 식사를 하고, 페퍼밀 리조트 카지노 Peppermill Resort and Casino 스위트 룸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방문단은 레노의 부지 두 곳을 둘러본 뒤 전세기를 타고 라스베이거스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세기가 활주로를 따라 움직이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비행기가 멈춰섰다(테슬라 측이 고민 끝에 계획을 변경해 위트와 카세커트를 전세기에서 내리게 한 것이었다). 하지만 레노가 좋은 인상을 준 것은 틀림없었다. 카세커트는 일주일 후 일반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덕분에 카세커트는 타호-레노 인더스트리얼 센터 Tahoe-Reno Industrial Center(TRIC) 산업단지 매니저이자 비지배 파트너(minority partner),독점 브로커인 길먼(69)을 만날 수 있었다. 키 6.2피트(189cm), 몸무게 270파운드(122kg)의 길먼은 양손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목에는 금화가 달린 체인을 걸고 있었다. 길먼은 강한 존재감을 지닌 레노 스타일의 철학자다(그는 “도박산업을 비하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도박업계는 10만 에이커에 달하는 토지를 매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기가 나빠지지 않도록 지지대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컨트리 음악 가수였던 길먼은 샌디에이고에선 요트를, 네바다의 주도 카슨 시티 Carson City에선 고급 바이크 할리 데이비슨 Harley-Davison을, 머스탱 랜치에선 성(sex)을 판매하고 있다. 그는 2003년 머스탱 랜치를 인수한 이후 헬기를 이용해 건물을 산업단지 밖으로 옮겼다. 그리고 이곳을 TRIC라는 약자로 부르게 했다.

길먼은 TRIC를 세계 최대의 ‘산업단지’라고 부르고 있지만 내부를 들여다 보면 그 단어가 적합한 것 같지는 않다. 인구 4,000명의 스토리 카운티 Stoery County에 위치한 TRIC는 166평방 마일(267평방 킬로미터) 영토에 166명의 세입자가 자체 규정에 따라 살아가는 일종의 공화국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2000년 체결한 협약에 따라 이곳의 토지는 어떤 용도로든 사용할 수 있다. TRIC에 들어와 있는 US 오드넌스 US Ordnance는 TRIC 내 5,000에이커 넓이의 사격장에서 기관총 성능테스트를 하고 있다. 길먼이 카운티 커미셔너-선거를 통해 3명을 선출한다-로 있는 스토리 카운티는 30일 내에 건설 허가를 내주겠다고 약속했다. 또 신속한 공사를 위해 카운티 공무원들이 새벽 2시에 나와 콘크리트 다지기 작업을 검사할 것이라고도 했다. 카세커트가 방문했을 때 길먼은 그에게 테슬라가 원하던 바를 정확히 제시했다. “여기서는 다른 어디만큼, 아니 그 어느 곳보다 빨리 공장을 지을 수 있다.”

2월 26일 테슬라는 마침내 배터리 공장건설을 확정했다는 내용의 글을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첨부된 지도에는 붉은 색으로 ‘기가팩토리 최종 후보지’ 네 곳-네바다, 텍사스, 애리조나, 뉴 멕시코-이 표시되어 있었다. 테슬라는 최종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 월가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공격적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유치해온 뉴멕시코가 입찰에 성공할 것이라 예상했다. 애리조나 주지사는 주의 조건을 제시하며 머스크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테슬라는 어떤 최종후보도 탈락 시키지 않았지만 네바다와 텍사스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부지에 대한 머스크의 욕심은 전보다 더 커졌다. 이제 90에이커가 아니라 1,000에이커를 원했다. 부지가 넓어지면 훗날 공장 확장 시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테슬라는 1월 중순까지 부지선정을 끝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주들은 급히 제안 내용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휴토의 그리셤은 최초 제안한 부지에 인접한 농장 부지를 더해 1,241에이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바로 부지를 가로지르는 주립 고속도로를 옮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텍사스는 문제 해결을 위한 작업에 곧바로 착수했다. 그러는 동안 두 후보지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2003년 도요타 조립공장을 유치한 샌 안토니오 San Antonio였다. 오코넬의 말에 따르면, 샌 안토니오는 당시 유치 성공을 재연하기 위해 아주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고 한다. 비장의 무기는 시 소유 공익회사 CPS 에너지를 이용해 아주 저렴한 가격에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것이었다. 머스크는 100% 재생 가능한 연료로만 기가팩토리를 가동할 것이라 공헌했지만, 이는 향후 수년간은 실현되기 힘든 게 사실이었다. 그동안 배터리 공장이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할 것이란 점은 분명했다. 샌 안토니오 측은 저렴한 전기 덕분에 테슬라가 연간 2,50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후보는 캘리포니아였다. 조기 탈락에 충격을 받은 캘리포니아는 테슬라에 향상된 조건과 환경평가 절차 간소화를 약속하며 재검토를 간곡히 요청했다. 캘리포니아 측 변호사는 테슬라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특별법 초안 작성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 후 머스크는 5월 7일 전화회의를 통해 여전히 선정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캘리포니아를 다시 후보지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다른 주들의 부담을 가중 시키는 소식이었다.

테슬라는 계속 후보지들을 압박했다. 네바다 주에겐 제시한 인센티브 측면만 보면 후보들 중에서 가장 뒤처진다고 말했다(밝히지 않은 선두 후보와 변함없이 9억달러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네바다 주는 멀찌감치 뒤처진 것처럼 보였다. 그전까지 어떤 기업에도 8,900만 달러 이상 혜택을 제공한 적이 없었다. 텍사스처럼 대형 프로젝트 펀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네바다 경제개발 책임자이자 테슬라와의 협상을 주도한 스티브 힐 Steve Hill은 “텍사스는 모든 경제개발 프로젝트 논의에서 큰 존재감을 보여왔다. 미국의 여느 주보다 풍부한 재원과 이를 이용할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힐과 네바다 주지사는 ‘우리에게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필요한 거지?’라는 자문을 하게 됐다. 하지만 결론은 ‘절실하다’는 것으로 모아졌다. 그들은 아낌없는 지원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일반적 수준을 초월하는 막대한 혜택을 제공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네바다 주의 인센티브는 규모가 파격적이었기 때문에 입법심사회의를 통해 새 법안을 만들어야 할 정도였다.

회색 머리와 절제하는 듯한 분위기를 가진 힐(55)은 라스베이거스 최대의 콘크리트 공급회사를 건설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인물로 2011년 공직에 입성했다. 힐은 길먼이 소유한 레노 외곽의 산업단지-네바다의 후보지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후보지-가 훌륭한 강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바로 프리몬트와의 거리가 300마일 내외라는 점이었다. 접근성 차원에선 다른 후보지를 압도했다. 힐은 이 접근성만으로 테슬라에 3억 달러 가치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네바다가 얼마를 제안하든 테슬라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 같았다. 테슬라는 구체적으로 무료 토지제공, 20년간 세금면제, 전기세 25% 할인 등을 요구했다. 프로젝트 유치가 절박하긴 했지만 대규모 네바다 주 입장에선 전기세 할인은 선뜻 받아 들일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가정용 전기세가 연평균 20달러 정도-상업용 전기는 수백에서 수천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올라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네바다는 결국 이 제안을 거부했다. 테슬라는 삐친 아이처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힐과 샌도발은 프로젝트가 물 건너 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테슬라 협상 팀이 대화를 재개했다. 힐은 “이때 처음으로 테슬라가 네바다를 원한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머스크의 그 다음 행보는 계산된 속임수처럼 보였다. 5월 7일 분기 실적 발표에서 테슬라는 최종 부지를 선정하기도 전에 복수의 장소에서 기가팩토리의 기공식을 열 것이라 발표해다. 한 달 후 열린 연례 주주회의에선 예정된 공장건설을 위해 2~3개 주에서 준비 작업부터 토대건설, 계획완성, 승인까지 모든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머스크는 연말 전까진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간이 촉박하다며 유치를 희망하는 주들을 닦달했던 사람이 이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을 최대한 이용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오코넬은 테슬라가 표리부동한 태도를 보인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오히려 정반대 주장을 했다. “이런 과정에서 후보주들을 몰아붙일 계기를 만들어야 했다.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기 때문에 일종의 허수아비를 세웠다…… 필요한 과정이었다.”

머스크의 계산된 모호한 태도는 효과가 있었다. 적어도 텍사스와 네바다는 거의 입찰에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그동안 기울였던 노력을 배가시켰다. 텍사스의 그리셤은 “거의 입찰에 성공했다고 여겼던 순간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테슬라는 네바다 주에선 TRIC의 이글 밸리 Eagle Valley 부지에 주목했다. 오코넬과 카세커트는 기가팩토리가 들어서기 전에 그 척박한 땅을 어떻게 평탄하게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해 했다. 길먼은 그들에게 그 점은 문제가 안 된다고 안심시켰다. 오코넬과 카세커트는 근처의 작업 진행상황을 보고 크게 놀랐다. (온라인 유아용품 쇼핑몰) 주릴리 Zulily의 창고건설 작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여섯 달 만에 울퉁불퉁한 언덕들이 70만 평방피트의 창고로 변신해 있었다. 팀원들에게 ‘적합한 부지를 찾으라’고 신신당부한 머스크는 직접 이곳을 방문했다. 지역 주민들은 동체 뒤편의 등록 번호를 보고 머스크가 탄 비행기임을 알아차렸다.

테슬라는 네바다를 테스트하기로 했고 레노는 다시 한 번 쇼를 준비했다. 길먼의 팀은 스스로 대단하다고 자평한 대규모 작업에 착수했다. 7월 26일 200대의 불도저와 그레이더 *역주: 땅 고르는 기계가 동원됐다(길먼이 기획하고 비용은 테슬라가 부담했다). 1주일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작업이 진행됐다. 무인 비행기가 공사현장 상공을 선회하며 테슬라 임원진에게 공사의 진척상황을 보여주었다. 4주 동안 수백 에이커의 땅을 평평하게 만들었고, 300만 입방야드-미식축구 경기장 3개를 채우기에 충분한 양이다-의 흙을 옮겼다. 이는 테슬라에 좋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오코넬은 “평탄화 작업은 그곳에서 우리가 얼마나 신속히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을지를 잘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네바다와 테슬라는 중요한 조항에 합의한 것처럼 보였다. 충분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조건으로 20년간 100% 세금 감면을 보장한다는 내용이었다. 7월 3일 샌도발은 네바다 주 의회 지도자들에게 간략한 내용을 설명했다. 그리고 7월 말 열릴 특별 입법 회의에 대해 논의했다. 힐은 “우리는 협상조건에 대해 거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러나 머스크가 2주 후 샌도발과 이야기를 나눈 후 협상이 갑작스레 결렬됐다. 머스크는 요구조건을 변경했다. 세제혜택 대신 무려 5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선불로 지급해 줄 것을 요구했다. 네바다는 그럴만한 재원이 없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불가능한 조건이었다(주 전체 예산이 65억 달러에 불과하다. 5억 달러는 수표로 지급하기에도 벅찬 금액이었다). 다시 한 번 네바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힐은 “협상 분위기가 크게 얼어붙었다. 테슬라는 적잖이 실망한 눈치였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불쾌한 감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7월 23일 레노에서 진행 중이던 평탄화 작업을 중단했고, 240명의 근로자들을 집으로 돌려 보냈다. 오코넬은 테슬라의 태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좋아. 네바다가 아니면 다른 곳을 알아보지, 뭐.” 이 드라마 같은 일은 모두 비밀리에 이뤄졌다. 공사현장은 외딴 도로 끝에 있는 수마일 길이의 펜스 너머에 있었다(심지어 ‘프로젝트 타이거’라는 암호명을 말해야 통과할 수 있는 위병소를 지나야 했다). 때문에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아채는 데도 수주일이 걸렸다. 블로거들이 마침내 공사가 중단 되었다는 소식을 알게 됐을 때에도 아무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7월 31일 분기 실적발표에서 머스크는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그는 네바다에서 공사를 시작했지만 평탄화 작업이 “상당 부분 완료됐기 때문”에 공사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다른 1~2개 주에서도 비슷한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바다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머스크는 “이제 공은 주지사와 주 의회로 넘어갔다”는 아리송한 말을 남겼다. 실적발표를 듣고 있던 힐과 주지사는 그 메시지가 자신들을 겨냥한 것임을 알았다.

무엇 때문에 머스크가 갑작스레 현금 5억 달러를 요구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배터리 생산 파트너 파나소닉이 초기 투자금을 수억 달러로 줄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5억~20억 달러를 기대했던 테슬라의 예상과는 차이가 너무 컸다(테슬라 경영진은 파나소닉이 얼마를 투자하든 프로젝트를 펀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이를 반박했다). 또 다른 추측은 이렇다. 머스크가 현금 요구를 하기 하루 또는 이틀 전 테네시 Tennessee 주가 폭스바겐 Volkswagen에 2억 3,000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를 했다. 6억 달러가 소요되고, 2,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채터누가 Chattanooga 공장 확장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이 소식을 접한 머스크는 테슬라의 프로젝트 규모가 더 크기 때문에 폭스바겐보다 더 큰 인센티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오코넬은 “폭스바겐의 계약은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인정했다. 테슬라는 다른 주들이 어떤 조건을 제시할지 살피기 위해 계속 압박을 가했다. 6월 테슬라는 휴토 측에 기가팩토리 부지를 1,000만~2,000만 달러에 매입해 달라고 제안했다. 실제로 공장을 그곳에 짓겠다는 보장도 없이 말이다. 휴토가 이 비정상적인 제안을 거절하자 테슬라는 침묵으로 응수했다. 그리고 샌 안토니오도 비슷한 제안을 거절했다.

네바다가 5억 달러 요청을 거절한 뒤 테슬라는 8월 중순 무렵 다시 텍사스로 방향을 틀었다. 텍사스의 두 후보지에 유사한 제안을 했지만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샌 안토니오 경제개발 재단 이사장 마리오 헤르난데스 Mario Hernandez는 테슬라의 제안에 대해 “5억 달러라는 막대한 금액을 선불로 지급하는 것이 테슬라가 원하는 이상적인 조건이었다. 이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각 주는 테슬라에 구애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자신이 주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끼고, 테슬라 전기차를 몰아 새크라멘토 Sacramento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 의회까지 달려갔다(테슬라의 팰로 앨토 Palo Alto 본사에서 몇 시간 걸렸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투손 Tucson 시장은 머스크에게 애리조나 내 500만 평방피트 규모, 30억 달러 가치의 건축 허가증을 보내기도 했다. 주소란에는 ‘추후 결정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 테드 게인즈 Ted Gaines도 테슬라 본사에 금으로 만든 삽을 선물했다.

유치 팀들은 도움이 될 만한 모든 연관성을 이용하려 노력했다. 레노는 머스크가 네바다 사막에서 열리는 버닝 맨 Burning Man 축제에 참가했던 사실을 강조했다(이는 머스크가 예전에 레노를 지난 적이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휴토는 오스틴에서 매년 발명가 테슬라를 기념하는 테슬라 프로젝트 Tesla Project라는 행사가 열린다는 점에 주목했다(테슬라라는 사명은 이 발명가에서 영감을 얻어 지어진 것이다). 그리셤은 당시를 회상하며 “연애할 때처럼 ‘별 것 아닌 게 사람의 운명이 되기도 하지’라는 식으로 유난을 떨었다”고 말했다. 물론, 모두가 테슬라를 반긴 것은 아니다. 머스크가 5억 달러의 현금을 요구한 것이 알려진 뒤, 샌 안토니오 익스프레스 뉴스 San Antonio Express-News의 한 칼럼니스트는 ‘테슬라가 부지를 찾자는 것인지 강탈을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을 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계속 언론 발표를 통해 후보지들에 영향을 주고 그들을 조종하려 했다. 반면에 후보지들은 어떠한 말도 꺼내지 않으려 했다. 5월 한 캘리포니아 신문은 테슬라가 새크라멘토의 공원부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주 개발담당 대변인의 특별할 것 없는 코멘트를 전달했다. ‘우리는 캘리포니아에 기업을 유치하고 그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 테슬라도 그런 기업 중 하나다.’ 이를 본 오코넬은 곧장 제리 브라운 주지사의 고위 자문가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그런 말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전했다.

8월 중순 네바다 주 상원위원 헤리 레이드 Harry Reid는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벌어지는 과정에 대한 실망을 표시했다. 그는 네바다 주 기자들에게 “테슬라가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가져다줄지는 미지수다. 우리를 갖고 노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네바다는 여전히 입찰을 원하고 있었다. 5억 달러 조건을 수용할 곳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테슬라도 입찰을 진행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최종 거래를 위한 준비는 거의 끝났다. 테슬라에 무료 부지를 제공하기 위해 힐은 공공자금 충당 목적의 3가지 방향(three-way)으로 계약을 준비했다. 길먼과 그의 파트너들은 테슬라에 980에이커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 대가로 네바다 정부는 길먼 측에 4,3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이 비용은 TRIC를 통과해 50번 고속도로로 이어지는 4차선 도로 확장에 필요한 토지이용권 획득에 사용되는 것이었다. 또 주정부는 추가로 7,000만 달러를 들여 해당 4차선 도로를 건설해주기로 했다. 길먼은 “그것은 우리에 대한 보상이다”라고 설명했다. TRIC소유주들은 15년 넘게 도로확장을 원해왔다. 이동시간을 줄이면 수천 에이커의 추가개발 기회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테슬라는 11억 달러의 세금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년간 장비 및 건설자재에 대한 소비세(7억 2,580만 달러)와 10년간 재산세((3억 4,900만 달러), 급여세(2,940만 달러)를 면제받는다. 뿐만 아니라 800만 달러의 전기세 할인 혜택도 받게 된다. 모든 혜택들은 테슬라가 투자 및 일자리 창출 목표를 달성한 후에 적용된다. 향후 10년간-공장 근로자의 자녀들로 근처 학교의 학생 수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부족할 수 있는 교육관련 세금을 충당하기 위해 테슬라는 2018년부터 지역 국립 학교에 3,75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또 네바다 주립대학교(University of Nevada)의 배터리 연구에도 1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샌도발은 테슬라가 네바다에서 자동차를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법안을 통과시켰다. 사실, 네바다는 직접 판매를 금지하고, 대리점을 통한 판매만 허용하는 6개 주 중 한 곳이다. 정반대로 텍사스 자동차 대리점 협회(ADA, Automobile Dealers Association)는 주 의원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공장입찰 때문에 직접 판매를 허가해선 절대 안 된다고 강력히 권고했다. 오코넬은 그 서한이 “큰 장애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지만, 50억 달러를 투자한 주에서 우리 차를 직접 판매하지 못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젠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만 남았다. 5억 달러까지는 아니라도 테슬라는 여전히 공장건설에 쓸 현금이 필요했다. 힐은 해결책을 찾았다. 네바다 주가 테슬라에 ‘양도가능 세금 공제(transferrable tax credit)’ 형태로 1억 9,5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영화제작사나 보험사에 주던 세금 혜택으로 남아 있는 공제혜택을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 테슬라도 이에 동의했다. 고속도로 확장 지원금 1억 1,300만 달러와 세금감면 혜택 11억 달러를 더하면 총 14억 달러에 달하는 혜택이다.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른 8월, 힐은 전화회의를 통해 오코넬, 테슬라 CFO와 이야기를 나눴다. 오코넬은 힐에게 “거래가 성사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네바다 주는 입찰에 성공했다.

노동절까지도 텍사스는 (애리조나, 뉴 멕시코, 캘리포니아와 마찬가지로) 테슬라가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 채, 여전히 배터리 공장을 유치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품고 있었다. 바로 그날 머스크는 네바다 주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계약체결을 공식화했다. 다음 날 샌도발은 기뻐하는 의회 지도자들에게 목요일 카슨 시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테슬라와의 거래성사를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바로 이어 테슬라에 혜택을 지급하기 위한 특별 법안심사 회의가 열렸다(그리셤은 기자회견 관련 소식을 듣고 텍사스의 패배를 깨달았다). 하지만 마지막 방해요소가 있었다. 전화회의에 참석했던 힐과 메릴린 커크패트릭 Marilyn Kirkpatrick 네바다 주 의회 대변인이 머스크의 일정과 기자회견 일정이 겹친다고 말한 것이었다. 머스크는 당시 유럽에 있었고, 곧 모델 S 론칭을 위해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커크패트릭은 머스크 없이 기자회견을 열 수는 없다고 고집했다. 그녀는 “그는 반드시 와야 했다. 우리는 계속 머스크가 직접 네바다 주민들에게 투자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네바다 측은 머스크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힐은 계약 체결 후에라도 머스크가 공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겠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확언해 주기를 바랐다. 뉴 멕시코와 같은 처지가 되기 싫었던 것이다. 힐은 “네바다에게 매우 중요한 한 걸음이었다. 한 걸음 뒤로 다시 물러나 프로젝트가 사라져선 안 될 일이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일정을 변경하기로 했다. 그는 계약성사를 네바다 주 의회에서 발표하기 위해 런던으로부터 날아왔다(구겨진 옷, 흐릿한 눈빛 등 한눈에 봐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네바다는 정말 값진 승리를 거뒀다. ‘실버 스테이트 Silver State’라 불리는 작은 주가 텍사스, 캘리포니아를 물리친 것이었다. 네바다 주지사는 시 의회 계단에 서서 옆에 있는 머스크를 “한계를 넘어 불가능을 현실로 만드는 귀한 선지자”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주지사는 테슬라가 “네바다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샌도발은 20년 동안 기가팩토리가 간접고용을 포함해 2만 2,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000억 달러의 경제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에 대해 일부 외부 전문가들은 먼 미래에 대한 어설픈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엄청난 지출을 감내하고 얻은 네바다의 승리를 얻었기 때문에 언론의 비난도 상당했다. 기가팩토리가 직접 창출할 일자리는 6,500개로 추정되는데, 일자리 하나당 2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한 격이었다. 테슬라의 첫 조립공장을 놓고 협상을 벌였던 빌 리처드슨 Bill Richardson 전 뉴 멕시코 주지사는 말한다. “네바다의 인센티브 패키지 내용을 읽어봤다. 한마디로 네바다는 레노, 라스베이거스는 물론 주가 가진 모든 것을 넘겨준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모든 주가 공통으로 처한 어려운 상황에 대해선 내가 샌도발 주지사였더라도 아마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요즘 같은 경기 침체에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인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머스크는 네바다가 가장 후한 조건을 제시한 주는 아니었다고 말했다(샌 안토니오의 조건이 더 좋았다). 그는 낮은 비용과 빠른 속도가 승리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네바다의 신속한 움직임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완공까지 걸리는 시간이었다.”

머스크는 지난해 11월 분기 실적 발표에서 네바다와의 거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네바다로부터 과도한 조건을 끌어냈다는 비판에 짜증이 난 것처럼 보였다. 그는 (테슬라와의) 계약은 네바다에게 “최고의 선택”이었다며, (계약 조건이 과도하다는) 비판에 대해선 “상당히 불편하다. 규모로 봤을 때 나쁘지 않은 조건을 얻어냈다고 생각하지만 지나치게 과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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