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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가장 야심 찬 CEO

THE MOST AMBITIOUS CEO IN THE UNIVERSE

“그는 광범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GE의 토머스 에디슨, HP의 데이비드 패커드 이후로 이런 기업가는 처음 본다.”
- 앤드리슨 호로비츠의 벤 호로비츠


핵심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구글 CEO 래리 페이지 Larry Page가 미래를 바꿀 신기술-삼키는 미세 나노입자, 인터넷 광대역망을 커버하는 풍선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by Miguel Helft


LALLY PAGE CEO AND CO-FOUNDER GOOGLE
구글 공동설립자 래리 페이지


구글 X에는 래리 페이지에 관한 재미있는 유머가 하나가 있다.

‘문샷’ *역주: 구글의 혁신적이고 야심 찬 사업들을 지칭한다연구소라 불리는 이곳에선 무인자동차, 고공 풍력발전 터빈, 지구 전체를 인터넷망으로 덮어 줄 성층권 풍선 등이 개발 중이다. 연구실의 한 정신 나간 과학자가 세상을 바꿔놓을 발명품, 즉 타임머신을 발명해 페이지의 사무실로 가져 갔다. 과학자가 타임머신을 시연하기 위해 콘센트를 찾고 있을 때 페이지는 실망한 듯 질문을 던졌다. “왜 플러그를 꽂아야 하지?”

미래지향적인 구글 X 연구소의 젊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기술발전에 대한 래리 페이지의 열망과 절박함을 보여주는 이 이야기는 지금도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그는 비현실적인 과제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불가능한 과제를 실현 가능한 일로 생각한다. 그의 비전은 엔지니어나 연구 과학자들보다도 훨씬 더 앞서 있다. 때로는 미래가 이미 펼쳐진 다른 우주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일례를 들어보자. 인터넷 풍선 프로젝트 책임자가 계획대로라면 인터넷의 총 대역폭이 5%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페이지는 왜 2~3배까지 증가시키지 못하느냐고 반문했다. 구글 X의 책임자 애스트로 텔러 Astro Teller는 “페이지는 문샷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텔러는 자신의 손을 머리 위로 치켜 올리며 “그는 자신의 목표가 이만큼이나 높다는 것을 끊임없이 주지 시키며 주변사람들이 더 큰 꿈을 꾸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실의 최신 프로젝트-환자 질병을 모니터링하는 ‘삼키는 미세 나노입자’-를 이끄는 앤디 콘래드 Andy Conrad는 페이지와 아이디어를 논의하는 건 독특한 경험이라고 말한다. “겁이 나기도 하고, 영감을 얻기도 하고, 성장하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목표를 높게잡고, 그것을 달성하도록 직원들을 끊임없이 몰아붙이는 것이 그의 전통적인 경영방식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페이지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접근법을 시도했다.

하지만 ‘몽상가’ 페이지에겐 ‘경영자’ 페이지라는 다른 측면도 존재한다. 지난 10년간 그는 미국 재계에서 가장 비전통적인 경영방식을 실험해 왔다. 구글은 에릭 슈미츠 Eric Schmidt를 CEO로, 공동 설립자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Sergey Brin을 사장으로 하는 ‘삼두 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2011년 삼두 체제가 해체되고 페이지가 CEO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훌륭한 경영자적 전문성을 입증했다. 그는 최근 이사진에 합류한 포드 CEO 출신 앨런 멀럴리 Alan Mullaly 등 유명 경영인들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의 원대한 비전에 맞게 구글을 개혁하면서 과감한 운영을 해왔다. 그는 고위 경영진을 두 번이나 개편했고, 다수의 사업을 접기도 했다. 살아남은 사업의 외형과 느낌을 통일했고, 엔지니어들의 도움을 받아 간소화 작업도 진행했다. 또 구글 전반에 걸쳐 ‘모바일 최우선’ 기조를 추진했다. 페이지가 CEO를 역임한 지난 3년여 동안 구글의 비즈니스는 전에 없이 견고해졌다. 검색, 광고, 지도, 메일, 앱, 크롬, 유튜브, 안드로이드 등 핵심사업은 컴퓨팅의 모든 영역을 커버하고 있으며, 또 견고히 성장하고 있다.

현재 구글의 최대 경쟁자는 애플이다. 하지만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그리고 덜 알려진 기술기업들도 만만치 않은 라이벌이라 할 수 있다. 구글의 초창기에 대해 기술한 ‘더 서치 The Search’의 저자이자 연쇄창업가인 존 바텔 John Battelle은 “기술업계에서 구글 같은 기업은 처음이다. 재무성적, 다양한 시장공략, 원대한 목표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패키지 기업이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구글의 성공에 대해선 딱히 부인할 만한 것이 없다. 지난 3년간 연 평균 20% 이상 성장했고 최근 분기에는 매출 160억 달러를 돌파했다. 페이지가 CEO로 취임했을 당시 370억 달러였던 현금 보유량도 현재는 620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덕분에 그는 구글의 핵심사업과 기타 사업에 모두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었다. 페이지는 “스티브 잡스와 토론을 한 적이 있다. 잡스는 당시 ‘구글이 너무 많은 사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그는 한두 가지 사업에 집중해 훌륭한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런 방식이 애플에겐 아주 효과적이었지만 페이지가 생각하는 구글의 비전은 그것과 조금 달랐다. 그는 “더 많은 일을 하면서 세상을 더 크게 변화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4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그의 목표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이제 구글의 문샷 프로젝트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페이지가 CEO에 오르기 전부터 구글은 무인차를 개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구글 X를 담당하는 브린과 함께) 페이지는 완전히 새롭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구글은 인공지능, 로보틱스, 배송 드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수백 개의 신생기업에 투자하고, 구글플렉스 Googleplex *역주:구글의 본사가 있는 연구단지 밖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벤처 사업부도 획기적인 수준으로 확대했다. ‘완전 자동화 주택’이라는 꿈을 위해 32억 달러를 투자, 네스트 Nest 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는 또 구글이 탄생시켰고, 제넨텍 Genentech CEO 출신 아트 레빈슨 Art Levinson이 운영하고 있는 독립 바이오테크 기업 캘리코 Calico의 노화방지 연구에도 수억 달러를 지원했다. 최근에는 글루코스 수치를 체크하는 콘택트 렌즈를 상용화했고, 무관심과 조롱으로 얼룩졌던 가상현실 안경 구글 글라스도 계속 개발하고 있다.

페이지는 “구글 본연의 임무는 세상의 모든 정보를 정리하고, 어디서나 그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한때 터무니없어 보였던 이 목표가 이제는 너무 작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스탠퍼드 시절 공동 설립한 구글이 계속 사람들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길 원하고 있다. 이런 원대한 목표와 입이 떡 벌어지는 재무실적 덕분에 페이지는 2014년 포춘이 선정한 ‘올해의 기업가(Businessperson of the Year)’에 등극했다.

구글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허황된 꿈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점만큼은 기억하자. 2010년 구글이 최초로 무인차 개발에 착수했다고 발표했을 때,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자동주행 자동차는 거의 현실화되었다. 구글의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자동차업계도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페이지의 미래비전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켰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앤드리슨 호로비츠 Andreessen Horowitz의 벤 호로비츠 Ben Horowitz는 “그가 손대는 사업의 범위는 정말 광대하다.

GE의 토머스 에디슨, HP의 데이비드 패커드 David Packard 이후로 이런 선도적 기업가는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두가 그의 원대한 계획에 공감하는 건 아니다. 구글 밖에선 ‘사악해 지지 말자(Don’t be evil)’라는 구글의 모토를 단순한 홍보문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경쟁사, 규제당국, 소비자를 포함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구글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반독점법 위반 조사가 진행 중인 유럽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특히 심한 편이다(혐의가 인정되면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구글에겐 한 가지 재주밖에 없다는 비판도 들린다.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검색광고 사업으로 공상적인 프로젝트를 펀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 매출의 대부분은 광고수입이긴 하지만 페이지는 사업 다각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 투자은행 제프리 Jefferies에 따르면, 유튜브는 2014년에 매출 60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구글 플레이 Google Play의 스토어 및 엔터프라이즈 매출-기업이 구매한 앱 및 서비스-도 수십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무료 배포되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컴퓨팅 플랫폼 안드로이드는 구글 서비스를 모바일 중심으로 이동하게 만들었다. 페이지가 현재 감행하고 있는 투자는 미래를 준비하면서도 검색광고 부진을 대비하는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RBC 캐피털 마켓 RBC Capital Markets의 애널리스트 마크 머해니 Mark Mahaney는 “그는 장기적인 기술 트렌드에 맞게 적절한 투자를 하고 있다. 집, 자동차, 웨어러블 등 믿을만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구글의 가치는 지금만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페이지는 이런 비판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그는 자신을 이끄는 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순수한 열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잘하는 것에만 몰두했던 (그러다 사회적 가치를 잃어간) 기존 대형 기술기업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 및 과학자들은 같은 일만 반복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페이지는 계속 세계 최고의 인재를 유치해 구글을 전에 없던 새로운 기업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10~20년 동안이 아니라 수세대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기업을 갈망하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나를 쉼 없이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철두철미한 CEO

현재 검색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아밋 싱할 Amit Singhal 수석 부사장은 14년 전 구글에 입사했다. 그는 여전히 구글이 첫 광고 서비스를 시작했던 2000년을 기억하고 있다. 그날 밤 페이지는 늦게까지 집무실에 남아 끊임없이 쿼리(검색어)를 입력해 보았다. 다음 날 싱할이 출근했을 때 복도 벽은 온통 검색결과 출력물로 뒤덮여 있었다. 출력물에는 페이지가 남긴 예리한 질문과 코멘트가 휘갈겨져 있었다. 이를 테면 ‘이 광고는 우리 사용자들에게 유익한가?’, ‘이 광고가 뜨는 이유는 뭐지?’, ‘여기는 뭐가 잘못됐지?’ 등이었다. 싱할은 “페이지는 구글의 가장 열렬한 사용자였다”고 증언했다.

지금도 페이지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구글의 제1 사용자이자 지지자이다. 그의 꼼꼼함, 까다로운 기준, 내향적인 성격과 딱 어울리는 역할이다. 페이지(41)는 거친 목소리와 단조로운 어조로 두서없이 말하는 스타일이다. 몇 년 전만해도 성대마비라는 희귀 증상으로 목소리를 거의 내지 못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목소리를 키우지 않고 있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과 진한 눈썹이 난 그의 얼굴 표정은 심각한 모습과 함박웃음 사이를 오가곤 한다. 그를 ‘설레게’ 만드는 어떤 기술에 대해 설명할 때면, 예외 없이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난다(페이지와 한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눠보면, 그는 이런 기술에 ‘설레고’, 저런 기술에 ‘무지 설레고’, 또 어떤 기술에 ‘진짜 설렌다’며 ‘설렌다’라는 말을 20여 차례나 반복하곤 한다).

얼마 전 오후 페이지는 TGIF(Thank God It’s Friday) 미팅 *역주: 전 임직원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미팅을 준비하고 있었다(초창기 시절부터 이어져 온 TGIF 행사는 전 세계 직원들이 화상회의에 참여하게 하거나, 녹화된 회의 영상을 주말 전에 볼 수 있도록 목요일에 열리고 있다). 페이지는 빨간 운동화, 청바지, 평범한 빨간 티셔츠와 룰루레몬 Lululemon 집업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의 집무실은 약간의 앉을 공간과 작업공간이 마련된 고급스러운 4층 맨 끝에 있다. 페이지는 근처 회의실에 자리를 잡은 뒤 (모토로라가 제작한) 구글의 최신 주력 폰 넥서스 6 Nexus 6를 꺼내들었다. 페이지는 “휴대폰을 가볍게 치면 공지와 알림을 볼 수 있다. 비밀번호 입력이나 다른 어떤 것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휴대폰을 쥐고 팔을 쭉 뻗은 그는 넥서스 6의 크기와 성능을 멀리 벽에 걸려있는 평면 스크린 TV와 비교했다. 페이지는 “놀랍다. 이 거리에서도 넥서스 6는 고화질의 HDTV보다 픽셀 수가 더 많다”고 말했다.

페이지는 구글 밖에선 회사의 기술발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내부에선 가장 냉혹한 비판자다. 모바일에 집중하기 위해 그는 컴퓨터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직원들이 회의에 참석할 때에도 휴대폰만 들고 오도록 하고 있다. 엔지니어들과 제품관리자들에게도 일주일에 하루는 (PC없이) 모바일 기기만 사용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꼭 직원들에게 꼭 집어 말을 한다. 페이지는 “CEO로서 내일은 직원들이 더 발전할 수 있게 독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스 골리 Alex Gawley는 페이지의 불평을 많이 들어야 하는 사람이다. 지메일 Gmail 제품 관리 책임자인 그의 이메일 수신함은 페이지가 보낸 날카로운 질문들로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많다. 골리는 “가끔씩 메일이 몰려들 때가 있다. 그는 몰입하면 한 번에 2~3개씩 지적을 한다”고 말했다.

페이지는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더 급진적인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2년 전 그는 골리와 팀원들을 호출한 적이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지메일은 훌륭하지만 무려 10년 전에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지적했다. 그땐 스마트폰도 소셜네트워크도 없던 시절이었다. 페이지는 골리의 팀에 미션을 주었다. 바로 향후 10년 동안 사용할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중요한 점은 페이지가 요구한 것은 단순한 지메일 2.0 제작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덕분에 골리와 그의 팀원들은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골리는 “지난 10년간 지메일을 사용해 온 것과는 차별화된 방식을 고안해야 했다”고 말했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골리의 팀이 개발한 인박스 Inbox를 최초로 공개했다. 인박스는 모바일 스크린에 최적화된 완전히 새로운 앱이었다. 프로모션, 소셜, 금융 등 카테고리별로 메일을 정리해 주고, 중요한 메일을 표시하거나 간편히 알람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인박스는 완전 공개가 아니라 구글이 초대한 사용자들만 사용할 수 있는 제한적 공개를 했다. 지금까지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유명 기술 블로그 버지 Verge는 인박스를 “이메일의 미래”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는 이처럼 이메일 서비스를 세세하게 챙긴다. 그렇다면 페이지는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깊숙히 관여하는 ‘마이크로매니저 micromanager’라 할 수 있을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페이지는 5만 5,000명의 직원을 두고, 수십 개의 제품과 사업을 다루는 대형 기업의 경영자다. 다만 베테랑 기술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메일처럼 핵심 서비스들은 페이지의 꼼꼼한 검수를 거친다고 한다. 지메일은 그 자체로 수십억 달러 비즈니스다. 나아가 구글 비즈니스 앱의 기반이기도 하다.

약속시간, 항공기 지연, 귀가 길 교통 상황 등을 알려주는 개인 비서 서비스 구글 나우 Google Now 역시 지메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4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지메일의 입지는 확고해 보인다. 하지만 경쟁서비스 왓츠앱 WhatsApp이 기록적으로 빠른 속도로 수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210억 달러에 구글의 라이벌 페이스북에 인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페이지는 경쟁이 치열한 이 업계에서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혁신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지난 3년간 페이지는 대부분의 구글 서비스에 이같은 엄격함을 적용했다. 검색 담당 팀에는 구글 나우의 기능을 강화하고 ‘음성 검색’ 기능을 더 자연스럽게 만들도록 지시했다. 싱할은 “그의 한 마디에 음성인식 팀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구글 맵스 Google Maps 팀이 소기업들을 위한 신규서비스를 PC로 선보였을 때, 페이지는 모바일 버전을 먼저 출시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는 팰로 앨토 Palo Alto에 새 주택을 완성한 직후, 토니 파델 Tony Fadell 네스트 CEO와 대기·수질 안전, 보안, 주택 자동화 등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페이지는 구글의 조직 구조 역시 꾸준히 진화해 나가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그는 경영에 엔지니어적 마인드를 도입하고 있다(이를 통해 부족한 카리스마나 스피치 능력을 보완한 것일 수도 있다). 신뢰할 만한 이들로부터 종종 조언을 얻은 뒤 신중하게 조직 구조를 최적화 한다. CEO 취임 후 얼마되지 않아 더 신속한 개발을 위해 조직 구조를 서비스 위주로 개편하기도 했다. 이 계획은 완벽히 성공했다. 현재 페이지는 멀럴리로부터 많은 조언을 구하고 있다. 페이지는 “그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법을 배울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페이지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영향력을 더욱 증대할 조직 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안드로이드, 크롬, 앱 등 주요 사업을 이끌어 왔던 선다 피차이(42) Sundar Pichai를 전면에 내세워 구글의 모든 서비스를 감독한다는 계획이다. 페이지의 측근에 따르면, 그는 대규모 제품군 운영에 수반되는 요식적 의사결정으로부터는 자유로우면서도 비공식 ‘최고제품관리자(chief product officer)’ 역할은 계속 수행하려 하고 있다. 그는 구글 사용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구글은 새로운 조직 구조 속에서 차세대 서비스를 개발함과 동시에 기존 핵심 사업들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 혁신

구글플렉스 내에는 비밀 연구소 한 곳이 있다. 이곳에선 엘리트 과학자 팀이 페이지의 가장 야심 찬 계획을 위해 일하고 있다. 바로 현대 의학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할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외부에서 보면 이 연구소는 구글플렉스 내 다른 건물과 별반 다를 게 없다(필자는 출입 전에 위치를 발설하지 않겠다는 비밀엄수 서약을 했다). 하지만 안에 들어가보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린다. 실험복과 눈 보호 장비를 꼭 착용해야 한다. 2층에 걸쳐 펼쳐진 실험실에는 비커, 피펫, 대형 분광계, 원심분리기, 프로그래밍 배열 현미경, 3D프린터 등 각종 장비가 설치돼 있다. 종양학자, 심장병전문의, 생화학자, 세포 생물학자, 면역학자, 광학 물리학자, 핵 자기 공명 전문가, 그리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까지 1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스탠퍼드, MIT, 캘리포니아 공대(Caltech), 제넨텍 출신으로 지난해 매주 2~4명씩 이곳에 합류했다.

그런데 이 생명과학 벤처의 주인공은 우리 눈에 띄지 않는다. 크기가 적혈구의 2,000분의 1밖에 안 되는 나노입자가 바로 그것이다. 구글의 계획은 다음과 같다. 우선, 화학기법을 이용해 나노입자에 단백질, 아미노산 또는 유전자물질을 입혀 암세포와 같은 특정물질에 들러붙게 만든다. 다음으로, 나노입자를 알약에 넣어 이것을 삼켰을 때 신체를 순환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웨어러블 기기의 자성을 이용해 나노입자들을 뭉치게 만들고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 이론상 이 시스템은 24시간 모니터링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다양한 질병을 기존 진단 방식보다 훨씬 더 조기에 발견·치료할 수 있게 해준다. 구글 X의 생활과학 부문 책임자 콘래드는 이 프로젝트가 “의학기술의 기조를 ‘대응적’에서 ‘선제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자동차 브레이크가 잘 작동하지 않으면 오일을 교환하는 것처럼 몸이 아파야 병원을 갔다. 우리에겐 더 나은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로 치부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구글과 구글의 파트너를 포함한 다수의 신생 바이오테크나 나노테크 기업들은 이미 프로젝트의 핵심을 이론적으로 입증했다. 세계적인 바이오테크 전문가 로버트 랭거 Robert Langer MIT교수는 “어마어마한 과학적·규제적·사회적 장애물이 남아 있다. 하지만 다른 회사들이 꺼리는 영역에 과감히 도전하는 구글 덕분에 이론의 현실화가 한 단계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랭거는 구글 과학자들에게 자문을 해주지만 직접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어찌됐든 당분간 (어쩌면 영원히) 구글 로고가 새겨진 알약을 먹는 일은 없을 것이다. 콘래드는 “(나노입자 알약개발에) 성공하면 다른 기업과 협력해 기술을 상용화 할 계획”이라 말했다. 전형적인 구글 방식대로 페이지는 이미 캘리코에 보완적인 투자도 해두었다. 콘래드의 말에 따르면, 캘리코는 ‘최대수명’ 연장에 역점을 두지만 구글은 질병을 막아 ‘중간수명’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페이지는 두 가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리고 두 가지 모두에 아주 전략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지는 자칭 ‘돈 안 되는 연구주제’(아무도 연구하지 않는 흥미로운 주제)에 끌릴 때가 많다. 구글 X가 프로젝트 룬 Project Loon의 일환으로 풍선을 띄우기 전만 해도-풍선은 100일 넘게 6만 피트 상공에 떠있으면서 광활한 영역을 커버하는 와이파이망을 구축했다-통신기술에 풍선을 이용한다는 아이디어는 전형적으로 돈 안되는 연구 주제였다. 페이지는 대학원생 때부터 이 주제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말한다. 가장 강력한 통신장비인 위성은 제작에만 몇 년이 걸리고, 발사에도 수억 달러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점은 곧 혁신의 큰 장애물이기도 했다. 때문에 페이지는 몇 년 전 구글 검색을 통해 풍선의 특성에 대해 조사했다.

그는 “마침내 1960년대의 풍선 사진을 찾았다”며 “이 풍선은 지구를 무려 5바퀴나 돌았다”고 말했다. 페이지는 반 세기가 지난 지금은 더 좋은 소재를 통해 풍선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페이지는 깊이 있는 학문연구에 필요한 역량과 호기심을 갖춘 인물이다. 현재 그는 엔지니어들과 프로젝트 룬의 기술적 부분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다.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는 풍선의 무선망을 집중 시켜야 하는 반면, 시골지역은 망의 커버 구역을 더 늘려야 한다. 지난 2013년 한 회의에서 그는 텔러에게 이를 위해 풍속과 고도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설명하기도 했다. ‘수소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물리학자 에드워드 텔러 Edward Teller의 손자 애스트로 텔러는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든, 페이지가 나보다 지식이 많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낄 정도였다. 심지어 내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쏟은 분야에서도 그랬다”고 말했다. 페이지는 그것은 구글의 엘리트 과학자들을 관리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그는 “관리자가 깊이 있는 지식을 보여주는 것은 동기부여에 큰 효과가 있다. 내게는 그럴만한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경영적 수단일지도 모르지만 페이지의 연구중심적 태도는 자신이 지향하는 구글이 애플과 얼마나 다른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네스트를 설립하기 전, 애플에서 아이팟 및 아이폰 개발을 이끈 파델은 페이지와 잡스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혁신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그는 “잡스는 제품을 사랑하고 작은 사용자 경험도 놓치지 않는 마케터였다. 반면 페이지는 정통 기술자로 과학지식과 이론에 해박하다. 물론 제품도 매우 사랑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페이지 같은 선지자적 인물도 실수를 하곤 한다. 구글은 에너지와 자선 부문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페이지가 적극 지원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구글플러스 Goolge 를 포함해 실패작들은 꽤나 많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은 충분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구글의 나노입자 알약이 암 치료법을 획기적으로 바꿔놓는다면 그 과정에서 엄청난 가치가 창출될 것이다. 매쿼리 시큐리티 Macquarie Securities에서 오랫동안 구글을 담당한 애널리스트 벤 샤흐터 Ben Schachter는 “구글의 야심 찬 계획들은 만화책에나 나올 법한 것들로 보인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일부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지는 구글의 프로젝트들을 일종의 투자 포트폴리오로 바라본다. 여기에는 단기 투자도 있고, 중장기 투자도 있다. 그는 “어딘가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고 싶어지면 그땐 이미 그 투자의 수익성을 확신할 때다. 리스크는 생각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야심 찬 CEO 래리 페이지에게 더 큰 리스크는 미래를 꿈꾸지 않는 것이 아닐까.


꿈꿔라, 그리고 현실로 만들어라
기술 기업이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구글 CEO 래리 페이지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라 믿고 있다. 구글은 문 샷 공장, 구글 X를 필두로 한 혁신적인 프로젝트들을 통해 부지런히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야심 찬 프로젝트들을 소개한다.

1. 최첨단 풍선
구글은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전 세계 수십억 인구에게 인터넷 접근성을 제공하기 위해 최첨단 풍선을 개발하고 있다. 이 풍선은 성층권에 떠다니며 지상으로 인터넷 망을 깔아준다. 현재 이 풍선은 한 번에 100일 동안 떠 있을 수 있다. 풍선이 제공하는 인터넷망의 속도는 초당 10메가다.

2. 나노입자
구글이 최근 극비리에 추진 중인, 의학의 개념을 새롭게 바꾸는 프로젝트다. 삼킬 수 있는 나노 입자들은 암 세포와 기타 바이오마커에 들러붙어 과학자들에게 해당 신체의 정보를 제공한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암을 비롯한 질병들을 발병 순간 발견할 수 있다.

3. 로봇
구글의 또 다른 비밀 프로젝트 중 하나다. 지난해 구글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Boston Dynamics와 샤프트 Schaft를 비롯해 가장 주목 받는 로봇 기업 몇 곳을 인수했다. 빅도그 BigDog라고 불리는 다리 4개 달린 로봇은 상당한 양의 짐을 옮길 수 있다. 다리 2개 달린 휴머노이드 로봇은 독립적으로 장애물을 피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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