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 IoT)
우리 주변의 사물에 센서와 통신기능을 부여해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면서 상호작용토록 하는 지능형 네트워킹 기술. ‘사물지능통신(Machine to Machine, M2M)’이라고도 한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5)가 개최됐다. 이른바 ‘역대급’ 가전·전자제품들이 자웅을 겨룬 이번 행사의 최대 화두는 단연 ‘사물인터넷(IoT)’이었다. 전체 3,500여개 참가기업의 4분의 1이 넘는 약 900개사가 IoT 관련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을 만큼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급부상했다.
특히 그 신호탄은 삼성전자가 쏘아 올렸다. 윤부근 대표이사가 기조연설을 통해 IoT의 무한한 잠재력을 강조하면서 기업 차원의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천명한 것.
구체적으로 윤 대표는 오는 2017년까지 삼성전자의 TV 제품에 IoT를 접목시키는 한편, 2020년에는 자사가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IoT로 연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이를 위해 올해에만 IoT 개발자 지원에 1억 달러(약 1,09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상만물의 지능화
IoT는 기본적으로 우리 주변의 사물에 센서를 부착하고,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인간 또는 다른 사물과 공유해 상호작용토록 하는 기술을 뜻한다. 운동량을 측정하는 피트니스 트래커나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 와치, 스마트 안경도 넓은 의미의 IoT 기기에 속한다.
다만 지금까지의 정보통신기술(ICT)이 사람과 기기(사물)의 상호작용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IoT 환경에서는 사물 스스로 정보를 수집·가공하는 것은 물론 인간의 개입 없이 직접 의사결정도 내린다. 각각의 사물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지능을 가진 주체적 존재로 격상되는 것이다.
예컨대 냉난방기기에 IoT가 적용되면 스마트폰의 GPS 정보로 사용자 위치를 파악, 집에 도착할 시간에 맞춰 온도를 조절해 놓을 수 있다. 냉장고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파악해 알아서 새 제품을 온라인 주문하고, 소변을 보면 양변기가 당뇨병 등의 질병 검사 결과를 주치의에게 통보해주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 벤처기업 애드히어테크의 경우 만성질환 환자들을 위한 스마트 약통을 개발 중이다. 센서와 무선통신장치를 내장한 이 약통은 복용시간이 지나도 약이 줄지 않으면 LED가 점멸하며, 환자의 휴대폰에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상용버전에는 환자의 약 복용 데이터를 담당의사에게 전송하는 기능도 갖출 계획이다.
사실 이 정도는 초기단계에서 구현될 수 있는 사례에 불과하다. 세상만물이 지능화되는 진정한 IoT 시대가 열리면 각 기기들에 채용되는 센서의 종류와 데이터의 가공 방식에 따라 스마트홈, 스마트하버, 스마트시티 등 가히 무궁무진한 효용성이 발휘된다.
2020년 7조 달러 거대시장 창출
IoT 세상의 기반 도구는 인터넷 접속 가능 기기들이다. 인터넷을 매개체로 각 사물들이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 전문기업 가트너는 전 세계 인터넷 접속 기기가 지난해 37억5,000만대에서 올해 49억대로 증가하고, 2020년에는 250억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중 스마트폰과 스마트 TV를 필두로 한 가전분야가 131억7,200만대, 스마트카로 대변되는 자동차 분야가 35억1,100만대로 2020년 전체 인터넷 접속기기의 66.7%를 점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듯 도구가 있고 수요가 있는데 IoT 시장의 성장은 지극히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시장조사기업 IDC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IoT시장은 2013년 1.9조 달러(약 2,070조4,300억원)에서 2020년 7.1조 달러(약 7,736조8,700억원)로 3.7배의 증대가 예견된다. 이는 2020년 세계 식품시장 예측치 6.4조 달러를 7,000억 달러나 웃도는 수치다. IDC는 또 2013년 시장은 90%가 선진국에서 창출된 반면 2020년에는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 덧붙였다.
다국적 네트워크 통신기업 시스코의 분석은 한층 장밋빛이다. 2020년 사물인터넷을 통해 무려 19조 달러(약 2경704조3,000억원)의 경제적 가치 창출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각국이 앞 다퉈 IoT 육성정책을 마련하고,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이유도 이 막대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 또한 미래창조과학부 주도로 2013년 2조3,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IoT 시장을 2020년까지 30조원대로 키운다는 내용의 ‘사물인터넷 기본계획’을 작년 5월 확정했으며, 올초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126억원이 투자되는 IoT 실증단지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이와는 별도로 삼성전자, LG전자, 구글, 오라클, 시스코, IBM, 인텔 등 주요 기업들 역시 미래 캐시카우로서 IoT의 가치에 주목하고 선제적 투자를 단행 중에 있다.
생산효율은 UP, 비용은 DOWN
앞선 사례를 감안할 때 IoT가 구현할 미래 세상의 최대 수혜자는 일견 일반인들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IoT 기술은 개인 대상의 서비스보다는 산업적 측면의 효용성이 훨씬 뛰어나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미국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도 2025년 IoT 기기의 대다수는 스마트폰이나 가정용 기기가 아닐 것이라며 비즈니스·제조 40.2%, 헬스케어 30.3%, 소매 8.3%, 보안 7.7% 교통·운송 4.1%, 기타 9.4%의 시장 형성을 예측하고 있다.
일례로 IoT는 생산설비의 유지관리 및 고장 탐지·예방에 탁월한 메리트를 제공한다. 각 기기와 주요 부품에 센싱·무선통신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기계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문제 발생을 사전에 예측·보완할 수 있는 것. 기계 스스로 문제 진단과 처리가 가능하므로 고장이나 오작동 발생 시 대응 매뉴얼을 자동화해 즉각적 대처를 모색할 수도 있다.
공장의 기계를 IoT 기기화하고, 직원들이 모든 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할리데이비슨의 ‘커넥티드 공장(Connected Factory)’이 그 실례다. 이 회사는 이를 통해 설비 관리 및 유지보수 비용의 획기적 절감을 이뤄냈으며, 최대 수일이나 걸렸던 기계고장 시대응시간을 단 몇 초로 단축했다.
GM 또한 생산라인에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자사가 생산·공급한 전 세계의 항공기와 열차, 발전소, MRI(자기공명영상) 기기 등의 부품에 1,000만개에 달하는 센서를 부착해 모니터링 중이다. 덕분에 장애로 인한 설비의 작동정지 시간을 75%나 줄였고, 연간 수억 달러의 비용절감을 거두고 있다고 한다.
영국 철도관리기업인 네트워크 레일 텔레콤의 경우 3만7,000㎞의 선로에 수만 개의 센서를 설치하고 온도와 피로도, 장애물 등을 탐지함으로써 연간 130만 시간이 소요됐던 선로 상태 점검시간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마케팅 혁신의 기폭제
IoT 기술로 기업들이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큰 이득은 마케팅의 혁신이다. 현재 기업들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제품이 판매됐으며 어떻게 사용되는지의 분석에 막대한 돈을 투자한다. 이를 알면 효율적 타깃 마케팅을 할 수 있고, 이는 곧 매출증대로 이어 지기 때문이다. IoT 기술은 바로 이 정보를 실시간 알려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IoT 기술을 도입하면 기존의 고객관리(CRM) 솔루션을 능가하는 정확하고 세밀한 고객 분석 자료를 얻을 수 있으며, IoT 기기가 수집한 데이터를 추가적 가공 없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같은 소셜미디어용 마케팅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IoT 기술의 특성상 서울 거주 30대 남성 회사원, 미혼 20대 여성 등 특정 고객층의 데이터를 선별 확보할 수 있는 덕분이다.
특히 이 모든 데이터를 활용하면 개별 고객의 관심사와 행동패턴, 사회적 지위, 구매이력 등을 바탕으로 맞춤형 온라인 광고가 가능해져 비용절감과 광고효과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단 기업과 개인이 모두 혜택을 누리는 진정한 IoT 시대의 도래를 위해서는 한 가지 선결과제가 있다. 플랫폼의 표준화가 그것이다. 현재 각각의 IoT 기기는 서로 다른 플랫폼에 기반하고 있어 상호 소통이 불가능한 탓이다. 마치 iOS 기기와 안드로이드 기기가 호환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 난제를 극복하기 위한 IoT 표준화는 크게 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시스코, IBM 등 200여개 기업이 참여 중인 ‘원엠투엠’과 퀄컴, LG전자, MS 등이 가입한 ‘올신 얼라이언스’, 그리고 구글 주도의 ‘스레드 그룹’이 그것이다. 여기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델, 인텔 등과 함께 ‘오픈 인터커넥트 컨소시엄(OIC)’을 구성해 표준화 주도권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긍정적인 사실은 작년 말 KAIST IT융합연구소 이재섭 연구위원이 IoT 표준 플랫폼을 결정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산하 표준화총국장에 당선된데 이어 올초 국내 연구자 2명이 원엠투엠 의장단에 선출됐다는 것이다. 만일 국내 기업들의 기술이 전 세계 IoT 표준으로 채택될 경우 국내 산업계는 엄청난 반사이익을 누릴 공산이 크다.
해외 사물인터넷 적용 사례
1. 상하수도
장소: 카타르 도하/브라질 상파울루/중국 베이징
방식: 도시 상하수도 시스템에 누수 탐지 센서 부착
효과: 40~50%의 누수 예방
2. 고속도로
장소: 영국 M42 고속도로
방식: 카메라와 센서로 고속도로를 지능화
효과: 통행소요시간 25%, 교통사고 50%, 대기오염 10% 감소
3. 쓰레기
장소: 미국 신시내티
방식: 가정용 쓰레기통에 무선 RFID 태그 부착해 배출량 모니터링
효과: 쓰레기 배출량 17% 감소, 재활용쓰레기 49% 증가
4. 가로등
장소: 스페인 바르셀로나
방식: 가로등에 센서를 부착해 인구 밀집도에 따라 밝기 자동조절
효과: 연간 30%의 에너지 절감
5. 병원
장소: 미국 그레이트 리버 메디컬 센터
방식: 규제약물 모니터링, 약물 추적, 재고관리 등의 시스템을 하나로 네트워킹
효과: 연간 제약비용 30만 달러, 재고비용 40만 달러 절감
산업용 I oT 구현능력
우리나라의 산업용 IoT 구현능력이 세계 12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최근 컨설팅 전문기업 액센추어가 55가지 지표를 통해 세계 각국의 산업용 IoT 구현력을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는 총 52.2점으로 호주에 이어 세계 12위를 마크했다. 1위는 미국으로 64점을 받았고 스위스와 핀란드, 스웨덴이 그 뒤를 이었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일본이 54.4점으로 가장 높은 9위를 차지했으며, 중국과 인도가 각각 14위와 19위에 위치했다. 다만 1위와 우리나라의 차이가 10점 정도에 불과한 만큼 앞으로의 노력에 따라 세계 IoT 강국 약진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로 작년 12월 발표된 한국수출입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IoT 수준은 선진국 대비 1~2년 정도 뒤져 있으며, 단말기 등 일부 하드웨어와 통신분야의 경쟁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60건 2014년 사물인터넷 분야 업체 간의 M&A 건수. 2013년 19건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총 인수금액은 143억 달러(약 15조7,2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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