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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 RIDE] 아우디 뉴 A8

뛰어난 디자인과 주행 성능<br>달리기 본능이 깨어났다

아우디가 기함 A8을 다시 손봤다. 말끔했던 디자인을 다듬고 동력 성능도 더 높였다. 최고급 세단에 걸맞은 최신 기술도 담았다. 독일산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최고급 세단 중에서도 가장 젊어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8기통 디젤엔진을 얹은 아우디 뉴 A8 L 60 TDI 콰트로는 품위와 재미, 둘 모두를 놓치지 않았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아우디는 세련되고 젊은 이미지를 잘 살리고 있다. 간결한 디자인에 정교한 디테일이 살아 있다. 동력 성능도 흠잡을 데 없다.

결정적 ‘한 방’도 가지고 있다. 상시 네 바퀴 굴림 ‘콰트로’다. 한국 사람들은 디자인에 민감하다. 최신 기술도 좋아한다. ‘내 것’에는 남의 것보다 하나라도 더 나은 것이 있길 원한다. 아우디는 한국인 성향에 잘 맞는 차다.

아우디는 지난해 뉴 A8을 국내에 선보였다. 2009년 등장한 3세대 A8에 첨단 사양을 더하고 디자인을 다듬었다. A8은 아우디 라인업에서 정점을 찍고 있는 차다. 뉴 A8은 최상위 모델인 A8 L W12와 고성능 모델 S8을 비롯해 TDI 디젤 엔진 모델 5종, TFSI 가솔린 엔진 모델 3종 등 모두 10개 트림으로 출시됐다.

시승 차량은 뉴 A8 L 60 TDI 콰트로다. V형 8기통 4.2리터 트윈터보 디젤 엔진에 4륜 구동(콰트로)을 물렸다. 긴 차체(롱 휠베이스)에 4명(2+2)만 탈 수 있는 모델로, 디젤 엔진을 단 트림 중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우디는 숫자로 배기량을 표기하던 기존 모델표기 방법을 바꿨다. 뉴 A8 L 60 TDI 콰트로를 예로 들어보자. 이 차량의 실제 배기량은 4.2리터다. 하지만 모델명에 표기한 숫자는 60이다. 여기서 60은 차량이 중력 가속도의 60% 정도를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중력 가속도를 100으로 봤을 때 이 차의 가속도는 60 정도 된다는 말이다. 즉 운전자가 느낄 수 있는 실제 가속도를 숫자로 표기한 것이다. 숫자가 높을수록 더 빠른 가속 능력을 보여주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시승을 위해 검은색 뉴 A8 L 60 TDI 콰트로와 첫 만남을 가졌다. 영화 배트맨에서 배우 크리스찬 베일이 열연한 주인공 브루스 웨인이 떠올랐다. 영화 속 브루스 웨인은 황소마크를 단 슈퍼카를 타고 나온다. 기자의 상상 속에선 뉴 A8이 슈퍼카를 이겨버렸다. 뒤로 빗어 넘긴 머리에 반듯하게 몸을 감싼 검정 연미복을 입은 브루스 웨인과 검은 A8. 둘 다 날렵하지만 강인해 보이고, 고급스럽지만 고루해 보이지 않는다. 완벽히 어울린다.

아우디는 기함에서도 세련되고 젊은 이미지를 그대로 살렸다. 새로운 A8을 더 젊게 만든 건 눈매다. 좌우 헤드램프에 LED램프를 각각 25개씩 넣었다. 아우디는 이를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라고 부른다. 헤드램프 안은 위아래로 나뉘어 있고 맨 아래는 주간 주행등이 받치고 있다. 깔끔하고 세련된 헤드램프를 보면서 미국 건축가 루이스 설리반이 말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Form Follows Function)’를 떠올렸다. 이 말은 기능은 형태를 만들고 구성하며, 그 형태는 기능을 표현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다시 설명하겠지만 멋진 LED 헤드라이트는 밤길을 달리면서 놀라운 기능을 보여주었다).

범퍼 부분도 달라졌다. 커다란 6각형 그릴 아랫부분에는 크롬으로 된 얇은 선을 두르고 그 안에 원형 안개등을 집어넣었다. 기존 모델보다 정돈된 디자인이다. 후드에는 헤드램프에서 A필러까지 이어진 선이 들어가 볼륨감이 살아있다. 옆모습은 불필요한 장식과 선을 모두 없애 길쭉한 차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뒷모습은 긴장감을 살렸다. 위로 높게 올라붙은 후미등과 스포일러 역할을 하는 트렁크 리드가 살짝 솟아올라 있다. 여기에 좌우 후미등을 길게 가로지르는 얇은 크롬 선을 더해 깔끔하게 디자인을 완성했다. 둥근 형태였던 듀얼머플러팁은 후미등과 비슷한 직사각형 모양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전체적으로 기존 모델보다 세련되고 날렵해 보인다.

운전석에 앉아 실내를 살펴보았다. 얼핏 봐선 다른 아우디 모델과 비슷하지만, 곧 화려함과 디테일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와 금속, 가죽으로 이루어져 차분하고 고급스럽다. MMI(Multimedia Interface)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터치식 패드도 달려있다. 이를 통해 독일 본사에서 직접 개발한 한국형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조작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헤드 업디스플레이(HUD)와 연동된다. 앞좌석에는 열선과 통풍 외에도 마사지 기능이 달려있다. 2명이 탈 수 있는 뒷자리는 말 그대로 호화롭다. 기본적으로 공간이 넓어 레그룸과 헤드룸이 넉넉하다. 독립된 뒷자리에 앉은 탑승자 두 명은 각자 버튼을 눌러 좌석(위치, 마사지 기능), 창문 가리개, 선루프, 공조·오디오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다. 차량 상태와 각종 조작 내용은 앞좌석 뒤에 장착한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뒷좌석을 둘로 나누는 긴 팔걸이 앞부분에는 테이블을 숨겨놓았다. 필요할 때 뽑아 올린 후 펼쳐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두 좌석 등받이 사이에는 냉장고도 있다.

기어박스 옆에 있는 시동 버튼을 눌렀다. 대시보드에 숨어 있던 8인치 컬러 모니터가 고개를 들어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대시보드 양옆에 있는 뱅앤울룹슨 스피커가 솟아올랐다. 엔진소리도 고급스럽다. ‘우웅~’ 하며 낮게 깔린 저음이 들려온다. 공회전 시 소음이나 진동 수준은 디젤엔진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가솔린 엔진을 달았다고 해도 모를 정도다. 기함다운 정숙성이다.

주행을 시작했다. 엔진음이 실내로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일반도로에서 주행 성능은 설명할 필요를 못 느낀다. 조용하고 부드럽고 안락하다. 최고급 차량이지만 스타트 앤 스톱 시스템을 장착했다. 차량이 정차하면 시동이 자동으로 꺼져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연료를 줄여준다. 불편하다면 8인치 모니터 밑 왼쪽에 있는 버튼을 눌러 끄면 된다.

본격적으로 시험 운전을 하기 위해 영동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주행감이 부드럽다. 운전대는 묵직해 안정적이다. 가속페달을 더 깊게 밟았다. 디젤엔진임에도 엔진회전수가 4,500 RPM이상까지 빠르게 올라간 뒤 시프트 다운된다. 밀어붙이는 힘이 대단하다. 2.2 톤이 넘는 몸무게지만 엄청난 토크 덕분에 달리기는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몸이 등받이와 밀착해버린다. 비로소 뉴 A8 L 60 TDI 콰트로가 제 모습을 드러냈다. 뉴 A8L 60 TDI 콰트로는 페이스 리프트를 거치면서 출력과 토크를 높였다. 최고출력은 350마력에서 385마력으로, 최대토크는 81.6kg·m에서 86.7kg·m로 증가했다. 엄청난 힘을 내는 엔진은 ZF제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스포츠카 뺨치는 달리기 성능을 보여줬다. 도로를 달리는 데 거침이 없다. 그런데 편하다. 코너를 돌 때도 매우 안정적이다. 바퀴가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원을 그린다. 에어 서스펜션과 상시 4륜 구동 시스템 콰트로가 차체 균형을 잘 잡아준다.

아우디가 밝힌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4.9초다. 주행 모드를 S(스포트)로 바꾸면 기어가 한 단 낮춰지면서 힘을 최대한 바퀴로 전달한다. 가속페달도 예민해져 오른발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서스펜션은 더 단단해진다. 엔진이 토해내는 소리도 스포티하게 변한다. 운전대에 붙어있는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수동 변속으로 주행하면 짜릿한 손맛마저 느낄 수 있다. 아우디 뉴 A8은 고속 주행 시 제동능력도 매우 뛰어나다.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제동이 이뤄져 고속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있다. 굳이 S모드로 놓고 다녀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뉴 A8 L 60 TDI 콰트로는 일반 주행 모드에서도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다른 차들을 압도했다.

영동고속도로에 어둠이 짙게 내렸다. 자동으로 설정해 놓은 라이트에 불이 들어왔다. 이상한 현상이 눈에 들어왔다. 길을 비추는 헤드라이트 불빛이 밝기와 거리, 방향을 순간순간 바꾸고 있었다. 주행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매트릭스 LED헤드라이트가 작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앞서 가는 차량이나 맞은편 차량을 동시에 8대까지 감지해 상대방 시야에 방해되지 않도록 LED 램프 25개를 개별 제어해 조사 각도와 밝기를 조정하는 똑똑한 녀석이었다. 앞에 차가 있을 때에는 LED 램프를 아래로 내리거나 꺼 버리고, 옆을 비추는 나머지 상향등은 유지했다.

앞에 차가 없을 때는 전방 진행방향에 더 많은 빛을 쏘면서 시야를 확보했다. 심지어 내비게이션과 연동하면서 회전하는 방향으로 보다 많은 빛을 쏟아냈다. 굽은 도로에서 운전대를 돌리는 방향으로 불빛을 높여 주는 걸 볼 수 있었다.

주행 중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했다. 운전대가 원래 차선을 향해 저절로 움직였다. 아우디 액티브 래인 어시스트 시스템이다. 운전자가 방향 지시등을 작동하지 않고 차선을 벗어나면 자동으로 운전대를 원래 차선으로 돌려버린다. 이 시스템은 시속 60km부터 시속 250km 사이 속도에서 작동하며, MMI를 통해 세부 설정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사고 발생 시 2차 사고 방지를 위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2차 추돌 방지 보조 시스템, 초음파 센서로 주차 공간 파악이 가능한 톱 뷰 디스플레이 주차 보조 시스템 등 안전 편의사양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넘쳐난다(가솔린 W12 모델에는 밤 운전 시 사람이나 동물을 식별해 알려주는 나이트 비전시스템도 탑재했다).

뉴 A8은 초경량 알루미늄으로 차체 프레임을 만들었다. 철로 만들었을 때보다 비틀림 강성이 60% 이상 향상되어 주행 안정성을 크게 높였다. 같은 크기의 철제 차체에 비해 무게도 40%가량 덜 나간다. 연비는 꽤 잘 나오는 편이다. 리터당 공인 복합연비가 10.9km다.

A8은 자신이 가진 성격을 그대로 드러냈다. 분명 뒷자리 승객을 위한 최고급 세단이지만 운전자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차량이다. 차량 소유주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스포티한 운전을 즐기는 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생김새와 움직임 모두 젊고 역동적이다. 경쟁 브랜드가 내놓은 기함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물론 뒷자리만을 고수하는 VIP를 만족시킬 안락함과 품격도 갖추고 있다. 역시 한국 사람이 좋아할 만한 차란 생각이 들었다.

부가세를 포함한 뉴 A8 가격은 A8 50 TDI 콰트로 1억 2,670만 원, A8 L 50 TDI 콰트로 1억 4,190만 원, A8 L 50 TFSI 콰트로 1억 4,660만 원, A8 60 TDI 콰트로 1억 4,380만 원, A8 L 60 TDI 콰트로 (5시트) 1억 6,490만 원, A8 L 60 TDI 콰트로 (4시트) 1억 7,840만 원, A8 L 60 TFSI 콰트로 (5시트) 1억 6,460만 원, A8 L 60 TFSI 콰트로 (4시트) 1억 7,810만 원, A8 L W12 2억 5,310만 원, S8 1억 8,10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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