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러시아 부패정치에 투자하면 안 되는 이유

WHY YOU SHOULDN'T INVEST IN THE RUSSIAN KLEPTOCRACY

by Bill Browder


3년 전 스위스 다보스 Davos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참석한 필자는 벨기에 재벌 CEO, 거대 스위스 원자재 거래업체 대표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무릎에 냅킨을 올려놓는 순간, 벨기에 기업인이 내 이름표를 집더니 “당신이 빌 브로더 Bill Browder인가? 당신 덕분에 우리는 러시아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고 큰 소리로 말했다. 원자재 거래업체 대표도 이를 보더니 “우리도 그렇다!”고 화답했다. 왜 낯선 두 사람이 필자 때문에 러시아를 기피했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996년 모스크바로 이주한 필자는 에르미타주 펀드 Hermitage Fund라는 투자 펀드를 설립했다. 이 업체는 자산 45억 달러로 러시아 최대규모 투자 펀드로 성장했다.

필자가 펀드를 만들었을 때, 러시아 주식시장은 서방시장과 비교해 거의 99% 할인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가격이 그토록 저렴했던 건 대부분의 러시아 기업을 소유하고 있던 과두집권층이 역사상 전례 없는 도난행위를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회사자산 수탈, 이전가격 조작, 실질가치 희석 및 횡령을 예술 수준으로 끌어올려 놓았다. 이러한 도난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금전적으로 필자에게 이득이었기 때문에, 자체 조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을 서방 언론사에 전달했다. 2004년 무렵까지 이 전략은 효과가 있었다. 과두집권층은 필자로부터 돈을 빼앗아 갔던 것과 마찬가지로 푸틴에게서도 권력을 훔치고 있었기 때문에, 필자는 아주 강력한 동맹군(푸틴)을 얻은 셈이었다. 스베르방크 Sberbank나 가스프롬 Gazprom 같은 기업에 맞설 때, 푸틴은 종종 필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비난하곤 했다.

불행하게도 이런 관계는 지속되지 못했다. 2004년 여름, 푸틴은 공개적으로 러시아 최대 과두집권층이던 미하일 호도르콥스키 Mikhail Khodorkovsky를 재판에 회부해 9년간 감옥살이를 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곧 다른 과두집권층도 그의 전철을 밟게했다. 그 후 푸틴과 필자의 이해관계는 갈리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필자를 러시아에서 추방하면서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인물이라고 발표했다. 필자가 추방당한 뒤, 25명의 경찰관이 모스크바 내 여러 사무실을 조사했고 기업 문서를 압수해갔다.

이 문서들은 우리 투자회사들을 찬탈하는 데 이용됐다. 궁극적으론 2억 3,000만 달러 규모의 러시아 역사상 최대 세금환급 사기를 저지르는 데 악용되었다. 필자 측 변호사들이 조사를 시작했지만, 경찰도 변호사 한 명 한 명에 대해 형사고발을 진행했다. 결국 그들은 가족과 함께 러시아에서 도망치듯 떠날 수밖에 없었다. 유일하게 세르게이 마그니츠키 Sergei Magnitsky만이 떠나지 않고 용감하게 관련자 고발 증언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그니츠키는 체포돼 수감됐고 고문까지 당했다. 결국 그는 358일 후 8명의 시위진압 경찰이 휘두른 고무 곤봉에 맞아 사망했다.

그 후 러시아 정부는 전면적인 은폐작업을 시작했다. 가족의 부검요구를 거절했고, 관련 공무원 모두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범죄를 밝혀낸 마그니츠 키에게 오히려 혐의를 뒤집어씌웠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를 듣고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포기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렇지만 놀랍게도 사람들은 최근까지도 내게 전화를 걸어 “이봐 빌, 러시아 시장이 4년 전 최고점을 찍었을 때보다 63%나 하락했다네. 들어갈 시기라고 생각하나?”라고 묻고 있다. 나는 그들 모두에게 “투자하지 마”라고 조언을 했다. 도덕적인 면을 차치하더라도, 지금 러시아에 투자하는 1,000달러는 5년 후 훨씬 더 낮은 가치로 떨어질 것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에도 러시아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지 모르고 있었다. 푸틴의 여러 측근이 최소한 1조 달러를 국고에서 빼냈다고 추정되는 가운데, 서방의 제재조치와 유가급락이 한꺼번에 영향을 미치면서 1998년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루블화는 거의 50%가량 평가절하됐다. 소비재의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에겐 특히 치명적이다. 당신이 구매하는 제품 중 절반의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고 상상해보라. 어떻게 되겠는가? 당연히 국가지도자에게 분노를 느낄 것이고,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푸틴은 자신을 향한 타인의 부정적 감정을 잘 다루는 인물이 아니다. 현 상황에 대한 그의 유일한 반응은 진압이다. 그 결과 재산을 국외로 유출하는 사람만이 득을 보고 있다. 이는 루블화의 가치를 더 떨어지게 만들고 있다. 멈출 수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듯하다. 푸틴의 KGB 진압 교본은 개인에겐 효과적이지만, 시장에선 별로 소용이 없다. 그는 절대로 시장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좌지우지할 수 없을 것이다. 러시아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그 누구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 뻔하다. 앞으로 대대적인 통화 및 자본 통제도 예상되고 있다. 그래도 자금이 부족해지면, 푸틴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Hugo Chavez가 그랬듯이 기업을 몰수해 국영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마저도 효과가 없다면 돈을 찍어내 극심한 물가인상을 야기시킬 것이다. 푸틴을 구제할 수 있는 것은 유가가 다시 배럴 당 100달러로 오르는 일 뿐이다. 푸틴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1~2년, 혹은 좀 더 걸릴 수는 있다. 하지만 푸틴의 독재 스타일로는 이처럼 거대하고 통제가 불가능한 국가에서 이만큼 심각한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시장폭락 후 찾아오는 짧은 반등(Dead Cat Bounce)에 속지 않기를 바란다. 러시아는 바보만 모여드는 시장이기 때문에 거들떠봐서도 안 된다.

러시아의 실체
투자자 빌 브로더가 푸틴 정부의 부패 실상을 폭로한다.
by norman Pearlstine

빌브로더의 책 ‘붉은 경고’의 추천사는 이 저서에 대해 ‘거친 러시아 동부에 진출한 미국태생의 금융전문가와 끝내 살해당하고 만 그의 젊은 원칙주의 변호사, 살인사건에 관련된 크렘린 Kremlin 인사를 폭로하는 그의 위험한 임무를 그린 사실주의 스릴러’라고 평가하고 있다.

묘사 하나하나가 모두 정확하다. 브로더의 변호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는 러시아 정부 관료가 2008년 브로더의 기업 중 한 곳을 대상으로 벌인 2억 3,000만 달러 규모의 사기사건을 파헤쳤다. 마그니츠키는 사기사건을 폭로한 후 감옥에 갇혔고 곧 그곳에서 살해당했다. 에르미타주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설립자이자 CEO로 러시아에서 수십억 달러를 벌기도 하고 잃기도 한 브로더는 마그니츠키의 죽음 이후 러시아의 부패와 인권유린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 이런 활동 끝에 브로더는 지금 러시아에 강제송환될 처지에 놓였다. 러시아 정부는 결석 재판으로 브로더에게 탈세 혐의를 적용해 9년 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것은 이야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붉은 경고’의 전반부는 브로더가 고등학교 시절의 실패부터 대학·경영대학원 시절까지 겪은 불가능해 보이는 인생 역정을 그리고 있다. 러시아 최대 외국인 투자자가 되기 전, 여러 컨설팅 기업 및 월가에서 진행한 업무 경험도 묘사하고 있다.

좌파 성향 학자의 아들이자 얼 브로더 Earl Browder-노동운동가로 미국 공산당(American Communist Party) 대표를 지냈다-의 손자이기도 한 빌 브로더는 자본주의자가 되어 집안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제이피 모건 J.P. Morgan의 채용담당자, 보스턴 컨설팅 그룹 Boston Consulting Group의 매니저, 살로몬 Salomon의 중개인, 로버트 맥스웰 Robert Maxwell, 론 버클 Ron Burkle, 에드먼드 사프라 Edmond Safra 같은 거래자들을 만나면서 깨우친 바를 이 책에서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다.

폴란드 버스 제조업체에 대한 컨설팅, 무르만스크 Murmansk 어업 선단에 대한 조언, 저평가된 러시아 신규 민영화 업체 발굴 등이 책의 모든 사례에서 브로더는 현실의 기회와 부조리를 마주하며 소설보다 더 잘 읽힐 정도로 매우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라이어스 포커 Liar’s Poker’라는 책을 통해 1980년대 살로몬 브라더스 Salomon Brothers와 월가, 주택담보대출 기반의 상품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책 속의 책(book-within-a-book)을 읽으면 러시아와 구소련에 대한 투자를 이해할 수 있다. 브로더의 이 사업 여정 기록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통치하는 러시아의 부패상과 살인에 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 ‘붉은 경고’는 분명 올해 최고의 책 후보에 오를 만한 작품이다.


에르미타주 캐피털 매니지먼트 Hermitage Capital Management의 설립자 브로더는 2005년까지 러시아 최대 외국인 투자자였다. 그의 저서 ‘붉은 경고: 대형 금융거래, 살인, 정의를 위한 한 남자의 싸움(Red Notice: A True Story of High Finance, Murder, and One Man’s Fight for Justice)’이 2월 3일 사이먼 앤드 슈스터 Simon & Schuster를 통해 출간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