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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서진석 EY한영 대표

국내 회계·컨설팅 업계 뉴 리더<br>“3년 내 서비스 품질 1등 만들겠다”

국내‘ 빅4’회 계·컨설팅 법인으로 꼽히는 EY한영 본사 8층 로비에는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쌍둥이 조각품이 비치돼 있다. 직육면체의 대리석을 깎아 사람의 입과 귀를 형상화한 이 작품의 제목은‘ 소통(Communication)’이다‘. 소통’은 EY한영의 구성원들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서로 열린 마음으로 힘을 합쳐 최선의 성과를 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바로 소통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EY한영은 오는 4월 1일자로 서진석 신임 대표 체제를 출범시킨다‘. 소통의 리더십’으로 EY한영의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서진석 대표를 만나봤다.
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지난 2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EY한영 본사에서 만난 서진석 대표는 조금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언론매체와의 인터뷰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차분하고 조리 있게 자신의 생각과 포부를 밝혀 나갔다. 1,700여 명의 전문가들로 이뤄진 큰 조직을 이끌어갈 신임 대표로서 잘 준비된 리더라는 인상을 풍겼다. 그는 EY한영 대표로 선임된 감회를 이렇게 밝혔다. “너무나 감사한 분들이 참 많고, 아울러 (회계·컨설팅) 업계의 변화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서 대표는 EY한영 감사본부장 재직 시절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현재 국내 회계감사 시장은 성장정체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런 터에 서 대표는 2012년부터 EY한영 감사본부를 이끌면서 두 자릿수의 수익성장률을 이뤄냈다. 또 국내 굴지의 기업들을 신규 감사고객으로 유치하는 개가도 올렸다.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이었죠. 전문가들은 적잖이 개인적인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EY한영 감사본부의 모든 구성원이 협업을 통해 한가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력했습니다. 제 요구사항이 많았는데도, 파트너들을 비롯한 전체 구성원이 묵묵히 사명감을 갖고 일해준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죠.”

서 대표는 1990년 회계·컨설팅 업계에 입문했다. 올해로 경력이 만 25년이다. 그 기간에 국내 회계·컨설팅 업계는 격동의 세월을 거쳐왔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기존 회계감사 일변도 시장에서 재무자문, 인수합병(M&A) 자문, 세무 자문, 경영 자문 등 컨설팅서비스 시장이 급격하게 커졌다. 외국계 회계·컨설팅 법인과의 전략적 제휴도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화를 지원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EY한영 역시 한영회계법인과 세계 유수의 회계·컨설팅 법인 EY(Ernst & Young)가 제휴한 형태다. 한영을 비롯해 삼일, 안진, 삼정 등 ‘빅4’로 분류되는 회계법인 모두가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서 대표의 회고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회계서비스 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죠. 저희도 2000년대 중·후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사실 변화에 따른 고통도 적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희 조직은 성공적으로 글로벌화, 선진화, 전문화를 이뤄냈죠. 그 덕분에 지금 역동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습니다. 저는 그 힘든 시기를 함께 잘 헤쳐 나온 선후배 동료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서 대표는 이제 곧 최고경영자(CEO)로서 첫걸음을 떼게 된다. CEO는 명예와 책임을 동시에 갖는 자리다. 한편으로는 뿌듯하고 또 한편으로는 부담스런 직책이 CEO다. 그는 초보 CEO로서 어떤 경영관을 갖고 있을까.

소통의 리더십으로 ‘보이지 않는 지휘자’ 될 터

그는 말한다. “저는 CEO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법인의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게 제가 할 일이죠. 그런데 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휘자’가 되려고 합니다. 미국 뉴욕의 ‘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없는 오케스트라로 유명하죠. 오르페우스 챔버는 모든 단원이 대화와 소통, 공감을 통해 환상적인 하모니를 만들어냅니다. 제가 추구하는 리더십은 바로 그런 겁니다.

회계·컨설팅 법인은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파트너(지분을 가진 임원)가 경영에 참여하는 특유의 ‘파트너십 경영’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비록 제가 지휘자석에 서게 되지만, 여러 분야의 지휘자들과 함께 어우러져 고객들이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EY 글로벌은 지난 2013년 마크 와인버거 회장이 취임하면서 기존 브랜드인 언스트앤영을 EY로 바꿨다. 아울러 ‘빌딩 어 베터 워킹 월드(Building a Better Working World)’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었다.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더 잘 작동하는 세상 만들기’ 정도가 되겠다. 서 대표는 “단순한 언어로 이뤄진 슬로건이지만 상당히 인상적이고 매력적”이라며 “EY 구성원 모두가 좀 더 좋은 회사와 세상을 만들어나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전 세계가 하나의 글로벌 시장이 됐습니다. 삼성, 현대차, 포스코 등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죠. EY한영은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지원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세계 각국의 정보를 수집, 분석해 자문에 응할 수 있는 ‘글로벌 전문가 조직’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저는 EY한영 구성원의 지식 및 정보 역량을 세계적인 전문가 집단과 견줘도 손색이 없도록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고 합니다. 나아가 EY한영을 사회공동체에 기여하는 조직, 구성원 모두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일터로 만드는 게 제 목표이기도 합니다.”

EY한영은 현재 ‘비전 2020’이라는 사업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다. 2020년까지 연간 매출액 5,000억 원 및 전체 임직원 수 4,000명 규모의 전문가 조직을 이뤄내는 한편 한국 지식서비스 산업을 선도하는 회계·컨설팅 법인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수치상으로는 지금보다 2배 이상 덩치를 키워야 한다. 그 발판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기도 했다. 이제 서 대표가 EY한영의 야심 찬 청사진을 완성해나가는 선봉장의 중책을 맡게 됐다.

사실 쉽지 않은 목표다. 국내 회계·컨설팅 시장 여건이 결코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회계감사 시장은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컨설팅 서비스 시장도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크게 위축됐다. 더욱이 한정된 파이를 놓고 유력 법인들의 경쟁도 뜨겁다. 치열한 격전장의 맨 앞에서 EY한영을 진두지휘하게 된 서 대표는 어떤 승부수를 던지려는 것일까.

그는 말한다. “지금까지 EY한영은 외형을 키우기보다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구조와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지향점을 유지하면서 규모와 품질을 더욱 강화해 더 큰 결실을 거둘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향후 3년 내에 EY한영을 서비스 품질 면에서는 1등, 규모 면에서는 적어도 2등 법인으로 도약시키고 싶습니다. 사실 기업들의 저성장으로 회계감사 시장이 포화한 데다, 경기불황 여파로 컨설팅서비스 시장도 무너지고 있어요. 분명히 회계·컨설팅 업계에 위기가 닥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위기라는 것은 받아들이기에 따라 기회가 되는 법이죠. 저는 업계가 구조조정을 거치면 오히려 EY한영에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봐요. ‘비전 2020’은 EY한영의 꿈입니다. 저는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이 즐겁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Y 글로벌은 글로벌 컨설팅업체 유니버섬 Universum이 매년 조사·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World’s Most Attractive Employer)’ 순위에서 수년째 2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는 구글이다. 특히 전문 서비스 기업 부문에서는 EY가 1위다. 유니버섬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12대 경제 대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업 선호도를 조사·발표하고 있다. EY의 한국 멤버펌(Member Firm: 업무제휴 법인)인 EY한영 역시 ‘일하기 좋은 직장’을 조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재들이 원하는 ‘선호도 1위’ 법인 목표

서 대표의 말이다. “저는 EY한영을 국내 회계·컨설팅 업계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EY한영은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의 특성상 인재가 자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연히 뛰어난 지식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모으고 유지하는 게 관건이죠.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조직문화를 가진 곳에는 좋은 인재가 모이기 마련입니다. 저는 구성원들에게 ‘열심히 일해라’라는 말보다 먼저 ‘서로 믿고 사랑하자’라고 말합니다. 지난해 EY한영은 ‘아이 러브 EY(I Love EY)’라는 사내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어요. 저는 좋은 문화와 전통을 세워나가는 게 좋은 일터를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후배들에 대한 의무이자 책임이기도 합니다.”

공인회계사는 의사, 변호사 등과 함께 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직으로 분류돼왔다. 하지만 사회적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자격증 소지자가 대거 배출되면서 희소가치가 떨어진 데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무 강도 역시 몇 배로 세졌기 때문이다. 회계사 자격증만 따면 평생이 보장되던 시절은 그야말로 옛날이야기다.

그런데 어쩌면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회계사라는 직종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미래 전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는 기술 발달로 향후 20년 안에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의 기술이 사람이 수행하던 많은 업무를 대신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사라질 직업에는 회계사도 포함돼 있다.

서 대표는 말한다. “산업과 기술 분야의 거대한 변화가 회계·컨설팅 업계에도 점차 밀려오고 있습니다. 단순한 데이터 수집과 가공은 인공지능 로봇이 대신하게 될 겁니다. 결국 회계·컨설팅 업계 종사자들은 전문지식 제공자로서 더욱 높은 역량을 갖춰야만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뜻이죠.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통찰력 있는 전문지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기 개발을 해나가야만 전문가로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겁니다.”

서 대표는 빅4 회계·컨설팅 법인의 수장으로서 업계 공통의 이슈에 대한 나름의 견해도 밝혔다. 특히 회계감사 보수 현실화와 감사 기간 분산이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현재 국내 회계감사 보수는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일례로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훨씬 작은 싱가포르의 감사시장 규모가 한국 감사시장과 비슷할 정도다. 국내 기업들의 결산기가 대부분 12월에 집중돼 있는 까닭에 회계법인들의 감사 활동이 단기간에 몰릴 수밖에 없는 점도 개선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서 대표는 말한다. “감사 보수 현실화와 감사 기간 분산은 감사 품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회계감사의 품질이 좋아지면 기업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높아집니다. 감사 품질 향상이 곧 사회적 가치 창출과 직결된다는 뜻입니다. 저는 두 가지 이슈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가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EY한영의 서비스 2題

스타트업 지원 사업으로

창업 생태계 조성 일조

EY한영은 최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전문 포털 데모데이와 함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촉진과 성장 지원을 위한 포괄적인 협력에 나섰다. 두 회사는 대기업, 중견기업 등이 스타트업과 공동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해나갈 예정이다. 또 스타트업 투자 및 인수합병 지원을 통해 창업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도 도움을 주기로 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대기업에게는 스타트업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활용할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스타트업에게는 실력만으로 투자받을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서진석 대표는 “EY한영은 예전부터 기업가정신을 고취하는 데 앞장서 왔다”며 “데모데이와의 협력은 EY한영의 지식과 노하우를 ‘기부’함으로써 청년 벤처기업가들을 지원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진출 기업 대상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

EY한영은 지난 1월 ‘중국 비즈니스 그룹’이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EY 글로벌이 보유한 자원을 활용한 수준 높은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EY한영은 중국 시장에 능통한 전문가들을 중국 주요 도시에 파견해 더욱 효율적인 현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EY한영의 중국 비즈니스 그룹은 한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에 대해서도 회계감사 및 각종 컨설팅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해나갈 방침이다. 서진석 대표는 “다른 회계·컨설팅 법인들도 중국 시장에 초점을 맞춘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EY한영은 EY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계 톱 수준의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차별화를 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진석 대표는…
1965년생. 1988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2005년 연세대 경영대학원 석사, 2006년 연세대 법무대학원 경영정책법무 고위자 과정 수료. 1990년 EY한영 입사, 1998~2000년 미국 EY 오피스 근무, 2012년 EY한영 감사본부장, 2015년 EY한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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