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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그룹은 지금] 부영

임대주택 사업자의 새로운 도전<br>제주 면세점에 출사표 던진 이유

부영그룹이 제주도 시내 면세점 사업권 입찰 신청서를 냈다. 호텔신라와 롯데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제주 면세점 시장에 야심 차게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임대주택 사업 외길을 걸어 온 부영그룹은 왜 면세점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걸까.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지난 2월 초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한 곳. 푸른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절벽 위에 짙은 갈색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높낮이가 다른 덩치 큰 건물들 사이로 인부들만이 눈에 띌 뿐 이용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건물들을 둘러싼 벽에는 ‘부영 호텔 & 리조트’라는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부영은 현재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특급 호텔 5개와 리조트·워터파크 등이 포함된 복합 리조트단지를 개발 중이다.

지난 1월 27일 부영그룹은 제주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는 전문경영인 이삼주 부영주택 사장이 참석했다. 이삼주 대표는 “관광레저산업을 전략사업으로 정하고, 제주도 내 면세점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복합리조트단지 개발과 연계해 올해 3월 문을 여는 부영호텔 지하 1~2층에 5,102㎡(2개층) 규모의 면세점을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부영이 면세사업을 위해 지난해 영입한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 출신 황인기 전무와 신라면세점 마케팅전략팀장 출신 이덕기 상무도 함께 했다.

부영은 지난해 12월 31일 제주도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시내 면세점 특허를 관세청에 신청했다. 현재 제주도엔 시내 면세점 두 곳이 있다. 롯데는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이고, 제주시 연동에는 신라면세점이 자리하고 있다. 롯데가 운영 중인 서귀포 면세점은 오는 3월 21일 계약이 끝난다. 이 틈을 부영이 포착하고 제주 면세점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관세청이 특허 신청을 받은 결과,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부영그룹 3개 업체가 신청서를 냈다. 롯데는 제주시 롯데시티호텔 제주로 면세점 장소를 바꿔 특허를 신청했고, 신라는 롯데가 철수하는 서귀포 중문관광단지 내 제주호텔신라에 면세점을 추가하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했다.

면세사업 핵심 역량인 브랜드 유치 능력, 외국인관광객 유치 마케팅 능력, 판매 및 서비스 경쟁력 등이 부족하고, 유통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은 부영이 안고 있는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삼주 부영주택 사장은 “이미 작년부터 면세사업 준비를 했고 유명 에이전시와도 협의를 끝냈다”며 “ 225개 브랜드 유치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면세점 특허를 확보한 기업은 5년간 제주에서 시내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다. 이번 경쟁의 승자는 3월 초쯤 가려질 예정이다.

부영이 제주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수익성 때문이다. 제주를 찾는 요우커(중국인 관광객)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제주 시내 면세점도 덩달아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펴낸 ‘2013 외래관광객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를 찾은 중국 관광객은 286만 명으로 지난 2010년 40만 명보다 7배 이상 늘어났다. 이들 중국인 관광객 중 60.7%가 시내 면세점을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 면세점 매출도 급성장해 2011년 2,000억 원에서 2014년 6,000억 원 규모로 3년 만에 3배로 증가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임대주택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로 군림해온 회사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정부는 기업형 임대사업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자금력이 있는 사업자들을 임대주택 사업으로 끌어들여 임대주택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정부는 임대사업자에게 가용한 모든 공공토지를 제공하고 국민주택기금을 통한 저리융자까지 해주기로 했다. 건설업계는 세제혜택과 국민주택기금 지원 등을 받을 경우 수익률이 기존 2%대에서 5?6%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분양사업 마진율이 5%를 넘으면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으로 본다. 주택분양 사업이 힘을 못 쓰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민간 임대사업은 꽤 매력적인 유혹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기업형 임대사업 육성방안이 발표되기 무섭게 건설업체들이 민간 임대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말한다. “5% 이상 수익률이 보장되면 주택분양보다 오히려 사업성이 높다고 할 수 있어요. 최근 몇 년간 수익성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건설업체들 입장에선 사업 다각화와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충분히 뛰어들만한 가치가 있다는 겁니다.” 국내에서 임대주택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부영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부영은 그동안 틈새시장으로 꼽혔던 임대주택 사업에 집중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하지만 독과점 구조가 깨지면 시장 지배력이 약화 될 수밖에 없다. 부영은 임대주택사업을 통한 수익성 확보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들도 한결같이 “(부영이) 제주도에서 면세점 허가를 요청한 것도 결국은 임대사업 위축에 따른 수익성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983년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삼진엔지니어링?1993년 ㈜부영으로 상호를 변경했다?을 설립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1985년부터 임대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임대주택사업은 건축비가 저렴하고 정부 재정지원까지 받을 수 있어 소자본으로도 경영이 가능했다. 이때부터 이 회장은 임대주택사업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부영은 임대주택사업 공사비 중 35%가량을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지원받아 5년 혹은 10년 공공임대아파트를 지은 뒤 이를 입주민들에게 임대한다. 입주민들은 정부에서 국민주택기금을 대출받아 보증금 형태로 부영에 지불한다. 분양전환 전까진 매달 임대료도 낸다. 입주민들은 기한이 되면 계약 시 약속한 분양전환금을 완납하고 집주인이 된다. 이런 사업구조는 부영을 소리 소문 없이 키워나갔다. 지난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일반기업) 기준으로 본 부영그룹의 재계순위는 20위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약 3조 원을 기록했다. 부영그룹은 2013년까지 임대주택 16만 7,000 호, 분양주택 3만 6,000호를 시장에 공급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5년 연속 민간주택 건설실적 1위’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부동산 경기가 부진할 때도, 부영은 임대아파트 시장을 독점하며 오히려 기업의 덩치를 키웠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주식지분 가치가 2조4,2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한 바 있다. 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조8,023억 원)보다 6,000억 원 정도 더 많은 것이고, 구본무 LG그룹 회장(1조 2,806억 원)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1조4,221억 원)에 비교하면 1조 원 안팎 웃도는 금액이다.

부영은 지난 30여 년간 임대주택 시장을 장악하며 막대한 현금을 쌓아왔다. 새로운 사업에 겁 없이 뛰어드는 데에는 이런 탄탄한 재정 능력이 뒷받침 하고 있다. 부영은 그동안 확보한 현금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해왔다. 이 사업 다각화는 2011년부터 진행됐다. 부영그룹은 2011년 하나금융지주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630억 원을 투자했고, 같은 해 무주리조트를 인수해 무주덕유산리조트로 이름을 바꿨다.

무주리조트는 10여 년 이상 적자로 고전하다가 지난해 첫 흑자를 냈다. 2012년엔 전남 순천에 퍼블릭 골프장을 열었다. 서울에도 소공동과 성수동 인근에 호텔부지를 확보해 착공시기를 고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영은 오랜 기간 주택건설업을 운영해온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관광레저산업을 새로운 전략사업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에 추진할 대규모 복합리조트 단지 개발과 면세점 사업을 조화시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란 게 부영 측의 설명이다. 이미 부영그룹은 전북 무주 덕유산리조트와 국내외에 6개 골프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부영이 제주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지 못할 경우, 그 다음 행보는 더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계속 면세 사업을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릴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중근 회장의 사회공헌 사업

부영그룹은 국내외에 걸쳐 다양한 나눔 활동을 전개해온 대표적인 사회공헌 기업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교육재화는 한번 쓰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재생산되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는 교육지원과 육영사업에 남다른 열망과 애정을 갖고 1983년 회사 설립 초기부터 교육시설이 필요한 전국의 학교에 기숙사, 도서관, 체육관 등을 지어주는 교육기증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회장의 아호를 딴 다목적 교육시설인 ‘우정학사’ 100여 곳을 포함해 노인정, 보건소 등 그가 세운 교육 및 사회복지시설이 전국 150여 곳에 산재해 있다.

이 회장은 2008년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우정교육 문화재단을 통해 2010년부터 국내로 유학 온 아시아·아프리카 출신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매년 두 차례(1학기, 2학기) 지급해 오고 있다. 2013년부터는 대상 국가와 수혜 학생을 대폭 늘리고 장학금 액수도 1인당 연 800만 원으로 증액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학생 688명이 총 26억 원의 장학금 혜택을 받았다.

장학생을 배출한 13개국 대사 및 외교관 들이 장학증서 수여식에 참석해 고마움을 표시하는 등 그의 꾸준한 교육지원사업은 민간 외교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부영그룹은 2011년 10월 국제기구인 UN-HABITAT(유엔 인간정주위원회)와 국내 기업 최초로 파트너 협력을 맺고 아프리카 최빈국의 도시발전과 주거문화 개선을 위해 300만 달러를 제공하는 기금 지원 약정식을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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