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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그룹은 지금] KT

“통신판 ‘황의 법칙’ 창조하겠다”<br>황창규 회장의 2년 차 도전은 통할까

“제2의 황의 법칙을 만들겠다.” 취임 1주년을 맞은 황창규 KT 회장의 각오는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그동안 누적된 KT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황 회장. 그는 임기 2년 차에 본격적인 성장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과연 황 회장의 통신판 ‘황의 법칙’은 KT를 진정한 1등 통신기업으로 이끌 수 있을까? 포춘코리아가 취임 1주년을 맞은 황창규 KT 회장의 지난 성과와 앞으로의 도전을 진단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황 의 법칙’. 이는 황창규 KT 회장을 가장 잘 대표하는 용어다. 황의 법칙은 그가 삼성전자 사장으로 재직한 지난 2002년 처음 만들어졌다. 황 회장은 당시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은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을 주창했다. 그는 이 이론을 지난 2002년 열린 국제반도체회로 학술회의에서 언급하며 자신의 성을 따 ‘황의 법칙’으로 명명했다. 그 후 황의 법칙은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반도체 저장용량은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인텔 공동설립자 고든 무어의 ‘무어 법칙’을 6개월 이상 앞당긴 내용이어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KT의 혁신, 그 중심에 선 황창규 회장

‘황의 법칙’의 핵심은 ‘변화’와 ‘속도’다. 황의 법칙은 치열하게 전개되는 반도체 속도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해 국내 대표 통신기업 KT의 수장에 오른 황 회장의 취임 일성 역시 ‘변화’와 ‘속도’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황 회장 취임 후 1년간 KT가 겪은 변화의 바람은 생각보다 크고 거셌다.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황창규 회장 취임 직전 KT의 상황은 어땠을까. 당시 KT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차가웠다.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황 회장 취임 전인 지난 2013년 4분기 KT는 1,500억 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4년 만의 적자전환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분기 실적 부진은 일회성으로 나온 게 아니었다. 이석채 전임 회장 재임 기간 내내 성장 정체가 이어지고 있었다. KT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12년부터 매년 30%가량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었다. 게다가 이 전회장은 부동산 매각과 자회사 지분인수 관련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으며 사임한 상황이었다.

자연스럽게 업계에선 이 전 회장 후임 CEO 인선에 관심이 모였다. 대다수 전문가는 KT가 공기업 성향이 짙은 만큼, 정치권 출신 인사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실제 박근혜 정부와 관련된 IT쪽 인물 여러 명이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에 대한 사회의 불편한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선 IT분야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당시 관계자들 사이에서 오르내린 예상 후보군 중에는 황창규 회장도 있었다.

그리고 결국 황창규 회장이 낙점을 받았다. 황 회장의 선임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선 황 회장이 가져올 KT의 변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도 황 회장에 대한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황 회장 선임 발표 직후 KT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4.5%나 급등했다. 당시 시가총액 8조 원이었던 KT는 이른바 ‘황창규 효과’ 덕분에 단박에 3,500억 원의 가치가 오른 셈이었다.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하듯 황 회장은 취임 직후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통신’이라는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당장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엔 KT를 둘러싼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았다. 반복되는 영업적자, 전 CEO의 배임 혐의, 잊을 만하면 터지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KT ENS 부당 대출 사고 등 악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KT의 브랜드 이미지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KT의 브랜드인 감탄사 ‘올레(Olleh)’는 경쟁사의 몫이지, KT의 몫은 아니었다.

황 회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취임 후 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습니다. 그 판도라의 상자에는 어려움과 고난이 들어 있었죠.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이룰 정도였으니까요. 예기치 못한 일들이 잇달아 터지면서 취임 후 45일 동안 우면동 집무실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변화의 시작, ‘삼성 DNA와 통신’

어느 정도 악재를 수습한 황 회장은 변화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KT 조직 내부에 이른바 ‘삼성 DNA’ 심기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었다. 이는 삼성전자를 글로벌 1위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시킨 경험을 고스란히 KT에 접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 결과 우선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삼성 DNA’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는 먼저 직속 비서실을 삼성 미래전략실과 유사한 구조의 1, 2, 3팀으로 재편했다. 1팀은 KT, 2팀은 KT 자회사, 3팀은 홍보업무를 맡았다. 그리고 2팀장에 삼성전자와 삼성코닝, 삼성중공업에서 두루 근무한 ‘삼성맨’ 김인회 전무를 영입했다. 3팀장에는 삼성전자 출신 윤종진 KT렌탈 전무를 임명했다. 이어 삼성전자 근무 시절 내부 조직원들의 결속 강화를 위해 운영했던 사내방송 시스템 ‘SBC’도 KT에 접목했다. KT는 현재 조직원들과 그룹 전략인 ‘싱글 KT’ 비전을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사내방송 KBN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 3회 경영 전략, 회사 비전과 목표, 계열사 소식 등을 전하고 있다.

삼성 DNA 심기에 속도를 붙인 황창규 회장은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취임 두 달 만에 조직개편이라는 칼자루를 뽑아들었다. 경쟁력 없는 사업은 과감히 접겠다고 표명했다. 그 이면에는 과거의 잇단 악재가 거대해진 조직 내부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터진 것이라는 나름의 판단도 작용하고 있었다.

황 회장은 잇단 적자행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인건비를 지목했다. 당시 KT는 본사 인력만 3만 2,0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인력 과잉 상태였다. 특히 매출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유선통신 현장 인력이 전체의 절반 이상인 2만 1,000여 명에 달하고 있었다. 황 회장은 이 같은 판단하에 지원조직의 임원급 직책 규모를 50% 이상 축소했다. 현장 중심의 임원을 선발해 회사 매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영업력에 힘을 실었다. 그 결과 KT 전체 임원 수는 기존 130여 명에서 100여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명예퇴직을 실시해 약 8,000여 명의 직원들도 회사에서 내보냈다.

황 회장은 그 과정에서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였다.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기준급여의 30%를 반납하고 장기성과급도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보일 때까지 받지 않기로 했다. 이후 황 회장은 인력감축과 몸집 줄이기에도 적극 나섰다. 경쟁력 회복의 열쇠인 조직의 슬림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는 그동안 진행해왔던 KT의 몸집 불리기와는 완전히 다른 전략이었다. 사실 KT가 통신업계의 ‘공룡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전임 회장 시절부터 이어진 문어발식 확장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 이석채 전임 회장 취임 직후인 2009년 3월 기준, KT에 소속된 회사는 KT를 포함해 30개 남짓이었다. 이석채 전 회장이 취임한 후 ‘탈(脫)통신 전략’을 내세워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KT는 주로 비(非)통신 분야 기업들을 인수해 나갔다. 그렇게 몸집을 불려 이 전 회장 퇴임 직후인 2014년 3월에는 57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게 되었다.

하지만 황 회장은 취임 이후 통신에 집중하겠다는 자신의 경영 철학을 앞세워 비통신 계열사 매각을 진행했다. 곧바로 영화 제작 자회사인 싸이더스FNH와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 자회사인 유스크림코리아를 매각했다. 최근에는 KT렌탈과 KT캐피탈 등 핵심 계열사에 대한 매각 방침도 확정했다. 이 중 KT렌탈의 경우,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렌터카업계 1위여서 시장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SK네트웍스, 한국타이어·오릭스PE 컨소시엄, 어피니티 에쿼티파트너스, 롯데그룹 등 주요 기업들이 KT렌탈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도 모바일 결제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인수한 BC카드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KT에선 공식적으로 BC카드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BC카드 매각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분석하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KT가 BC카드 매각을 위한 물밑작업에 착수했다는 소문이 업계에 돌고 있다”며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KT렌탈 같은 알짜배기 기업을 매각하기로 한 만큼 BC카드도 언제든지 매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도 황 회장의 ‘몸집 줄이기’ 전략은 계속될 전망이다. KT렌탈과 KT캐피탈 매각절차가 완료된다고 해도 여전히 KT의 계열사는 50여 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 측에서도 계열사 추가 정리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만큼 몸집 줄이기 전략은 계속될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임기 2년 차에는 황 회장이 추가 매각을 직접 진두지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2의 황의 법칙… 변화는 시작됐다

황 회장이 몰고 온 변화의 바람은 곧바로 KT의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KT의 지난 2014년 3분기 영업이익은 3,35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영업이익 2,972억 원과 매출 1조 505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황 회장의 마법이 제대로 통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는 의구심이 여전히 많은 편이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KT가 지난해 전체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KT는 지난해 연결기준 2,918억 원의 영업적자와 9,655억 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도 23조 4,215억 원을 올려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이 같은 실적 부진이 일보 전진을 위한 후퇴의 측면이 강하다고 말한다. 우선 지난해 상반기 실시한 명예퇴직에 따른 비용 1조 원이 2분기에 반영됐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일회성 비용 여파가 크게 작용한 것이었다. 매출 부진의 직접적 이유인 유선 상품의 수익하락은 이미 황 회장도 예상한 부분이었다. 황 회장이 직접 유선 부문의 사업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만큼, 개선의 여지가 크다는 것이 KT를 바라보는 대다수 관계자의 목소리다.

통신시장에선 올해부터 펼쳐질 황창규 회장의 마법에 주목하고 있다. 황 회장도 스스로 올해를 성장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황 회장은 취임 1주년에 맞춰 진행한 광화문 신사옥 입주 간담회에서 “올해 미래융합과 해외사업 분야에서 곧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라며 “내년에는 관련 매출 2조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KT가 주목하는 곳은 글로벌시장이다. 황 회장은 과거 글로벌 반도체 1등 기업을 이끈 경험을 기반으로 KT의 글로벌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는 황 회장이 취임 후 KT의 비전으로 천명했던 ‘기가토피아(GiGaTopia)’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성과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지난해 KT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430억 원 규모의 전자주민증시스템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르완다에선 롱텀에볼루션(LTE) 통신망 구축을 마무리 짓고 현지 통신사를 통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베트남 꽝빈 성의 태양광시설 구축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를 기반으로 KT는 지난해 글로벌시장에서 전년 대비 12.7% 성장한 3,447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성적을 올렸다. KT는 이미 결실을 거두고 있는 아프리카 지역 외에도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서 올해부터 사업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또 KT는 핵심역량인 인프라, 클라우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먹거리 ‘5대 미래융합 사업’도 본격 추진하고 있다. KT의 기가토피아를 앞당길 무기인 5대 미래융합 사업은 스마트 에너지(Smart Energy), 통합 보안(Integrated Safety), 차세대 미디어(next Generation Media), 헬스케어(Life-Enhancing Care), 지능형 교통관제(Networked Transportation)다. 이미 황 회장은 이를 총괄할 미래융합전략실을 설치해 철저한 시장분석을 통한 분야별 신사업 15개를 확정하고 추진 전략수립에 나선 상태다.

이뿐만이 아니다. KT는 본연의 업무인 ‘통신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유무선 통합 ‘기가 인프라’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KT는 향후 3년간 4조 5,000억 원을 투입, 기존 인터넷보다 10배 빠른 기가인터넷(GiGA FTTH)을 구축하고, LTE와 기가 와이파이(WiFi)를 결합한 이종 망 융합기술(GiGA Path)과 기존보다 3배 빠른 구리선 기반 초고속 전송기술(GiGA Wire)도 확보할 계획이다. 이렇게 확보한 기가 인프라는 새로운 미디어 사업 분야를 열 핵심기술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기가 인프라와 IPTV 업계 1위 역량을 결합해 초고화질(UHD) 기가(GiGA) TV를 연내 상용화하고, 궁극적으론 모두가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2015년은 KT뿐만 아니라 취임 2년 차를 맞은 황 회장 본인에게도 매우 중요한 해다. 지난해가 성장의 기반을 닦은 시기였다면 올해는 실제 성과를 내야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황 회장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황 회장은 말한다. “지난해는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며 재활 가능성을 확인하는 연습게임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실제 성과를 내는 본 게임입니다. 본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회장인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지난해 보여준 가능성을 확실한 성과로 만든다면 올해는 반드시 ‘글로벌 1등 KT’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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