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접근 금지령이 내려졌던 유통 주들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소비심리 회복은 요원하지만 유통 채널마다 매력적인 이슈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업종별·종목별로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소비경기 침체로 오랫동안 관심을 받지 못했던 유통주들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백화점, 마트 등 주요 오프라인 유통주들의 PBR이 1배 이하로 떨어지면서 바텀 피싱(Bottom Fishing ·최저가를 노리는 투자 전략) 매수 종목군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이 값이 1배 이하면 시가총액이 기업 청산가치보다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주식이 매우 저평가돼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온라인 유통시장의 고속 성장도 유통주에 관심이 쏠리게 된 배경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온라인 유통시장은 지난해에도 17.5%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통계청의 연간 온라인 쇼핑 동향조사에 따르면 2010년 25조 원 규모였던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45조 원까지 늘어났다. 소비지표 부진 속에서도 매년 10% 이상씩 고성장을 지속한 결과다. 최근에는 신생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상장 타진 소문까지 돌면서 기존 온라인 유통사 주들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 증발 기저효과와 편의점 주들의 고공행진 등도 유통주 다시보기의 배경이 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실적이 워낙 안 좋았던 만큼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선방한 실적을 기대할 수 있으리란 예상에서다. 편의점 주들은 담뱃값 인상 및 소비 트렌드 변화의 훈풍을 타고 다른 유통주들과 차별화된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최근 가장 핫한 유통주로 거듭나고 있다.
저점 매수 노릴만한 백화점·마트 주
전통 오프라인 유통주들의 부진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재 백화점, 마트 등의 주가는 바닥을 뚫고 맨틀까지 내려간 상황이다. 롯데쇼핑이 지난 2월 6일 기록한 주가 23만 500원은 52주 신저가를 넘어 2009년 6월 이후 최저가였다. 신세계가 지난 1월 28일 기록한 15만 8,500원 역시 무상증자로 기준가 변동이 있었던 2011년 2월 이후 최저가였다.
이 밖에 이마트, 롯데하이마트의 주가도 52주 신저가 근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유통주는 소비경기 침체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았다. 지난해에는 하반기로 갈수록 소비지표가 부진해 12월 특수도 누리지 못했다. 지난해 소비자동향지수는 9월 이후 지속해서 하락해 12월에는 연간 최저치인 102P를 기록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 다음 달인 5월의 105P보다도 낮은 수치였다. 유통업계 최고 성수기로 꼽히는 12월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 하면서 전통 오프라인 유통주들의 주가는 거의 매일 52주 신저가를 갱신하는 참혹한 장관을 연출했다.
이들 유통주들의 전년 동기 대비 기존점 매출성장률 역시 지난해 10월 이후 대부분 역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기존점 매출성장률 역신장은 유통사들의 영업이익률을 크게 떨어뜨려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점포 운영비는 매년 상승하는데 매출은 떨어져 버리다 보니 영업이익 감소율이 매출 감소율보다 훨씬 커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이 유통주들의 추세적 상승 조건으로 기존점 매출성장률의 플러스 전환을 꼽는 이유이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부정적 시장 환경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지금쯤이면 전통 오프라인 유통주에도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는 의견에도 비교적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말한다. “지금부터는 담아볼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지금도 실적 개선은 요원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수준은 나오고 있거든요. 지난해 세월호 참사의 영향을 많이 받은 유통채널인 만큼 올해 5, 6월에 기저효과가 반영될 가능성도 높아요. 5월을 타깃으로 매매타이밍을 잡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재료 선별 생각해야 할 홈쇼핑 주
유통업계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온라인 유통시장의 성장에 많은 기대를 걸어왔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으리란 생각 때문이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옴니채널(Omni-Channel · 온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유통채널) 표방으로 온라인 시장에 한 다리를 걸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온라인 유통시장의 성장이 상장된 유통주들에겐 큰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지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현재 온라인 유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프레시한 업체들은 전부 비상장 업체들입니다. 게다가 전통 오프라인 유통주들에겐 온라인 유통시장의 성장이 오히려 악재에 더 가깝습니다. 총소비가 거의 늘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온라인 유통시장만 급성장했다는 건 다른 쪽에선 파이가 줄었다는 말이 됩니다.”
홈쇼핑 주들도 맥을 못 추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홈쇼핑 주는 현재 주식시장에 상장된 거의 유일한 온라인 유통주다. 이지영 연구원은 덧붙인다. “옐로모바일 등 요즘 핫한 온라인 유통 기업들의 상장 얘기가 나오고 있긴 한데, 아직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들의 상장 타진 소문 덕분에 기존의 홈쇼핑 주들이 관심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지는 못하는 모습이에요. 홈쇼핑이 온라인 유통채널로 분류되긴 하지만 온라인 유통시장의 고성장을 그대로 투영할 수는 없는 업종이라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비교적 최근까지 홈쇼핑 주들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기대를 모았던 모바일 사업 역시 난관에 부딪히고 있는 모습이다. 모바일 부문은 최근 온라인 유통채널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사업이다. 박희진 연구원은 말한다. “홈쇼핑 사들의 모바일 사업이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취급고 성장은 꾸준한데 수익성이 나락이죠. 전체 실적마저 갉아먹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렇다 보니 현재는 모바일 사업에 따른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홈쇼핑 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추격 매수 부담스러운 편의점 주
편의점 주는 유일하게 우상향 중인 유통주다. CU 편의점을 운영 중인 BGF리테일은 지난 2월 6일 주가가 상장 이래 최고가인 9만 500원을 기록했다. GS25 편의점과 GS수퍼마켓을 운영 중인 GS리테일의 주가 흐름 역시 좋았다. 지난 2월 11일 52주 신고가인 2만 9,950원을 찍으며 BGF리테일과 동조화를 이뤘다. 편의점 부문의 높은 성장이 슈퍼마켓 부문(전체 매출의 27%를 차지한다)의 부진을 상쇄하고도 남은 덕분이었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전체 소비환경이 좋지 않음에도 편의점 주들은 나 홀로 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고령화로 인한 근거리 소량구매 소비패턴의 확산, 1인 가구 증가라는 빅 트렌드의 도래 등이 그 이유입니다. 백화점, 마트 등의 다른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비해 PBR과 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 수익성 지표)이 상당히 고평가되어 있지만 업황이 좋아 실적이 밸류에이션 부담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의 영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업종의 성격도 편의점 주들이 좋은 주가흐름을 보이고 있는 이유이다. 이지영 연구원은 말한다. “편의점은 지금 당장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 들르는 곳이잖아요. 업종 특성상 온라인 쇼핑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죠. 이는 온라인 외 다른 유통채널과도 구별되는 면이고요. 다른 유통채널들의 간섭이 적은 업종이다 보니 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측면이 있습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프리미엄을 받고 있어요.”
투자 의견에 대해선 유보 의견이 많았다. 편의점 사들의 성장은 앞으로도 기대할 만하지만, 그동안 주가가 워낙 고공행진을 이어왔던 터라 피로가 누적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희진 연구원은 말한다. “편의점 사들은 올해에도 7~8% 성장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상생 비용 지출이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할 우려가 컸었는데, 담뱃값 인상이 큰 폭으로 진행되면서 이를 덮어버렸죠. 하지만 지금은 매수를 권하기에는 좀 애매한 구간입니다. 벌써 수개월째 높은 상승세를 타고 있어 현재는 선뜻 추격 매수를 권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