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30대 그룹은 지금] 현대그룹

자구안 이행 100% 이상 실천<br>이젠 주력사 실적 상승 꾀한다

2013년 선제적 자구계획을 발표할 정도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현대그룹이 지난해 금지옥엽 같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며 위기를 넘겼다. 100%가 넘는 자구안 이행을 실천한 현정은 회장의 과감한 위기관리 능력이 이제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넘어 주요 계열사의 경영실적 개선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지난 2013년 ‘현대그룹 매출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상선의 매출 부진으로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증권가에 돌았다. 2011년부터 적자에 시달려온 현대상선이 국내 해운사 빅3 중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이며 그룹의 위기감을 고조시킨 것이었다. 당시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1,397%에 달했다.

그룹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금융가에서 부각하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즉각 결단을 내렸다.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의해 3조 3,000억 원대의 선제적 자구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현대그룹은 이 계획을 꾸준히 실천에 옮겼다. 현대상선 LNG 운송사업부 매각으로 9,700억 원을 확보한 것을 시작으로, 계열사 지분 정리 등을 통해 1년여 만에 자구안 이행률 100%를 초과 달성했다.

정부와 재계도 12년간 그룹을 이끌며 위기 때마다 긍정적이고 뚝심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 온 현정은 회장의 능력을 높게 평가해, 지난 3월 18일 ‘제42회 상공인의 날’ 행사에서 최고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했다. 현정은 회장은 이날 만찬장에서 “시아버지인 정주영 명예회장과 남편 정몽헌 회장이 받은 상을 저도 받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고, 대한상공회의소는 현 회장에 대해 “한국을 대표하는 긍정과 창조의 여성 기업인으로서 현대상선의 재도약과 현대엘리베이터의 해외시장 개척 등을 이뤄냈다”며 그의 공을 한껏 치켜세웠다.

현정은 회장은 지난해 9월 미국 포춘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태평양 여성 기업인 25인’에서도 국내 여성 기업인으론 최고 순위인 14위에 선정된 바 있다(다른 한 명은 15위를 기록한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이었다). 미국 포춘은 현회장에 대해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기업인으로 남북경협을 통해 남북 화해와 협력, 세계평화 증진에 기여했다”며 “최근에는 적극적인 자구 노력으로 그룹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등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함께 보여주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현 회장의 과감한 결단
자구안은 현대그룹만 내놓은 것이 아니었다. 2013년 말 동부그룹과 한진그룹도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이들 그룹보다 더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자구안을 실천에 옮겼다. 우선 현대그룹은 2014년 2월 ‘IMM컨소시엄’을 LNG 운송사업부문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2달의 실사 기간을 거쳐 4월 30일 9,700억 원에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자구계획보다 4개월가량 단축시킨 과감한 결단이었다.

그 후에도 현대그룹의 자구안 이행은 꾸준히 계속되었다. 현정은 회장은 당초 계획에 없던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 매각까지 단행했다. 매각한 지분은 현대상선 47.67%, 현대글로벌 24.36%, 현정은 회장 13.43%, 현대증권 3.34%를 합친 88.8%로 금액으로 치면 6,000억 원가량이었다. 시장에 유동성 개선에 대한 강한시그널을 보낸 것이었다.
당초 자구안 내용은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것이었지만, 현 회장이 오릭스의 지분 인수 제안을 받고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결과였다.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과정에서 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스틱스로 이어지는 순화출자구조를 지주사체제로 탈바꿈시키기도 했다. 이를 통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독려하고 있는 정부 정책에 동참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2014년 9월에는 그룹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현 회장의 사재 440억 원을 출연해 현대상선과 현대유엔아이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글로벌 주식 32.9%를 매입했다. 현대상선의 유동성 확충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당초 계획안보다 훨씬 강도 높게 자구안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며 ‘구조조정 모범 사례’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실제로 최수현 전 금감 원장은 대기업 구조조정 얘기가 나올 때마다 현대그룹을 칭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금융당국조차 당초 계획의 100%가 넘는 자구안 이행에 놀라움을 표시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현대그룹은 그 후에도 자구안 실행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현대증권 등 금융 3사의 지분 매각에 매달려 지난 2015년 1월에는 오릭스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당초에는 범현대가나 중국 푸싱그룹이 인수에 참여할 것이라 예상됐지만, 이들이 모두 불참해 몸값은 예상보다 낮아질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벌크선 및 전용선 부문과반얀트리호텔 매각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라자드코리아가 벌크선 매각 주관사를 맡았다. 벌크선 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부는 지난해 6월 이미 팔렸고, 이번에는 철광석과 석탄 같은 고체류 운송 부문을 매각할 예정이다. 하지만 반얀트리호텔은 아직 인수하겠다는 곳이 없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구체적인 인수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자구 목표도 달성했기 때문에 매각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매각과 현대상선의 유상증자 등 추가 자금 확보를 꾀하고 있어 올해 그룹의 자금 유동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룹 측은 2014년 3분기 기준으로 현대그룹 1조 원, 현대상선 7,000억 원, 현대엘리베이터 1,400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은 이 같은 자금을 기반으로 영업력 강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 노후선박 매각, 조직 체질개선 등 자구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위기관리 능력은 입증… 계열사 실적회복이 관건
현정은 회장은 지난 15개월간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이제 남은 과제는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현대아산 등 계열사의 실적 회복이라 할 수있다. 현대그룹 관계자 역시 “숙원사업인 대북사업을 본격적으로 다시 추진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 기대하면서 “이를 위해서라도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등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본궤도에 올라야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대그룹 주력사들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난해 국내 시장 점유율은 48.4%로, 2007년 이후 8년 연속 국내 시장을 독주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5.6% 증가한 1,338억 원이었고, 당기순이익도 504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엘리베이터 수요가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실적 개선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3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 승강기 1,668대 수주를 시작으로, 브라질 공장 준공, 베트남 신규 법인 설립 및 4개 해외대리점 신설, 터키 이스탄불 지하철 승강기 수주 등 굵직한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중국 및 글로벌 판매법인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크게 확충하기도 했다.

문제는 현대상선이다. 현대상선은 사업부 매각과 자본 확충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됐지만 2010년 이후 줄곧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업황 전망도 밝은 편이 못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유가 하락으로 연료비가 줄어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아산에겐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를 포함한 대북 사업이 미래의 동력을 책임질 핵심사안이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생전에 강한 애착을 보였던 만큼 현정은 회장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변수가 워낙 많아 사업 진척이 쉽게 이뤄지진 않고 있다.

현정은 회장은 그동안 위기 때마다 긍정적이고 뚝심 있게 조직을 관리해 리더십 능력을 높게 평가받아왔다. 올해는 재무구조 개선 외에도 계열사들의 실적 회복을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중차대한 과제가 그의 어깨에 짊어지워져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