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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공포, 그리고 이성적 투자자

Oil, fear, and the rational investor

오크트리 개피털 Oaktree Capital의 하워드 마크스 Howard Marks 회장은 에너지 가격 폭락으로 투자 환경이 재편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By Lauren Silva Laughlin

지난 20년 동안 하워드 마크스는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비상장 투자사 오크트리 캐피털을 930억 달러 규모의 다양한 자산을 운용하는 대형 상장기업으로 키워냈다. 동시에 투자자들에게 알찬 내용의 운용보고서를 보냄으로써 스스로 자산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구축했다. 지난해 오크트리가 처음으로 외부에서 최고경영자를 영입함에 따라 공동 회장인 마크스는 투자 전략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저가 주식을 매수하는 벌처 투자가(Vulture Investor)인 그는 유가 폭락으로 시장이 재편되자 최근 몇 개월간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그는 유럽은행을 괴롭히던 부실 채권을 인수하고 있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투자자의 허영심과 공포심에 대한 통찰을 제시했다. 또 왜 지금이 해운주 매수의 적기인지를 설명했다. 다음은 인터뷰 발췌 내용이다.


지난해 9월 당신은 시장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2월이 되자 시장에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시장 상황은 매우 빠르게 바뀔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자만심, 자신감, 차분함, 그리고 낙관성을 보일 때, 자산 가격이 거품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작년 9월이 그랬다. 12월 무렵에 강세장 심리가 다소 누그러졌다고 생각했다. 투자자들이 비관적이고 불안해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환상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일반적으로 그런 사람들이 주식을 대량 매도할 때 주가는 하락한다. 우리는 바로 그럴 때 적극 매수에 나선다. 나는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보단 실망감에 빠진 투자자들이 투매하는 주식을 사고싶다. 그리고 그렇게 상황이 바뀌었다.


실제론 9월보다 12월에 미국 주가가 더 높았다. 유가 하락에 따른 심리적인 요인 외에 다른 변수가 작용했다고 보나?
그렇다. '유가 하락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다'는 식으로 모든 걸 기계적으로 설명할 순 없다. 유가 하락이 경제와 기업에 반드시 악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람들의 생각이 '모든 게 좋다'에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심리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이해한다'에서 '세계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곳'이라는 경각심으로 변했다는 게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유가가 지난 몇 개월 동안 50%나 하락했다. 사람들이 너무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닌가?
종종 시장 분석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시장 대응 방법을 찾는 것이 수월할 때가 있다. 사람들은 사실관계를 따진 후에 간과했던 부분을 말하곤 한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간과한 부분이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왜 당시에는 이를 모르고 지나쳤을까? 이는 잘못된 분석 때문이다. 우선, 석유 시장은 가격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유가가 높을 때 소비가 비탄력적이 된다고 말하지만 그건 큰 오해다. 유가가 5달러 정도 올랐을 때, 사람들은 운전을 덜하는 경향을 보였다.

사우디인들-낮은 석유 생산 비용과 엄청난 은행 현금으로 무장되어 있다-이 저유가 정책을 고수해 일부 사람들을 위해하거나 좌절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은 주유소를 열어 생산 비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석유를 공급해 경쟁자를 물리쳤던 록펠러 가문 Rockefellers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이러한 역동성이 유가를 미친 듯이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1999년 5월 당시 유가는 10달러였다. 지난 8년 동안 우리는 유가가 50달러에서 147달러까지 치솟는 것을 목도했다. 만약 유가가 지금처럼 하락한다면, 사람들이 더 많은 석유를 소비해 가격 상승 압력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만약 유가가 하락한다면, 사람들은 시추공사를 줄여 감산을 꾀할 것이다. 이는 공급량 감소로 이어지면서 다시 가격 상승 압력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론상 그리고 장기적으로, 유가는 잠재적 상승 추세를 유지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같은 경제 모델이 단기적으로 꼭 들어맞는 건 아니다. 만약 어떤 재화 가격을 유가처럼 인위적으로 유지한다면, 현재 가격을 추론해 미래 가격 추세를 예측하기 어렵게 된다. 유가가 지난 4년간 100달러 이상으로 유지되면서, 그 가격대가 '합리적'인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선 유가 100달러가 '몽상'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당신은 오랫동안 해운 분야를 선호해왔다. 여전히 그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나?
유가 하락으로 해운 비용이 더욱 저렴해졌다. 항공사도 마찬가지다. 항공사는 사람을 태운다. 항공료가 저렴해질수록 더 많은 고객이 이동한다. 해양 운송은 제품을 옮긴다. 운송 비용이 낮아질수록, 더 많은 제품이 이동한다. 대부분의 경우, 저유가는 해운 산업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저유가는 세계 경제성장에 이로운 것인가, 아니면 해로운 것인가?
큰 논란거리 중 하나다. 저유가는 소비를 촉진한다. 나는 유가가 낮을수록 미국 경제에 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셰일 가스 개발 관련 비용이 줄어들면,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도 미국에 미치는 순 영향은 긍정적이다. 사람들은 더 낮아진 유가를 1조 3,000억 달러 규모의 세금 감면과 연결지어 비교하곤 한다. 만약 미국 정부가 내일 이런 규모의 세금 감면을 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우리는 그것이 긍정적인 조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당신은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서 너무 큰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지금은 예전 방식으로 거뒀던 수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더 크고 위험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보다 더 낮은 수익과 더 나쁜 계약 조건에도, 투자자들이 전보다 더 위험한 부실 채권을 사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어디에 투자하는지 잘 알고, 자신의 능력(혹은 펀드매니저의 능력) 범위 안에서 투자한다면 별문제가 아닐 수 있다. 최악의 경우는 수익을 키우기 위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위험을 무작정 키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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