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Vivienne Walt
평소와 다름없는 어느 날, 수천 명의 승객이 룩셈부르크 중앙역으로 쏟아져 나와 쇼핑번화가인 기차역 거리(Rue de la Gare)를 걷고 있었다. 이 거리에는 디저트 음식에서부터 장화에 이르기까지 팔지 않는 물건이 거의 없다. 거리를 걷던 인파 중 몇 명이 41번지 미용실 옆에 위치한 지붕 덮인 통로로 들어갔다. 곧 눈에 들어온 건 벽에 붙어있는 수십 개의 우편함뿐.
1월 초 쌀쌀한 오후, AIG링컨(뉴욕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보험 및 부동산 기업 AIG의 파트너사)의 우편함은 텅 빈 채로 열려 있었다. 잠시 후, 필자는 건물 5층에서 혼자 일하고 있다는 AIG링컨의 직원을 만났다. 나는 그가 평범한 사무실에서 30여 개의 기업의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수십 개의 기업에서 동시에 일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별로 어렵지 않다. 이곳에선 크게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킨다면, 룩셈부르크의 상황은 더 잠잠해질 것이다. 알다시피 룩셈부르크는 소국가다-영토가 얼마나 작은지 수도 룩셈부르크 시에서 30분만 차를 타고 달리면 벨기에와 프랑스, 독일에 갈 수 있다. 인구는 미국 애리조나 주 투손 Tucson과 비슷한 약 55만 명에 불과하다. 주민 대부분이 고지대에 있는 수백 년 역사를 간직한 수도에 거주하고 있다. 룩셈부르크 시의 궁전에는 지구촌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대공(Grand Duke)이 살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대공국(Grand Duchy)이다. 석조로 축조된 룩셈부르크 요새는 고대 로마제국 시대부터 나폴레옹 시대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전쟁의 포화를 버텨왔다.
지금 룩셈부르크는 새로운 제국 전쟁을 치르고 있다-이번에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다국적 기업들로 구성된 제국이다. 유럽과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은 룩셈부르크가 악질적인 탈세 기업들의 피난처 노릇을 하고 있다며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개혁의 성패는 수백 개 기업(미국 회사도 포함되어 있다)들이 어마어마한 자산을 국외로 이전해 수십억 달러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 지 여부에 달려 있다.
세제상 허점을 악용할 수 있는 곳은 룩셈부르크뿐만이 아니다. 아일랜드나 네덜란드 등 다른 국가들도 있다. 하지만 다른 곳과 다르게 룩셈부르크 경제는 다국적기업 세제 혜택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로 돼 있다. 사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 있었다. 1970년대 기반 산업이었던 철강 산업이 무너진 이후, 룩셈부르크는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엄청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29%에 달했던 법인세를 대폭 인하했다.
이런 전략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룩셈부르크에 설립된 뮤추얼펀드의 운용 규모는 현재 3조 달러(2001년 7,600억 달러에서 급증한 수치다) 이상에 이르고 있다. 이보다 큰 규모를 가진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룩셈부르크 시에는 27개국 148개 은행이 소재하고 있다. 펩시코 PepsiCo, 하인즈 Heinz와 같은 미국 기업 200개를 포함해 4만 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들이 법인으로 등록돼 있다(시민 8명당 1개 꼴이다).
2013년 미국의 룩셈부르크 직접 투자는 4,160억 달러에 달했다. 유럽에서 아마존 사이트를 통해 책을 구매하면 아마존의 주소가 룩셈부르크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유럽 어느 곳에서든 아이튠즈로 음악 1곡을 다운로드하면, 룩셈부르크 생트니트 거리(Rue Sainte-Zinthe)에 위치한 기업과 방금 거래했다는 메시지가 뜬다.
그렇다면 활기 넘치는 기업, 애플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수도원과 양로원이 위치한 조용한 거리 건너편에 있다. 5층 건물의 문 앞 초인종에는 아이튠즈라고 쓰인 스티커가 붙어있다. 초인종을 누르자 어그 부츠를 신은 한 여성이 나와 이곳에는 담당자가 없다고 말했다.
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는 두 가지 사건 때문에 오래가지 못했다. 첫 번째는 세계 경제 위기다. 이를 계기로 각국 정부들은 세수 확보에 적극 나서게 됐다. 두 번째는 지난해 11월 룩셈부르크 회계법인에서 수천 개에 달하는 내부 자료가 유출됐던 사건이다. 이 중에는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PricewaterhouseCoopers에 근무했던 한 20대 직원이 훔친 회사 문건도 다수 있었다. 그는 문서를 USB에 복사해 기자에게 넘겼고, 언론들이 이를 보도했다.
룩스리크스 LuxLeaks라 불리는 이 스캔들은 전 세계적인 공분을 샀다. 유출된 자료에 따르면, PwC, 언스트 앤드 영 Ernst & Young 같은 회계기업들은 복잡한 재무 구조를 고안해 글로벌 기업들이 자국에서 세금 수십억 달러를 탈세하도록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AIG링컨도 이런 혜택을 누린 기업 중 하나였다(AIG링컨은 AIG가 유럽의 부동산을 취득하기 위해 세운 금융사다). 유출 문건에 따르면, 2010년 룩셈부르크는 AIG링컨과 복잡한 이전 계약 계획을 세운 바로 그날, 개별납세자에게 적용되는 예규(tax ruling)를 PwC에 발령했다(AIG 대변인은 아무 특혜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룩셈부르크 PwC의 세무 담당자는 당국과 세부 사항을 계속 논의해왔기 때문에 신속한 결정이 내려진 건 특이한 일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폭로 사건으로 세상에 드러난 활동들은 모두 적법했다. 하지만 룩셈부르크가 오랫동안 다국적 기업 수백 곳의 세금을 줄여줄 목적으로 협약을 맺어왔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지난 1월 필자는 높게 솟은 아트리움과 유리 벽면으로 장식된 번쩍이는 건물 안에 위치한 룩셈부르크 PwC의 새 사무실에서 이 회사 임원들을 만났다. 그들은 이 스캔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이 사무실은 스캔들이 터지기 며칠 전에 문을 열었다). 총괄 파트너 디디에 모우겟 Didier Mouget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고객 이익을 대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부당하게 비난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기업 거래는 세금을 회피하거나 탈루하기 위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2~3배까지 나올 수 있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어찌 됐든 변화는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G20 정부들은 각국의 조세 정책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룩셈부르크도 지난 1월 오랫동안 고수해왔던 은행 비밀주의(bank secrecy)에 종지부를 찍었다. 유럽연합은 아마존이 룩셈부르크로부터 받은 세제혜택이 EU법 위반 사항인 정부 보조금에 해당하는 것인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룩셈부르크에 소재한 아마존의 전략 커뮤니케이션 부사장 드루 허드너 Drew Herdener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아마존은 이곳에서 경영활동을 하는 여느 기업들과 똑같은 세제 적용을 받고 있다"며 이를 부인했다.
유럽연합은 현재 법인세의 지속적인 감소를 가져오는 세제상의 허점을 완벽히 보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OECD의 조세정책 행정센터(CTPA, Centre for Tax Policy and Administration)의 센터장 파스칼 세인트-아만스 Pascal Saint-Amans는 “많은 허점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기업은 이를 악용하려 들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 외에도 유럽연합은 지난 1월 온라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소득이 발생하는 각 국가에 판매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3%에 불과한 판매세를 앞세워 전자상거래 산업을 대규모 유치해왔던 룩셈부르크에겐 막대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룩셈부르크의 많은 기업 임원들은 유럽연합이 세법을 바꾸고자 한다면 나머지 조세 피난처들과 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룩셈부르크 포 파이낸스 Luxembourg for Finance *역주: 룩셈부르크 금융센터 개발을 위해 정부와 민간 기업이 손잡고 꾸린 준정부 기관의 CEO 니컬러스 메켈 Nicolas Mackel에게 기업에 대한 혜택을 묻자, 그는 “델라웨어 Delaware *역주: 델라웨어는 친기업적인 법률정책 등을 통해 많은 기업을 유치해 왔다에 가서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
IT제품위시리스트: 원하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라
포춘이 서베이몽키 SurveyMonkey와 함께 1,000여 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습관과 고민, 그리고 기술산업을 이끄는 트렌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자들은 고객의 관점과 차세대 기술영역은 무엇이 될지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대중이 미래의 기술로부터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보자.
전체 우선순위
34%
▶ 어디서나 이용 가능한 와이파이
오래가는 배터리 25%
충격에 강한 제품 18%
범용 충전기 11%
비밀번호 찾기 10%
더 많은 스트리밍
71%
▶ 컴퓨터로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의 비율
웨어러블? 글쎄...
45%
▶웨어러블 기기를 살 생각이 전혀 없다
살 가능성이 매우 높다 6%
살 가능성이 꽤 높다 6%
케이블만 아니라면...
18%
▶ (애초부터 케이블 연결을 안 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지난해 케이블을 끊은 18세 이상 29세 미만 사람의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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