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하나은행 서비스를 통해 본 은행업계의 아웃도어 전략

저금리, 저성장 시대를 맞아 은행업계가 다양한 경영 전략을 내놓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은행은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를 통해 아웃도어 세일즈를 확대하고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 서비스는 주중과 주말 상관없이 고객이 원할 때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어 관심을 모은다. _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하나은행은 지난해 2월부터 업계 최초로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는 대부분의 시중은행도 이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는 은행원이 태블릿PC를 들고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을 찾아가 금융 업무를 처리해 주는 아웃도어 세일즈를 의미한다. 은행 창구에만 머물던 은행원들이 은행 밖으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5월 11일 정오 무렵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하나은행 지점을 방문했다. 지점 내에는 고객 5명이 있었다. 점포가 한산한 덕분에 고객들은 원하는 업무를 곧바로 볼 수 있었다. 오후 2시에 은행을 다시 찾았을 때에도 풍경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음 날인 5월 12일 오후 12시 10분. 이번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하나은행 서여의도점을 찾아갔다. 이미 은행 창구엔 고객들이 꽉 들어차 있었고 대기자도 13명이나 있었다. 지점 관계자는 “지금 대기표를 뽑은 고객이라면 40분이상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정오 무렵 시간대였는데도 두 은행 지점의 풍경은 한참 달랐다.

우리나라 은행 업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오후 4시까지다. 바쁜 직장인들은 주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은행을 찾는다. 평일 은행업무는 집이 아닌 직장 부근에서 처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심에 위치한 은행 지점의 점심시간은늘 고객들로 붐비기 마련이다. 그렇다 보니 이시간대엔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는 직장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인터넷뱅킹이 활성화됐다지만 은행에 가야만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여전히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은 자주 벌어지곤 한다.

이런 번거로움을 해소하고자 고안해낸 서비스가 바로 ‘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 다. 하나은행이 이 서비스를 시행하게 된 배경에는 고객들의 불편 해소 외에도 은행 업계가 당면한 몇가지 환경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은 저금리 시대를 맞아 저수익 구조에 빠져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6조 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60% 증가했다. 하지만 12조 원에 달했던 대손충당금이 3조 원가량 감소했기 때문에 이 같은순이익 증가는 ‘착시효과일 뿐’이라는 평가가 많다. 대부분의 업계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익의 질이 떨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은행의 주 수입원인 순이자 마진 역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 5월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 2015년 1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치)’에 따르면 1분기 국내은행들의 순이자마진(금융 기관이 자산을 운용해 거둬들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해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 자산 단위당 수익률)은 1.63%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분기 1.72%보다 낮은 수치다.

하나은행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은행들은 지점 수를 줄이는 대신 자동화 기기를 설치하는 등 비대면(非對面) 채널을 늘리고 있다. 이상화 하나은행 2금융사업부 대리는 말한다. “수익성이 낮은 영업점을 폐쇄하다 보니 고객과의 접점이 줄어들어 금융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이 약해졌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신속하게 TF팀을 만들어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를 계획했죠. 시행 배경이나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미국 웰스파고 역시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판매채널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은행-비은행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점도 금융업계에 일고 있는 중요한 환경변화로 꼽히고있다. 은행-증권 간 물리적 공간 구분이 점점 없어지고 공동 상담이 가능한 복합점포가 허용되면서 투자상담과 은행 업무, 증권 상품의구매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금융 상품 판매와 고객 유지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지점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됐다는점도 또 다른 환경변화로 꼽힌다. 한 은행업계관계자는 말한다. “바쁜 직장인들은 주로 직장근처에 위치한 지점을 이용하기 때문에 도심에 위치한 지점과 도심 외곽 지점 간 고객 수와 취급액 편차가 벌어지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나타났습니다. 이는 은행들이 지점을 줄이는 명분이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작년에 지점 통폐합이 많았죠.” 실제로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동네 지점 141곳을 폐쇄했다. 하나은행은 지점 17곳을 닫았다. 지점을 줄인 은행들이 기존 고객 관리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대안으로 모색한 방법 중 하나가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였다.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는 하나은행 전체 608개 지점(2014년 말 기준) 중 269개 지점에서 시행되고있다.

그렇다면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에 관한 현장의 목소리는 어떨까? 하나은행 서여의도점 김찬익 차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차장은 2013년 12월 하나은행이 업계 최초로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당시 자원해서 서비스 교육을 받을 정도로 적극적인 직원이었다. 그는 말한다. “과거에도 은행원들이 고객을 찾아가서 업무를 도와주는 서비스는 있었습니다. 다만 은행원이 서류 뭉치가 가득든 가방을 들고 고객을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죠. 서비스 대상도 우량고객이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분들로 제한되어 있었고요. 지금은 태블릿PC와 휴대폰만 가져가면 됩니다. 또 과거와 달리 상담전화를 통해 신청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요.” 하나은행에서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하나은행 태블릿 브랜치’는 서비스를 시행하는 직원이 본인의 휴대폰으로 인증을 해야만 로그인을 할 수 있다. 김찬익 차장은 “정보 보안 강화 차원도 있지만, 고객들이 은행원의 신분을 확인하고 서비스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밖에서 업무가 이뤄지기 때문에 은행원의 신분 확인이 상당히 중요하죠. 서비스시행 초기엔 ‘ 정말 은행원 맞나요?’ 라고 묻는고객이 많았습니다.”

김 차장은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한 가지도 들려줬다. “제 고객 중 한 분이 대출 관련 업무를 보셔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직장에선 회사 프로그램외에는 접속할 수 없어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수없었죠. 그러던 분이 하나은행의 태블릿 브랜치서비스 덕분에 업무를 원활하게 보실 수 있게되었어요. 주중, 주말 언제든 자유롭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고 좋아하셨습니다. 저도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주말 외엔 좀처럼 여유가 생기지 않는 직장인과 직장 내 소프트웨어 및특정 사이트 외엔 인터넷을 할 수 없는 근로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좀 더 이해할 수있게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김 차장의 설명대로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는 평일과 마찬가지로 주말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고객이 지정한 장소에서 이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의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층은 주로 30~40대 직장인들이다.이동이 불편한 노년층 고객들도 제법 많을 것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게 김 차장의설명이다. “어르신들은 주로 은행을 직접 방문해 업무 보시는 걸 선호하시더라고요.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분들은 주로 신규 계좌 발급이나 대출업무를 이용하십니다.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서도 금융거래가 활발한 직장인들이 인터넷 뱅킹이나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 등 다양한 경로를 찾아내 이용하고 계신거죠.” 김 차장은 “태블릿 브랜치 서비스는 이용해 본 고객이 계속해서 이용하고 또 입소문을 내준다”고 말했다. 그는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자신의 금융상황, 예를들면 대출을 받는다는 사실을 노출하고 싶지않은 고객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고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