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원자력에너지 부활의 첨병 - 레슬리 드완 & 마크 메시
2009년 MIT 핵과학·공학부 학생이었던 레슬리 드완은 마크 매시와 함께 도서관에서 오래된 논문들을 뒤지고 있었다. 거기서 두 가지 사실을 새로 알게 됐다. 하나는 최초의 고속 중성자로 프로토타입이 1945년 냅킨 위에 그린 설계를 바탕으로 불과 18개월 만에 만들어졌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용 융염 원자로(MSR)에 관한 것이었다.
“용융염로는 1960년대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에서 제작돼 작동실험까지 이뤄졌어요. 하지만 연구자금이 끊기면서 경수로에게 표준형 원자로의 자리를 내주고 기억에서 잊혔죠. 그런데 아무리 봐도 오늘날의 원자로보다 용융염로가 더 안전했어요.”
실제로 용융염로는 고체 우라늄 연료가 아닌 액체 우라늄 연료를 사용, 노심용융 사고의 위험성이 적다. 원자력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탄이나 천연가스 화력발전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함을 알고 있었던 두 사람은 용융염로가 왜 지금껏 쓰이지 않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두 사람은 2011년 신생기업 트랜스아토믹 파워를 설립, ORNL의 설계를 바탕으로 더욱 뛰어난 용융염로 개발에 착수했다. 이렇게 탄생한 ‘ 폐기물 소멸 용 융염로(WAMSR)’는 연료 연소율이 96%에 달한다. 참고로 경수로의 연료 연소율은 단 4%에 불과하다. 또한 WAMSR은 우라늄 1톤당 발전량이 기존 원자로 대비 75배나 된다.
게다가 사실상 사고 발생의 우려가 없으며, 다른 원자로에서 사용하고 버린 폐연료봉(사용후 핵연료)을 연료로 재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폐연료봉은 수만 년간 방사능을 내뿜는데 미국에서만 매년 2,000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700~800톤이 새로 배출되고 있다. MIT 핵과학·공학부의 리처드 레스터 교수는 이런 방사성 폐기물을 재활용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환경적 이익은 지대하다고 강조한다.
“이것이야말로 WAMSR의 최대 강점입니다. 두 사람의 설계를 활용하면 엄청난 양의 방사 능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지금껏 트랜스아토믹 파워는 6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엘론 머스크의 민간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 음원스트리밍 서비스 선도기업 스포티파이 등에 투자했던 파운더스 펀드도 200만 달러를 보탰다. 드완과 메시는 이 종자돈 일부로 MIT가 위치한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연구실을 마련, 향후 3년간 핵분열이라는 극한환경을 견뎌낼 소재들을 실험할 예정이다.
물론 실제 원자로의 개발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WAMSR은 원자력과 관련해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현재 미국 내에서 가동 중인 상용 원자로 99기는 모두 경수로다.
우리나라 또한 23기의 원전 중 월성 1호기~4호기만 중수로며, 나머지 19기는 경수로다. 문제가 생길 때까지 이러한 통일성을 문제 삼는 사람은없었다.
그러나 미국의 스리마일섬과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적어도 한 세대의 사람들이 원자력을 멀리하게 됐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또 다른 한 세대의 원자력 기피자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원자력은 확장성이 뛰어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며, 최소한의 필수 전력량(기저부하)을 책임질 수 있음에도 말이다.
케임브리지의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드완과 매시는 화이트보드를 새까맣게 메워가며 WAMSR의 탁월한 안전성과 효율성을 설명했다. 그들에 따르면 경수로는 우라늄 펠릿을 넣은 연료봉을 물에 담가놓는다. 물이 감속재 역할을 해 핵분열 연속반응이 일어나고, 이때 발생되는 열이 물을 가열한다. 그렇게 생성된 고온의 증기로 터빈을 구동시켜
전력을 생산 는 메커니즘이다.
이 방식은 두 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먼저 핵분열 과정에서 크립톤(Kr)이나 제논(Xe) 같은 유해 기체가 생성돼 연료봉에 축적된다. 이런 기체들이 중성자를 소모하면 핵분열 반응이 멈춘다. 때문에 약 4년마다 연료봉 교체가 필요하다. 연료봉이 지닌 에너지의 96%가 아직 쓰이지 않은 상태임에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폐연료봉 신세로 전락하 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연료봉이 들어 있는 원자로의 노심에 적정수준의 냉각수를 계속 보충해주려면 전기가 꼭 필요하다는 점이다. 전기가 끊기면 냉각수 펌프의 작동이 멈추고, 시간이 지나 노심 과열로 인해 노심 용융이 일어난다. 후쿠시마 원전처럼 말이다.
반면 용융염로는 우라늄염을 500℃ 이상 가열해 액화시킨 뒤 연료로 쓴다. 이 액체연료와 수 소화 지르코늄 감 속재를 이용, 핵분열 연속반응을 유도한다. 연료봉이 없는 만큼 생성된 유해기체들이 외부로 배출된다는 게드완의 설명이다.
“용융염로는 수십 년 동안 계속해서 부글부글 끓습니다. 덕분에 96%의 연료 연소율 달성이 가능한 거죠. 우라늄 연료는 놔두고 유해 기체만 계속 제거해주면 됩니다. 만일 유해 기체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으면 원자로는 자동적으로 멈춥니다.”
또한 용융염로의 우라늄 액체연료는 배출구가 구비된 루프를 통해 공급된다. 이 배출구는 평상시 전기 냉각장치에 의해 냉각된 고체 소금 플러그로 막혀있는데, 어떤 이유로든 전력이 끊기면 플러그가 녹으면서 액체연료는 노심이 아닌 배수탱크로 흘러들어가 굳는다.
이 같은 용융염로의 핵물리학적 원리는 이미 50년 전 ORNL에 의해 검증된 것이다. 이에 드완과 매시는 현재 케임브리지 연구실에서 소재 테스트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실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냉장고 크기의 도가니로(爐)가 눈에 들어왔다. 다양한 금속 및 세라믹 소재들을 극도의 온도와 염분에 노출시켜 WAMSR의 파이프, 펌프, 밸브 소재로 적합한지 확 인하 는 과 정이라고 했다. 두 사람의 궁극적 목표는 520㎿급 상용 원자로의 건설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20년까지 20㎿급 실증로를 설계·제작 할 계획이다 .
“상용 원자로 건설에 약 17억 달러가 필요합니다. 동급 경수로의 절반 가격이죠.”
그러나 법제도의 미비가 두 사람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규제 체계에는 WAMSR의 설계·제작 승인을 받기 위한 법적 틀이 구비돼 있지 않은 탓이다. 이는 투자 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차세대 진행파원자로(TWR) 개발을 천명한 빌 게이츠의 원자력 벤처기업 테라파워 같은 업체들이 미국이 아닌 해외에서 원자로 건설을 모색 중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드완은 가급적 미국에서 WAMSR를 건설하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원자력에너지를 경쟁자로 여기는 석탄 및 천연가스 업계와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극복해야 한다. “분명 무수한 난관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희는 결코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 거예요.”
3. 사막에서 키우는 바이오연료 - 알레한드로 리오스
전 세계 상업용 제트기의 연간 연료소비량은 2,687억6,000만ℓ에 달한다. 이중 대부분이 공해물질을 내뿜는 화석연료다. 바이오연료가 대체재로 부상하고 있지만 식물성 오일이 풍부한 바이오매스의 생산에 막대한 담수와 넓은 토지가 필요하다.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진다. 아부다비 소재 마스다르과학기술원의 알레한드로 리오스 박사는 이 문제를 해결할 최적의 작물을 찾았다.
불모지인 사막에서 바닷물로 경작해도 잘 자라는 염생(鹽生) 식물이 그것이다. 현재 리오스 박사는 보잉을 비롯한 유수 항공기업들의 지원을 받아 2만㎡ 규모의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근 양어장에서 사용한 뒤 버리는 영양분이 풍부한 해수를 이용해 염생 식물인 ‘함초(Salicornia)’를 키울 계획이다.
“8개월이면 수확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추출한 식물성 오일로 바이오 제 트연료를 만 들 수 있습니다.”
리오스 박사는 이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가 크다. 향후 상용 플랜트 건설로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갖추면 바이오연료의 가격 경쟁력이 대폭 향상될 것이기 때문이다. 5년 내에 이 연료를 상용화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황무지에서 바닷물로 기른 식물에서 제트연료를 생산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겁니다.”
4. 초저온 이산화탄소 포집 - 래리 백스터
석탄 화 력발전소에서는 막대한 이산화탄소(CO2)가 배출된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이의 포집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이 공정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다. 화력발전소에 적용되는 일반적 CO2 포집기술은 액체 용매를 가열, 연소가스에서 CO2를 포집한 뒤 용매를 액화시켜 CO2 기체만 분리해내는 방식인데 이 공정을 운용하려면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의 무려 30%를 써야 한다.
미국 브리검영대학의 화학공학자 래리 백스터 박사는 이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CO2 포집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초저온 탄소포집(CCC)’으로 명명된 이 공정은 기체의 어는점 차이를 이용해 배기가스를 영하 140℃로 냉각, CO2를 얼려서 고체로 승화시킨 뒤 다른 기체와 분리한다. 이후 드라이아이스 눈송이를 가압, 액화시켜 지하 대수층에 저장하게 된다.
시범연구에서 CCC 공정은 기존 공정 대비 절반의 비용과 에너지만으로 배기가스에 함유된 CO2를 최대 99% 포집해냈다. 또한 이 공정은 수은 등 여타 유해 화학물질의 제거도 가능하다.
MSR - Molten Salt Reactor.
WAMSR - Waste-Annihilating Molten Salt Reactor.
감속재(morderator) - 핵분열 연쇄반을을 위해 핵분열 시 방출된 고속중 성자의 속도를 감속시키는 물질.
TWR - Traveling Wave Reactor
CCC - Cryogenic Carbon Cap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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