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은 연간 물가상승률이 34.5%에 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 10년 사이 최고 수준이다.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매우 높은 수치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현실은 훨씬 더 암담하다.
스티브 행크 Steve Hanke 는 존스 홉킨스 대학교 응용경제학과 교수이자, 케이토 연구소(Cato Institute)가 진행하는 ‘ 불안정한 통화 프로젝트(Troubled Currencies Project)’의 관리자다. 그는 혁명 후 우크라이나의 물가상승률이 133%까지 치솟은 것으로 추정했다. 공식 발표 수치보다 네 배나 높은 수준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적으로 높은 물가 상승률로 유명한 베네수엘라, 내전으로 분열된 시리아와 함께 케이토가 집계한 불안정한 통화 리스트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국가다. 이 명단에 포함된 국가의 통화는 국민들의 신뢰마저 잃고 있다.
통화위기를 겪는 국가에서 발표하는 공식 물가상승률이 실제 물가상승률-행크는 ‘암묵적 물가상승률(implied inflation)’이라고 지칭한다-과 차이가 나는 건 흔한 일이다. 암묵적 물가상승률 은 암시장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계산한 물가상승률이다. 베네수엘라의 연간 암묵적 물가상승률은 271%지만, 공식 물가상승률은 4%에 불과하다. 시리아의 암묵적 물가상승률은 59%지만, 공식 물가상승률은 -3.7%다. 물가상승률 예측치 간 차이가 엄청나게 크다는 얘기다.
측정 방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거나, 공식 인플레이션 수치가 물가 정책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 정부가 데이터를 조작한다는 것도 잘 알려진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행크는 통화위기를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두 가지 단서가 있다. 바로 급성장하는 암시장과 높은 변동성이다.
달러 · 유로환율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표 참조). 행크는 달러 · 유로환율이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유로대비 달러 가치의 급격한 상승은 신흥국들의 통화 매도 촉발과 원자재 가격 왜곡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현금을 쌓아두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케이컵 사용자들은 죄책감을 느껴야 할까?
커피 캡슐 케이컵 K-Cop 의 개발자인 존 실벤 John Sylvan은 커피 캡슐이 야기하는 환경파괴 우려가 제기되자 개발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그의 말은 일리가 있다. 작년 한 해만 해도 98억 개의 캡슐이 판매됐다. 그 결과로 약 14만 434톤의 쓰레기가 배출됐다. 그러나 여느 생활습관들에 따른 쓰레기 배출량이 커피 캡슐과 비교하기 힘들정도로 많은 것도 사실이다. 매년 미국에서 쓰레기 매립지에 배출되는 쓰레기 양을 살펴보면, 음식물 쓰레기가 3,470만 톤, 의류가 880만 톤, 가구가 1,150만 톤을 차지한다. 버려진 커피 캡슐을 일일이 세어봐도, 버려진 소파 수에 비할 만큼 많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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