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실패를 통해 교훈을 배우자는 분위기가 감돈다.
그러나 그는 신생기업 직원이 아니다. 연간 매출이 95억 달러에 달하는 마스터카드 MasterCard의 직원 1만 명 중 한 명이다. 맨해튼빌 칼리지Manhatt anville College 를 졸업한 호노비치(25)는 3년 전만 해도 신생기업에 취직하거나 창업할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50
년간 이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마스터카드가 숍디스 Shop This라는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그를 영입했다. 숍디스는 사람들이 디지털 잡지를 보면서 제품을 곧바로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숍디스는 마스터카드 랩 MasterCard Labs -지난해 9월 뉴욕에 3
층 규모의 사무실을 오픈했다-이 추진 중인 10여 개의 사업 중 하나다. 호노비치는 “분위기가 신생기업과 정말 비슷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바로 그런 부분에서 아이디어를 포착하고 있다. 코카콜라, GE, IBM, 메트라이프 MetLife, 몬델레스 인터내셔널 Mondelez International, 시스코 Cisco, 타이코 인터내셔널 Tyco International 같은 업체들이 지난 2년간 신생사업이나 벤처업계의 아이디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마스터카드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비롯한 몇몇 업체는 2011년 이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혁신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경영진을 패널로 활용해 사내 신생사업 아이디어에 투자금을 지원했다.
과거에는 스컹크워크 Skunkworks 라는 방식을 통해 하나의 프로젝트를 별도의 단독체계로 구성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경향은 좀 다르다. 새로운 독립체계 자체의 수익성을 키우는 것은 물론, 다수의 중간 관리자를 갖추고 이미 자리가 잡힌 운영업무에도 신생기업
의 분위기를 불어넣으려 하고 있다.
이런 접근법의 성과를 판단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대부분 아직 초기 단계로, 시작한지 겨우 몇 개월 된 경우도 있고 아직 시작하지 못한 사업들도 있다. 긍정적인 사람들은 수십 년 된 대기업들이 젊은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것 이라고 주장한다. 부정적인 사람들
이라면 대기업이 우스꽝스러운 중년의 부모와 비슷해질 것이라고 걱정할 것이다. 10대 자녀들에게 자신이 아직 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딱 붙는 옷을 입고, 보기에도 민망한 춤을 추는 부모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다.
현재는 실리콘밸리의 사고방식을 유입하는 중이다. GE는 500명의 코치를 통해 경영진에게 리스크 감수나 시행착오의 개념을 교육하고 있다. 몬델레스는 브랜드 매니저를 파견해 사내 신생사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그 운영방식을 습득하게 하고 있다. 방재 및 경비업
계 대기업 타이코는 벤처투자자를 초빙해 신생기업의 행동방식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있다. 코카콜라의 혁신부문 부사장 데이비드 버틀러David Butler는 이에 대해 “결국 모든 대기업이 받아들이게 될 새로운 업무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기업들은 더 민첩해지길 원하지만, 사업가정신을 갖춘 기존 직원이나 새로운 인재도 얻고 싶어한다. 미래학자이자 ‘ 미래의 스마트: 세상을 바꿀 게임 체인징 트렌드 관리(Future Smart: Managing Game-Changing Trends That Will Shape the World)’의 저자인 제임
스 캔턴 James Canton은 “1980년 초부터 2000년 초 사이에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Millennials)의 90%가 대기업보다 신생기업에서 일하길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재를 차지하려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신생기업에는 신선하다는 느낌이 있다”고 덧
붙였다.
코카콜라의 부사장 버틀러는 대기업이 신생기업의 사업방식을 전혀 모르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체계를 이미 갖춘 상태이기 때문에 구조 및 규제가 없는 5인 규모 팀의 사업방식을 따라 하기는 힘들 뿐이라는 것이다. 또 그는 대규모 팀은 세계적인 규모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은 탐험가가 아니라 관리자를 고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에게 할 일을 주고 유지하게 만드는 것이지, 새로운 방식을 발굴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신생기업은 탐험가만을 고용하는 법이다.”
버틀러는 ‘성장을 위한 설계: 규모와 신속성의 조합공식에 대한 코카콜라의 학습법(Designed to Grow: How Coca-Cola Learned to Combine Scale & Agility’의 공동저자이다. 과거 창업가로 활동한 적도 있다. 그는 기업 관리자들에게 탐험가가 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들은 협업의 원칙을 습득하고, 장황한 파워포인트 자료 대신 한 장짜리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아이디어를 빠르고 부담 없이 테스트하기 위해 최소한의 시제품도 개발한다. 또 시제품을 홍보하는 ‘피치 파티 Pitch Par ties ’에서 2분 스피
치를 진행하고, ‘실패 회의(Failure Conferences)’에도 참석한다 (코카콜라도 GE와 마찬가지로 실리콘밸리에서 크게 유행하는 경영방식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실패를 거의 숭배하다시피 하며 이를 통해 교훈을 얻고 있다).
460억 달러 규모의 대기업인 코카콜라는 외부 기업가들과 힘을 합쳐 자체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찾고 있다. 한 가지 사례가 워놀로 Wonolo 다. 매장에 코카콜라 제품을 다시 채워달라는 요청이 있을 경우, 이를 위한 임시직원을 고용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우
버Uber 같은 서비스다. 버틀러는 “우리에겐 수십억 달러가 걸린 과제”라고 설명했다.
GE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사실 GE는 식스 시그마 Six Sigma 품질 표준과 강제 성과 순위(Forced Performance Ranking)를 엄격하게 준수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러한 관례에서 벗어나 순위 체계를 폐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GE의 혁신추진 글로벌 부문을 책임지는 비브 골드스타인 Viv Goldstein은 현 경영진이 패스 트워크스 FastWorks 의 기풍을 설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진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끊임 없이 배우며 질문을 던지도록 훈련한다는 것이다. 연례보고서도 상시 일간기록
및 보고 형태로 바뀌었다. 골드스타인은 이에 대해 “조직 전체에 걸친 변화”라고 강조했다.
규모가 1,490억 달러에 달하는 GE는 조금 더 신생기업의 모습을 닮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네티컷 주 페어필드 Fairfield 에 있는 본사 울타리를 없애고, 열린 업무공간을 만들어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CEO 제프리 이멀트 Jeffrey Immelt 의 식사공간까지 개조해 ‘혁
신 공간(Innovation angout)’ 이라 불리는 장소를 만들었다. 이곳은 이케아Ikea 의 소파와 높은 테이블은 물론 화이트보드도 갖추고 있다. 골드스타인은 “사람들에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리스크를 감수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15개월 동안 GE가 자금을 투자한 프로젝트의 수는 500개에 이른다. 모두 직원들이 ‘발전 위원회(Growth Boards)’-최고 경영자들이 사업설명을 들은 후 자금 지원을 결정하고,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현실화할 수 있도록 팀에게 90일간의 기간을 준다-에 제안한 프로
젝트들이다. 프로젝트가 무산되면, 관리자들은 이를 통해 교훈을 얻고 방식을 변경한다.
31명의 팀원이 진행하는 GE의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보자. 이 팀의 과업은 좀 더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천연가스를 전기로 전환한다-를 상용화하는 것이다. GE의 연구 책임자 요한나 웰링턴 Johanna Wellington이 제시한 프로젝트인데, 그녀는
자체 경영진뿐만 아니라 자금투자 주요계획, 독립 의사결정권까지 가지고 있다. 그녀는 “신생기업과 같은 민첩성을 갖췄다”며 “장기적으로 수익성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마스터카드는 민첩성에 대한 혁신 경연대회와 워크숍을 수도 없이 개최해왔다. 그 노력의 결과로 수천 개의 아이디어가 나왔고, 10여 개는 작은 신생사업으로 발전했다. 숍디스도 그중 하나다. 그 과정에서 월풀 Whi rlpool 제품을 위한 스마트폰앱도
탄생했다. 이 앱을 통해 소비자들은 사용료를 내고, 세탁기 속 세탁과정을 원거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스터카드는 밀레니엄 세대 직원의 비율도 늘렸다. 2010년 10%였던 젊은 직원의 비율이 이제는 38%에 이르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에서 중요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바로 재산권이다. 신생기업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유권과 일확천금의 가능성이다. 대기업들은 지금 월급 받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방법을 찾고 있다.
시스코는 ‘스핀 인 Spin In’ 모델을 통해 성공적으로 3개 업체를 설립할 수 있었다. 이 모델을 통해 아이디어 개발, 신생사업 현금지원 및 자체사업 설립-향후 다시 인수하는 옵션을 포함한다-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델은 참여 하지 않은 시스코 직원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돈을 벌 기회를 동등하게 부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스터카드는 혁신 경연대회에서 최고의 아이디어를 제시한 팀에게 25만 달러의 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마스터카드의 최고혁신책임자 개리 라이언스 Garry Lyons 는 기업으로선 잃는 부분도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성공확률이 높다는 점과 재정 및 인력 리스크가 훨씬 더 적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스터카드 같은 기업은 인프라, 인력, 재정 및 브랜드 파워 등을 통
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라이언스는 “단지 돈의 문제만이 아니다”라며 “흥미로운 일을 할 수 있고 우리 브랜드 이미지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매력도 있다. 기업의 울타리 안에서 자기 사업을 하는 것과 같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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