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들의 복색은 실로 다양했다. 아랍 전통의상인 디슈다샤를 입은 남성과 검은색 아바야를 걸친 여성들은 물론 정장으로 멋을 낸 남성과 짧은 치마에 하이힐을 신은 여성도 보였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의 철도산업을 이끌고 있는 실질적 주역들이었다.
그런 대단한 사람들을 압도하고 있는 강연자는 아직 단 한명의 승객 수송도, 단 1㎝의 철도 건설도 해보지 못한 초짜 신생기업인 하이퍼루프 트랜스포테이션 테크놀로지(HTT)의 최고경영자(CEO) 더크 알본이었다. 그는 연단 위를 이리저리 걸어 다니면서 교통의 미래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설명했다.
“하이퍼루프가 무엇일까요? 사람들을 태운 채 튜브형 터널 속을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캡슐이에요. 참 간단하죠? ” 그는 하이퍼루프 캡슐이 자기부상열차처럼 자기력을 이용하거나 캡슐 자체에서 압축공기를 바닥으로 뿜어내는 방식으로 공중에 떠있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진공펌프를 활용해 튜브형 터널 속의 공기를 대부분 제거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진공과 유사한 수준으로 공기를 제거하면 공기마찰이 최소화돼 캡슐이 터널 속을 최고 시속 1,220㎞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캡슐의 운용에 필요한 모든 동력은 태양전지로부터 얻는다고 했다.
“30분만에 600㎞를 이동한다면, 그리고 그런 열차의 티켓이 단돈 30달러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하이퍼루프가 현실화되면 우리의 생활방식은 혁신적 변화를 맞을 겁니다.”
알본이 설명한 하이퍼루프는 민간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와 전기자동차 메이커 테슬라 모터스의 CEO인 엘론 머스크가 2013년 8월 처음 개념을 제시한 차세대 초고속 열차다. 당시 머스크의 발표는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지만 대다수 대중들은 현존 기술로는 구현할 수 없는 꿈같은 얘기로 치부했다. 공학자들 역시 미래라면 몰라도 현재로선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가 감당키 어려운 수준이라는 의견을 피력했고, 경제학자들은 머스크가 제시한 하이퍼루프 건설비에 큰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60억달러면 샌프란시스코에서 LA까지의 600㎞구간에 하이퍼루프 건설이 가능하다는 머스크의 주장은 토지 매입비용을 너무 얕잡아 본 것이며, 실제로는그 10배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분석이었다.
그렇게 하이퍼루프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져갔다. 하지만 머스크의 아이디어는 죽지 않았다. 그해 연말에 이르러 알본에 의해 HTT가 출범했고, 작년 6월에는 억만장자 벤처투자자 셰르빈 피셰바르와 스페이스X의 로켓 엔지니어 출신인 브로건 밤브로건이 하이퍼루프 테크놀로지스(HT)를 공동 설립했다.
그리고 올 1월 머스크가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5마일(약 8㎞) 길이의 하이퍼루프 시험 트랙을 건설할 생각이며, 텍사스주가 유력한 후보지라고 밝힌 것. 이후 HTT와 HT는 각각 독자적인 시험 트랙 건설 계획을 공식 천명했다. 두 기업 모두 2016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음속에 육박하는 육상 이동수단의 개발 레이스가 본격화된 것이다.
앞으로 두 기업을 포함한 하이퍼루프의 지지자들은 수 많은 기술적, 정치적, 재정적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그러 나 이들은 겁을 먹기는커녕 도전정신을 느끼고 있으며, 하이퍼루프가 어떤 교통수단보다 빠르고 저렴하고 연비가 뛰어나다고 확신한다. HT 이사진의 일원인 X프라이즈 재단의 피터 디아만디스 설립자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전 세계를 흥분으로 몰고 갔던 사건들을 떠올려 보세요. 라이트형제의 첫 유인 비행, 유리 가가린의 우주궤도 비행, 닐 암스트롱의 달착륙 등 비행에 관한 것들이 많이 생각날 겁니다. 이처럼 인간은 항상 더 빠르게, 더 멀리 여행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이퍼루프는 그 꿈을 다른 차원에서 이뤄 줄 수단입니다.”
알본 CEO의 강연이 끝나자 청중들은 박수갈채를 보냈고, 연단에서 내려온 그에게 흰색 전통의상을 입은 남성이 다가왔다. UAE의 국영철도 운영기업 에티하드철도의 사카프 알라제스 부사장이었다. 알본과 수인사를 나눈 그는 이렇게 말 했다. “세상 모든 것은 꿈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볼때 하이퍼루프는 단순한 꿈이 아닙니다.”
사실 알본은 재력이 풍부한 공학계의 실력자가 아니다. 아니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독일 출신이지만 이탈리아에 살았었고, 지금은 미국 사우스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그는 18세 때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화목 난로 업체를 운용하며 수백만 달러를 벌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동산 투자 실패로 큰 손해를 보면서 재력이 바닥났다. 두바이에선 마치 영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처럼 자신감이 넘치는 그였지만 미국으로 돌아오면 숙박 공유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bnb)를 이용해 남의 거처를 빌려서 생활해야하는 처지였다.
당연히 HTT에도 큰돈을 들이지 못했다. 자신이 운영 중인 크라우드 소싱 (crowd sourcing) 방식의 공동창업 사이트 ‘점프스타트펀드’를 통해 HTT를 설립했다. 머스크가 하이퍼루프의 개념을 처음 제시한 직후 창업을 제안하자 미 전역에서 3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입사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한다. 주당 최소 10시간 이상 HTT를 위해 일해야 하며, 급여 대신 스톡옵션을 받는 조건이었다.
“점프스타트펀드의 특성상 HTT는 원격근무를 표방합니다. 각자 자신의 거주지에서 자신의 일을 하면서 틈틈이 짬을 내 근무시간을 채우면 됩니다.” HTT의 직원은 대개 노스롭 그루먼과 에어버스, 시스코 등 대기업의 직원이거나 UCLA, 스탠퍼드, 하버드 등 유명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이다. 현재 각자의 전문성에 맞춰 경영자와 엔지니어, 인사담당자, 마케팅 전문가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HTT가 첫 수익을 내는 데는 적어도 수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어요. 저희들을 하나로 묶은 것은 물질주의가 아니라 하이퍼루프의 가능성에 대한 신념입니다. HTT의 직원이 되기 위해 자격증은 필요 없었지만 열정은 필수였죠.” HTT 설립 후에도 알본은 유능한 직원을 추가 영입하기 위해 산업 전시회장을 돌아다녔다. 적당한 인물을 찾으면 ‘HTT는 사람이 유일한 자산인 크라우드 파워를 가진 조직’이라고 설명하고 동참을 권유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승객 유동성 시뮬레이션을 무료로 개발해주기로 했고, 어느 건축자재 업체 관계자는 콘크리트의 대체재 개발을 제안했다. 또 런던의 최신 무인지하철 ‘뉴튜브(New Tube)’를 디자인한 폴 프리스트먼이 하이퍼루프의 시각 디자인을 돕기로 약속했다.
두바이에서의 강연 다음날에도 알본에게 새로운 직원이 찾아왔다. 이탈리아의 유명 팝가수 출신의 기업가 가브리엘리 그레스타였다. 두 사람과 필자는 지하철을 타고 인공섬인 팜 쥬메이라로 이동, 럭셔리한 분위기의 호텔로 들어갔다. 호텔 로비에는 익살스러운 인상의 이탈리아인 쥬세페 어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쓸만한 아이디어를 가진 외국인 기업가를 UAE 왕가와 연결해주는 일종의 브로커였다.
알본은 그에게 두바이야말로 하이퍼루프의 건설지로서 가장 이상적 장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주의 땅값은 너무나 비싸다. 아니 미국과 유럽의 대도시 주변은 모두 마찬가지다. 더욱이 각종 법적, 정치적 문제의 해결에도 몇 년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반면 두바이에는 비어있는 땅이 넘쳐나고, 국왕의 말 한마디면 안 되는 일이 없다.
한동안 알본의 설명을 들은 쥬세페는 사업계획서를 보내달라면서 검토 후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약속했다.
HTT의 사무실은 LA 외곽의 한 산업단지에 위치해 있다. 스트립바와 노숙자 들이 즐비한 곳 에 벽돌로 지은 600㎡면적의 창고형 건물이었다인테리어라고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이 창고에서 몇몇 사람들이 컴퓨터를 조작하거나 화 이트보드에 뭔가 를 적고 있을 뿐이었다. 이처럼 제대로 된 사무실도, 급여를 받는 직원도, 수입도 없는 HTT와 달리 HT는 LA 도심 인근에 번듯한 본사와 30명 이상의 상근 직원, 1,000만 달러의 종자돈을 가지고 있다. 모바일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Uber)’와 에어비엔비 등의 투자에 힘입어 큰 어려움 없이 순항 중이며, 올해 말까지 투자금 규모를 8,000만 달러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두바이에서 돌아와 한 달쯤 지나 필자는 HT의 사무실에서 밤브로건 공동 설립자를 만났다. 그는 하이퍼루프를 ‘공학자들을 100년 이상 유혹해왔던 발상에 대한 참신한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말한 발상은 로켓공학의 대부로 불리는 로버트 고다드 박사가 1904년 창안한 진공튜브 교통시스템을 의미한다. 공기를 제거한 튜브형 진공터널 속에서 캡슐형 자기부상열차를 운용, 초음속의 속도를 구현하는 오늘날의 ‘진공튜브 열차’ 개념의 원조가 이것이다. 하이퍼루프 역시 기본 원리의 근간이 여기에 있다.
다만 하이퍼루프는 완벽한 진공터널을 지향하지 않는다. 대신 튜브의 내부 압력이 100파스칼(㎩), 즉 0.000987기압이 될 때까지 공기를 제거한다. 그렇게 해도 공기저항이 1,000분의 1로 낮아져 비교적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초음속에 근접하는 속도를 낼 수 있다. 또한 캡슐에는 테슬라 모터스의 ‘모델S’ 전기자동차에 탑재된 배터리 5개가 장착되는데, 터널 외부에 태양전지를 부착함으로써 캡슐을 포함해 전체 시스템의 운용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충당한다.
이와 관련 HTT와 HT에서 각기 독립적으로 일하는 엔지니어 샌디프 소바니는 최근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앤시스를 통해 하이퍼루프의 공기흐름을 시뮬레이션 했다. 그 결과, 전반적 개념의 기술적 타당성을 확인했다고 한다. “철도가 19세기의 기술이라면 튜브 교통시스템은 21세기의 기술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발상은 쉬워도 실질적 구현은 어려운 게 세상의 이치다. 예를 들어 HTT와 HT는 현재 하이퍼루프 캡슐에 채용할 선형 유도 모터(LIM)를 연구 중 이다. 캡슐이 튜브의 바닥으로부터 공중에 떠 있는 만큼자기부상열차와 유사하게 자기력의 척력과 인력으로 가속및 감속 을 꾀하기 위함이다.
밤브로건은 LIM이 지하철이나 롤러코스터에도 활용되고 있어 초기엔 상용제품으로 주요 구성품의 충당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하철과 롤러코스터의 최고 시속은 100㎞ 남짓인 반면 하이퍼루프의 최고 시속은 1,220㎞에 달한다. 때문에 기존 기술은 하이퍼루프에 적합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가급적 뭔가를 새로 개발하지 않고 싶지만 현 상황은 하이퍼루프 맞춤형 시스템을 신규 개발해야 하 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합니다.” 캡슐을 부상시킬 방법으로는 HTT와 HT 모두 가장 먼저 자기력을 염두에 뒀다. 다수의 자기부상열차 프로젝트로 검증이 완료된 기술이어서다. 하지만 자기부상에는 한 가지 아킬레스건이 있다. 바로 비용이다. 자기부상열차는 기존 열차 보다 제작비가 훨씬 비싸며, 선로 건설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중국 상하이에서 상용운용 중인 자기부상열차의 경우 1마일(1.6㎞)당 6,320만 달러의 거금이 투입됐다. 한화로 환산하면 100m당 약 44억7,700만원이나 된다. 과연 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비책이 있을까. 알본이나 밤브로건은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래서인지 두 회사는 또 다른 대안도 연구하고 있다.
캡슐 하부에서 압축공기를 분출, 캡슐을 띄우는 ‘공기 베어링(airbearing)’기술이다. 공장에서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며, 컴퓨터 하드드라이브의 금속디스크(Platter)에도 공기 베어링 기술이 쓰이고 있음을 감안하면 하이퍼루프 캡슐에의 적용도 이론상 충분히 타당해보인다. 1960년대 미 공군이 로켓 썰매에 공기 베어링 기술을 도입, 성공리에 테스트를 마치기도 했다.
그러나 모노레일을 달리는 로켓 썰매와 저압 터널 속을 이동하는 하이퍼루프는 전혀 다르다. LIM과 마찬가지로 공기 베어링도 거의 처음부터 새로 개발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공학적 난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튜브 속 공기를 100% 제거하지 않는 탓에 남아있는 공기로 인해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예컨대 만일 튜브와 캡슐의 직경이 거의 일치할 경우 캡슐은 앞으로 나아갈수록 엄청난 공기압에 맞서야 한다. 이런 현상을 ‘피스토닝(pistoning)’이라 한다. 1회용 주사기의 끝을 손가락으로 막고 피스톤을 밀면 실린더 내부의 공기가 압축되면서 어느 순간 피스톤이 더 이상 밀리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머스크는 두 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튜브의 직경을 캡슐의 직경보다 2배가량 크게 제작함으로써 내부공기의 흐름을 자유롭게 하는 방안, 그리고 캡슐 앞쪽에 대형 컴프레서를 배치시켜 전방의 공기를 흡입해 20 분의 1로 압축한 뒤 압축된 공기를 둘로 나눠 각각 캡슐 아래와 후방으로 분사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참고로 HT는 전자를 설계의 기본으로 삼았다.
이와 관련해 미 항공우주국(NASA) 글렌연구센터의 항공우주공학자들은 다소 다른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하이퍼루프의 콘셉트를 자체 분석해본 결과, 피스토닝 현상을 회피하려면 컴프레서의 탑재와는 상관없이 튜브의 직경을 캡슐의 직경 대비 4배로 키워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는 것이다. NASA는 이 결과가 하이퍼루프의 기술적 타당성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밝혔지만 튜브의 직경이 당초 예상보다 2배 더 커져야 한다면 건설비 폭등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흘려들 을 수만은 없는 문제임에 틀림없다.
밤브로건은 HT가 조속한 시험 트랙 건설에 혼신을 다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회의적 시각에 맞서 하이퍼루프의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시험 트랙에서의 시연에 성공한다면 회의론자 들의 주장이 힘을 잃을 테니 말이다.
HT를 나와 LA 중심부를 가로지르면 실리콘 비치가 나온다. 구글과 야후를 포함해 수백 개의 기술기업들이 이곳에 있다. 하지만 이런 회사들이 입주하기 전 실리콘 비치에는 지금은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업종의 사업가가 먼저 자리 잡고 있었다. 항공업계의 거물인 하워드 휴즈였다. 당시 그가 항공기 제작을 위해 건설했던 거대한 목제 격납고에는 이제 하이퍼루프의 시뮬레이터가 설치돼 있다.
흰색 조명등으로 둘러싸인 폭 2.4m의 이 장치는 마치 내세로 향하는 문처럼 보였다. 필자는 캡슐 안으로 들어가 시뮬레이터 설계자의 한 명인 마르타노박의 옆자리에 앉았다. “좋아요. 하이퍼루프를 경험할 준비가 되셨나요? ”짧게 고개를 끄덕이자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무드 음악이 흘러나왔다. “아직은 역이에요. 방금 문이 닫힌 겁니다. 이제 곧 가속에 돌입할 거예요.”
회의론자들은 하이퍼루프가 승객들의 멀미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언론매체에서는 ‘이 신개념 초 고속 운송시스템은 승객들의 비명으로 움직인다’고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멀미는 느껴지지 않았다. “최고속도에 도달하기까지 몇 분 정도 걸립니다. 단계적으로 가속하는 데다 선회 각도가 완만하기 때문에 탑승객은 속도감이나 소음을 거의 느낄 수 없어요.”
실제로도 시뮬레이터의 탑승감은 제트여객기와 유사했다. 소음은 그보다 훨씬 적었다. 그때 노박이 뒤를 돌아보면 다른 승객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개를 돌리니 필자의 좌석 뒤로 10여개의 좌석이 더 있었다.
하이퍼루프의 튜브는 밀폐형이라 외부 풍경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HT는 캡슐 내벽에 창문 대신 평면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디스플레이에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과 농지, 호수, 숲 등의 풍경이 차례로 나타났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니 고급 스파에서 시간여행을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노박의 설명에 의하면 캡슐의 인테리어는 승객들에게 편안함과 진정 효과를 줄 수 있도록 세심한 고려끝에 결정됐다. 세상에서 가장 큰 대포에서 발사되는 포탄 속에 앉아있는 듯한 불안감을 해소해주기 위함이다.
“첫 탑승 경험이 마음에 들었다면 다시 하이퍼루프를 찾겠죠. 하지만 불안에 떨었다면 다시는 타려하지 않을 겁니다. 승객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은 하이퍼루프의 성패와도 직결되는 것이에요.”
필자는 감탄스러운 마음으로 시뮬레이터를 나왔다. 그러나 교통 전문 블로거 앨론 레비같은 비평가들은 필자의 체험이 실체 없는 상징적인 것에 불과하다면서 하이퍼루프가 타당성이 낮고, 과도하게 많은 돈을 잡아먹는 신기루라고 폄하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머스크가 하이퍼루프를 주창한 숨은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머스크는 680억 달러 규모의 캘리포니아주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대해 반감을 숨기지 않고 있는데, 하이퍼루프라는 매력적 콘 셉트를 제시해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대한 재정지원을 약 화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사실 680억 달러짜리 고속철도와 60억 달러의 준(準)초음속 열차의 싸움이라면 납세자들의 마음은 하이퍼루프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머스크의 진심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이미 하이퍼루트 아이디어는 머스크 자신도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커져버렸다.
시뮬레이터를 체험했을 때 필자는 노박에게 진짜 캡슐을 탑승하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들것 같으냐고 물었다. 그녀는 이렇게 반문했다.
“퇴근 후 열차를 타고 30분이면 샌프란시스코의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어요.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필자는 노박의 안내를 받아 시뮬레이터가 위치한 격납고를 나와 바로 옆의 격납고로 들어갔다. 면적이 앞서 본 격납고보다 훨씬 넓은 약 3만㎡나 됐다. 지금은 적막과 어둠만이 드리워져 있지만 이곳은 하워드 휴즈가 전폭 98m의 초대형 수송선 ‘H-4 허큘리스’를 제작했던 장소였다.
이 수송선은 아직도 역대 최대의 항공기로 남아 있다. 하지만 1947년 단 한번, 그것도 1.5㎞ 정도의 거리만을 비행한 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엄청난 개발비가 투입됐지만 별 활약도 하지 못하고 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H-4는 하이퍼루프의 개발자들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할 더 없이 좋은 대상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
쳤다.
우리들은 종종 뭔가가 너무나 파격적이고, 대단하면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 프로젝트들이 무수히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그렇지만 성공 확 률이 다소 낮아 보인다고 시도조차 할 필요가 없는 걸까.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거의 모든 획기적 발전과 혁신은 신념과 열정을 무기로 불가능에 도전했던 사람들의 손에 의해 이뤄졌다.
시간 절약
샌프란시스코에서 LA로 여행을 떠날 예정인가? 하이퍼루프가 당신의 시간을 얼마나 아껴줄 수 있을지 알려준다.
하이퍼루프는 매우 빠르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려면 먼저 역으로 가야한다. 역에 도착해서도 캡슐에 탑승하기까지 최소한의 대기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부가적 요소로 인해 샌프란시스코와 LA를 30분 만에 이을 수는 없을 것이다하지만 다른 교통수단들은 가뿐히 누를 수 있다. 이를 확인하고자 샌프란시스코 미션 지역의 한 아파트에서 6명이 동시에 출발, LA의 하일랜드 파크에서 만나는 가상의 레이스를 펼쳐봤다. 물론 6명은 각각 자전거와 열차, 항공기, 자동차,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하이퍼루프 등 서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한다.
피스토닝 방지
하이퍼루프의 튜브 안에는 미미하나마 공기가 남아 있다. 캡슐이 이 공기를 튜브 앞으로 밀어내 압축되면 속도 저하가 야기된다. NASA의 엔지니어들은 이의 해결을 위해 아래의 두 방법을 동시 구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1. 원활한 공기흐름
머스크는 튜브의 직경이 캡슐 직경의 약 2배가 되면 튜브와 캡슐 사이의 틈새로 캡슐 앞쪽의 공기가 뒤쪽으로 원활히 빠져나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NASA는 직경 차이가 4배는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2. 흡입과 배출
컴프레서를 이용해 전방의 공기를 흡입, 캡슐 하단부와 후방으로 분산 배출한다. 다만 이때는 확산기(diffuser)를 통해 공기의 속도를 마하 0.6으로 낮춰야 한다. 이보다 빠른 속도를 원하면 캡슐과 확산기의 크기를 더 키워야 한다.
전제조건: 튜브의 직경은 하 이퍼루프 캡슐 직경의 4 배며, 최고속도는 시속 998㎞(마하 0.8)로 제한한다. 이렇게 하면 머스크의 발표보다 샌프란시스코- LA구간의 이동시간이 5분 늘어난다.
크라우드 소싱 (crowd sourcing)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에 다수의 일반 대중이 참여토록 하는 방식
LIM Linear Induction Mo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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