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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와 '측근'의 오묘한 상관관계

[FORTUNE’S EXPERT 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측근과 등을 지게 된다면 리더는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까? 추종하던 리더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측근은 불명예와 치욕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버림받은 측근보다 리더가 치러야 할 대가가 더 큰 경우도 많다.

리더 곁에는 측근(側近)이 있기 마련이다. 리더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며 때로는 리더를 대신하기도 한다. 측근은 리더의 가장 강력한 추종자이자 든든한 후원자다. 리더와 측근은 서로가 지원과 복종을 교환하며 운명을 함께하는 특수신용(idiosyncrasy credit) 관계를 유지한다. 그래서 좋은 측근과 함께하는 리더는 좋은 팔자를 타고났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만큼 좋은 측근을 만나는 것은 리더의 성공과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측근과 등을 지게 된다면 리더는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까? 추종하던 리더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측근은 불명예와 치욕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버림받은 측근보다 리더가 치러야 할 대가가 더 큰 경우도 많다. 만약 리더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않는 측근을 완벽하게 무력화시키는 데 실패한다면 가장 가까웠던 사람과 힘겨운 전쟁을 치러야 한다. 결국 측근은 만나는 것보다 헤어지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꼴 보기 싫은 측근이 있다 할지라도 그와의 이별을 고하기 전에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몇 가지 사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측근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누구보다 리더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측근이다. 리더의 모든 약점은 측근에게 늘 노출되어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리더는 측근에 대해 생각보다 아는 것이 별로없다. 알고 있다고 믿을 뿐이다. 측근을 필요로 하고 활용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종종 의심을 갖는다 할지라도 이에 집중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측근은 리더의 치명적이고 비밀스러운 약점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으며 증거도 갖고 있다. 단지 침묵하며 의도적으로 드러내지않을 뿐이다. 그래서 측근이 변심하면 리더가 먼저 불리해질 수 있다. 측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리더일수록 자기방어를 위한 증거를 평소에 잘 챙기기 어렵다. 따라서 버림받은 측근이 리더와의 아름다운 추억보다 배신감을 더 강하게 기억한다면 측근은 곧 위험한 존재로 변할 수 있다.

2. 측근은 리더의 도덕성 판단의 기준이 된다. 측근은 리더에게 가장 헌신적인 인물로 주변에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 측근이 갑자기 버림을 받으면 주변인들이 더 궁금해하고 약자가 된 측근의 입장에서 리더의 도덕성을 판단하려 할 것이다. 리더가 측근만 챙길 때에는 얄밉게생각하다가도 측근이 버림받으면 리더의 도덕성을 의심한다. 그것이 세상이다. 물론 리더는 종종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일벌백계(一罰百戒)’ 의 교훈을 주변인들에게 심어주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리더가 합당한 이유나 명분 없이 측근을 버린다면 리더의 냉정한 면이 가장 크게 부각되기 때문에 리더에 대한 공포감은 실제보다 커질 수 있다. 리더가 존경의 대상이 아닌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된다면 리더십은 이미 끝난 것이다.

3. 검증되지 않은 측근을 양산할 수 있다. 측근과 헤어지고 나면 리더 또한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를 절대 놓치지 않는 기회주의자는 얼마든지 있다. 검증이 되지 않은 새로운 측근이 손쉽게 리더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새로운 측근의 등장으로 리더의 허전한 마음은 위로를 받겠지만 새로운 측근이 어설프게 주인 행세를 한다면 리더는 오랫동안 또 다른 마음 고생을 해야 한다. 더욱이 새로운 측근은 예전 측근의 불행한 운명의 이야기를 듣거나 관찰했기 때문에 본인도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리더를 위한 일에 몰두하기보다는 자신을 위한 일에 더 집중할 것이다. 결국 리더만 손해를 보고 남 좋은 일만 하는 셈이 될 수 있다.

4. 고급 정보의 단절을 감수해야 한다. 측근의 고유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리더에게 고급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일이다. 그래서 측근은 리더의 가장 헌신적인 정보원이다. 측근은 심지어 자신이 욕을 먹더라도 리더에게 필요한 정보라면 서슴지 않고 수집하여 리더에게 전달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이자 능력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이러한 측근이 리더의 곁을 떠나게 되어 정보의 채널이 단절되거나 방해를 받게 되면 리더 또한 고립되고 만다. 고급 정보가 사라지고 산만하고 부정확한 정보만 난무하면 리더의 판단력이 가장 먼저 망가진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리더의 판단력은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 측근에게 의존했던 시간이 길었다면 정보의 목마름으로 리더가 고통 받는 시간은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다.

5. 원치 않는 경쟁자를 만들 수 있다. 만약 측근이 경쟁자로 돌변한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측근도 학습하고 성장한다. 측근이 리더 곁에서 학습한 경험과 암묵적으로 쌓아온 인맥(人脈)을 모두 합치면 때로는 리더보다 강한 힘을 갖기도 한다. 특히 인내심은 리더보다 더 뛰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머슴처럼 밑바닥부터 꼼꼼하게 챙겨온 측근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일지도 모른다. 또한 측근은 자기만의 측근을 자연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만약 리더가 측근과 이별하게 되면 잠재적 측근들과의 이별까지 감수해야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리더는 이들을 견제하며 적개심을 표출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낭비해야 한다. 만약 평소에 덕(德)이 부족했던 리더라면 그가 허비하는 에너지만큼의 민심(民心)은 고스란히 측근 쪽으로 전이될 수 있다. 보고 싶지 않은 측근이 조롱하듯 승승장구한다면 그 자체로 리더에게는 형벌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리더의 주변에 머물며 리더의 지쳐가는 모습을 관찰하며 때를 기다리는 측근이 있다면 더욱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6. 트라우마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믿었던 측근을 어떤 이유로든 잃고 나면 리더의 가슴에는 인간에 대한 불신이 가득 쌓인다. 측근의 상실은 리더에겐 하나의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더 이상 믿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가슴 깊이 각인된 상태에서 태연하게 구성원들을 이끌다 보면 의심 가득하고 고약한 리더로 전락할 수 있다. 또한 배신하는 측근을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는 트라우마는 구성원들을 진심(眞心)이 아닌 의심( 疑心)으로 통제하게 되어 결국 배신자는 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무수한 방관자를 만나야 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상과 같이 측근을 만나는 것보다 헤어지는 것이 더 어려운 이유에 대하여 생각해봤다. 물론 일반화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힘겨운 시절을 겪다 보면 노련한 리더라 할지라도 측근들과 갈등을 겪을 수 있다. 중요한 사실은 어려울수록 곁에 있는 사람들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들과 공감하며 그들의 마음을 먼저 살피는 세련된 리더십이 간절히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이 배신한다면 어떻게 혼내줄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측근이 초심을 잃고 리더의 곁을 떠나지 않도록 그들의 영혼을 사로잡을 수 있는 리더십의 지혜를 먼저 고민하고 배우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제구 교수는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겸 국민대학교 리더십과 코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리더십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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