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 티를 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실리콘밸리를 주름잡는 이 시대에, 57세의 댄 슐먼 Dan Schulman은 카우보이 부츠를 더 선호한다. 그는 통신사업이나 신용카드처럼 실리콘밸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업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리처드 브랜슨 Richard Branson과 체스를 두는 사이다. 노숙 청소년 자선단체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24시간 동안 뉴욕 거리에서 구걸을 하고 스케이트 보드장에서 잠을 잔 적도 있다. 슐먼은 페이팔의 신임 CEO로 기술 업계에선 이례적인 인물이다. 올 여름이 끝날 무렵 페이팔이 모회사 이베이에서 분사하면, 그는 업계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가담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지갑’의 미래를 두고 다투는 전면전이다.
페이팔은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전자결제업체 거물인 이 회사는 올 1분기 처음으로 매출에서 이베이를 앞섰다. 매출이 이전 분기 대비 14% 성장해 21억 달러를 기록했다. 페이팔이 독립된 기업이었다면 연 매출 80억 달러로 올해 포춘 500대 기업 리스트에서 353위에 이름을 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만만치 않다. 소비자 금융보호국(The 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은 페이팔이 ’나중에 청구하세요(Bill Me Later)‘라는 신용상품을 공격적으로 홍보한 것에 대해 2,5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려 하고 한다. 또, 페이팔은 기술 대기업인 구글이나 애플과도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슐먼은 새로운 사업 초기 단계의 초석을 닦는데 익숙한 인물이다. 그는 AT&T에서 초보 세일즈맨으로 1만 4,200달러를 받으며 시작했다. 이 무선통신사에서 18년간 근무하며 휴대폰이 널리 보급되는 과정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그는 35세 이하의 젊은 층을 공략하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며 능력을 입증했다. 2001년 리처드 브랜슨은 슐먼에게 새로운 휴대폰 프로젝트를 이끌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값비싼 휴대폰을 살 여유가 없는 젊은이들을 위해 스프린트 Sprint와 합작으로 버진 모바일 Virgin Mobile을 구상했다. 2002년 사업을 시작한 버진 모바일 USA는 스프린트가 2009년 버진을 4억 8,3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미국 내 10위권 통신사로 부상했다.
슐먼은 이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젊은 고객층과 기존 은행에 접근이 어려운 고객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슐먼은 이 고객층을 겨냥해 다수의 신규 상품 중 하나로 아멕스 블루버드 AmEx Bluebird라는 선불 현금카드 상품을 내놓았다. 블루버드는 이베이 CEO 존 도너호 John Donahoe의 눈길을 끌었다. 작년 도너호는 캘리포니아에서 뉴저지로 날아와 슐먼에게 페이팔의 CEO직을 제안했다. 슐먼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슐먼은 모바일 및 웹 상거래에서 사용될 독보적인 페이팔의 지불결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페이팔의 모바일 비즈니스는 매년 지불 이용률이 40% 증가하며 성장하고 있다. 페이팔의 송금 결제앱 벤모 Venmo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이용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분기 송금액만 13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거래의 90%가 모바일이 아닌 실제 결제로 이뤄지고 있어 페이팔은 고민하고 있다. 수 만 개에 달하는 점포들이 결제 수단에 페이팔을 통합해 사용하고 있지만, 모바일 간편 결제 시스템은 아직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슐먼에겐 큰 기회가 열려있지만, 압박도 심한 편이다. 그는 “기술이 돈 관리와 거래방식을 탈바꿈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페이팔이 변화를 선도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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