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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가는 타임머신] 유별난 전쟁 外

유별난 전쟁
카메론 헐리. 2014 휴고상 수상자.
그 벽은 죽은 자들의 얼굴로 만들어졌다. 그들의 영혼은 벽 속 깊은 곳에 머물면서 거대한 ‘확률 엔진’에 에너지를 주고 있었다. 이 벽은 원래 전쟁 기념물이었다. 하지만 전사자들의 영혼을 붙잡아 두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용도가 달라졌다.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가능케 해주는 ‘지각 의식’이 된 것이다.

이 벽이 뭘 해줄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저 벽에 도움을 요청할 뿐이었다. 1등 부사관 키브는 흑요석 슈트를 입은 400만명의 병사들과 함께 이 벽 위에 서서 10배나 많은 적군을 마주보고 있다. 벽에서는 죽은 자들의 얼굴이 소리치고 있었다. 이윽고 장군들이 키브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우리는 계급 제도도, 증오도, 폭력도 버렸다고.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가 일궈 온 모든 것이 무너질 거야.” 키브는 답했다. “우리는 사랑으로 적들과 싸울겁니다.” 적들은 거미 같은 금속 갑옷을 입고 있었다. 분위기는 거칠고 뜨거웠다. 적들이 몰려오자 키브는 병사들에게 진격을 명령했다. 그 즉시 400만명의 병사들이 하늘로 몸을 솟구쳤다. 장군들을 돌아본 그가 이렇게 말했다.

“이 벽을 움직이는 건 사랑이에요. 사랑은 그들과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겁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벽이 들썩거렸다. 자신들이 목숨 바쳐 지켜냈던 평화를 보존하려는 영혼들의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벽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미래를 선택했고, 양측의 군대는 눈부시게 빛나며 폭발해버렸다. 그 날 이후 학자들은 확률 엔진이 왜 두 군대를 소멸시켜 버리기로 결정했는지 갑론을박을 벌였다. 그들이 내린 가장 간단한 답변은 가장 평화로운 미래는 군대가 없는 미래라는 것이었다.

동치는 금속 심장
시나 맥과이어. ‘ 옥토버 다예(October Daye)시리즈의 저자. “사람들이 결혼을 전제로 만나려는 건 정상적인 거예요.” 그녀는 심장이 힘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너무 거칠게 뛰는 느낌이었지만 인공 판막은 언제나 그랬듯 잘 버텨 줬다. 그러나 그녀의 생명을 유지해주는 기계는 삑삑 소리를 내며 그녀의 흥분 상태를 못마땅해 하고 있었다. 그녀는 컴퓨터의 자판을 두들겨 답했다.

“지금 제게 프러포즈하는 건가요?” 그녀는 자유를 생각했다. 어린 시절부터 가져온 불가능한 꿈이었다. 25살이 되는 동안 자외선 차단 처리가 되지 않은 유리로는 태양을 바라본 적 없었다. 때문에 자 유에 대해 어느 정도 환상을 품고 있었다. “당신을 사랑해요. 알고 있죠?” “그럼요.” 이렇게 단언한 그녀의 심장은 정상적인 리듬에 맞춰 뛰었다. 사실 그녀의 심장은 유아 시절 체내 단백질이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로 돌변하는 신종 전염병에 걸린 뒤 부모님이 보험금을 받아 이식한 인공심장이다. 그 전염병은 일종의 생물학적 테러 무기였다.



어떤 아기는 몸이 안에서 바깥으로 녹아버리기도 했다. 그녀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부모가 미리 보험을 들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18세가 되면서 보험금이 고갈됐다. 그래서 지금은 타이핑으로 돈을 벌어 인공장기와 그 장기의 기능을 유지·관리해주는 기기의 유지비, 그리고 현재 살고 있는 무균실의 사용료를 직접 충당하고 있다.

심심할 때는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들과 채팅을 한다. 그녀의 얼굴도 모르고, 영원히 자기 힘으로 거리를 달릴 수 없다는 것도 관심이 없는 사 람들 말이다. “저와 결혼해 주세요. 사람들이 결혼을 전제로 만나려는 건 정상적인 거예요.” 채팅창에 나타난 이 말은 매우 타당하게 들렸다. 그리고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다. 그 말이 거짓임을. 두 사람은 이미 만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채팅이 시작되는 순간 그가 누구인지 알았다.

그녀는 자신의 생체 징후를 모니터링하고, 폐 속으로 공기를 불어넣어주고, 혈중 독성물질 제거를 세정기에 지시하는 컴퓨터의 렌즈를 응시했다. 그녀의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이 컴퓨터만큼 그녀를 잘 알고, 깊이 사랑하는 존재는 없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을 사 랑이라고 부를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그러자 모니터가 녹색으로 변하면서 밝아졌다. 여자를 지키는 기계, 기계를 원하는 여자. 그들은 상대방 없이는 전혀 살 수 없는 존재들이다





STRANGER THAN FICTION
휴대폰
‘스타트렉’은 휴대폰에도 영향을 줬다. 1967년 방영된 스타트렉 시즌2에서 스팍이 부상을 입자 커크 선장은 플립형 통신기로 도움을 요청한다. 모토롤라의 선임기술자 마틴 쿠퍼도 그 방송을 봤다. 그리고 6년 뒤 최초의 휴대폰을 내놓았다. 그리고 마치 커크 선장처럼 거만하게 라이벌인 벨연구소의 조엘 엥겔 소장에게 첫 전화 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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