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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이장무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위원장

"창조경제 호과 극대화하려면 세상 바꿀 와해적 기술 내놔야"


우리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분야 최고 컨트롤타워는 어디일까.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이하 국과심)가 바로 그곳이다. 국과심은 국가 과학기술 정책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각 부처별 과학기술 분야 주요 계획을 심의·의결한다. 아울러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의 투자계획 수립과 예산 배분·조정도 한다. 또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성과를 평가하고 그 활용을 촉진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인 창조경제 달성을 위한 과학기술 분야 최고 의사결정 기구이기도 하다. 국과심은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장이 공동위원장으로서 이끌고 있다. 이장무 국과심 민간위원장을 만나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선정한 ‘과학기술 대표 성과 70선’의 의의와 함께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지난 8월 11일 오전 서울대학교 관악 캠퍼스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를 찾았다. 312동과 313동의 두 개 건물로 이뤄진 이 연구소에 이장무 국과심 위원장의 연구실이 자리하고 있다. 이장무 위원장은 2006~2010년 서울대 총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서울대 명예교수다.

연구소 앞 마당에서는 차체의 뼈대만 겨우 갖춘 연구용 차량 두세 대가 주행 시험을 하고 있었다. 자동차를 연구하는 학생들이 만든 차량들이었다. 풋풋한 얼굴의 젊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차량의 성능에 대해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머지않아 자동차 공학 전문가가 되거나 자동차 산업의 역군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광복 이후 70년은 기적의 역사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거듭난 한국을 향해 지구촌은 감탄사를 연발해왔다. 그러나 기적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합심해 이룩한 땀과 눈물, 노력의 산물이다. 그중에서도 불철주야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매달린 산학연(産學硏) 종사자들의 헌신적 노력은 눈부신 경제발전의 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장무 위원장의 말이다. “대한민국의 놀라운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과학기술과 산업화에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과학기술자와 산업계의 창의적 기술개발 노력과 함께 일찍이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려 수출에 힘쓴 것이 비약적인 경제발전의 기적을 이끌어냈죠. 아울러 과학기술 발전에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컸습니다. 우리 정부는 과학기술 육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뛰어난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국민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예산을 지원해왔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죠.”

이장무 위원장은 1945년생, 이른바 ‘해방둥이’다. 특히 해방둥이는 격동의 현대사를 오롯이 겪어낸 세대이기도하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더욱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가 해방되기 3개월 전에 태어났습니다. 갓난아이 때 광복을 맞이한 세대죠. 다섯 살 때 6·25동란이 일어났어요. 저는 인천에서 어머니, 동생과 함께 배를 타고 피난길에 올랐죠. 당시 저희 가친께서는 외국 유학 중이셨어요. 그래서 세 모자가 외가에 있다가 인천항에서 군함을 타고, 어떻게 탔는지는 모르겠는데, 그 배가 탄약을 수송하는 배였어요. 탄약가루가 묻었기 때문인지 주먹밥을 먹는데 쓴맛이 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부산과 마산에서 피난생활을 하다가 국민학교(초등학교) 4학년 되던 해에 서울로 다시 올라왔죠. 그 후에는 4· 19혁명, 5· 16군사정변 등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모두 목도하고 겪었죠. 저는 6·25동란 직후 1인당 GDP 66달러로 세계 최빈국의 하나였던 대한민국이 불과 7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GDP 기준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역사를 경험한 세대라는 점에서 특별히 감회가 깊습니다.”



● ‘해방둥이’ 학자의 특별한 광복 70주년
정부는 1962년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행하면서 국민경제 발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특히 1960년대에는 정부의 과학기술 육성 정책이 점차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1966년)과 과학기술처(1967년) 설립이 큰 분수령이었다. KIST는 설립 초기 산업계 기술 지원과 선진기술 추격 연구가 주된 역할이었다. 또 과학기술처는 독립적인 정부 부처로서 과학기술 진흥 업무를 총괄했다.

이장무 위원장은 말한다. “돌이켜보면 한국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것은 정부가 일찍이 KIST와 과학기술처를 만들어 정부 주도형 기술개발을 본격화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KIST와 과학기술처는 과학기술 진흥의 신호탄이었죠. 특히 1970년대 들어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수준이 크게 발전하는 변곡점을 맞이합니다. 정부가 선정한 ‘ 광복 70년 과학기술 대표 성과 70선’ 에도 포함된 바 있는 국내 최초의 고유모델 국산차 포니, 초대형 유조선, 경부고속도로가 모두 70년대에 탄생한 것들입니다. 70년대가 중화학공업이 중심이었다면, 80년대는 전기·전자·통신산업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갔습니다. 여기에 정부가 올인하고 민간이 가세하면서 전기·전자·통신산업이 완전히 개화하게 된 거죠. 주목할 것은 우리가 기술의 시대적 흐름을 잘 파악해 대응했다는 점입니다. 또한 일찌감치 시선을 세계로 돌려 해외 수출 중심 전략을 폈던 것도 주효했습니다. 이 두 가지가 맞아떨어지면서 기술개발과 경제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었던 겁니다.”

정부는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가 경제발전을 이끈 과학기술의 역할을 조명하기 위해 ‘광복 70년 과학기술 대표 성과 70선’을 선정한 바 있다. 이장무 위원장은 이 프로젝트를 주관한 위원회(과학기술 대표성과 선정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위원회는 국가 경제발전 기여도를 중심으로 70선의 과학기술을 선정했다. 시대별로는 1980년대(17개)와 2000년대(19개)가 과학기술 대표 성과를 많이 배출했다.


Q: 과학기술 대표 성과 70선은 각각의 기술이 개발된 시대에 우리 사회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기술이었을 텐데요. 70선의 과학기술 중에서도 사회적, 경제적 파급효과가 특별히 컸던 항목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70년의 비약적인 발전 역사 속에서 몇몇 기술만 꼽기는 어렵겠죠. 과학기술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합니다. 다만 파급효과 면에서 크게 기여한 기술을 몇 가지 꼽을 수는 있습니다. 먼저 우리나라 마이카 시대를 연 국산자동차 포니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포니 개발은 한국이 오늘날 5대 자동차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게 한 디딤돌이었죠. 또 전 국토를 일일생활권으로 연결해 산업 발전이 굉장히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해준 경부고속도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에 오른 게 조선산업인데, 그런 점에서 초대형 유조선 개발도 매우 중요한 성과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인 메모리 반도체도 빼 놓을 수 없죠. 정보화 시대에 모든 전자기기가 메모리 없이는 안되지 않습니까.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가 고유가 시대를 잘 버텨온 것은 원자력 발전 덕이 큽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 표준형 원전 설계기술 개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또 한국형 고속열차 개발, 고해상도 TV 기술 등도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 ‘과학기술 70선’ 덕에 한국 경제 발전
Q: 우리나라는 이른바 ‘재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을 통해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뤄냈습니다. 이번에 과학기술 대표 성과 70선으로 선정된 항목 중 상당수는 선진국이 이미 보유하고 있던 기술을 뒤늦게 개발한 것인데요.
70선 중에서 선진국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독창성과 독보성을 가졌던 것으로 평가할 만한 기술이 있는지요. “유행성 출혈열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그 진단과 예방을 가능케 한 한탄바이러스 백신, 우리나라를 이동통신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상용화, 새로운 제철 기술인 파이넥스(FINEX) 공법 개발, 한국 표준형 원전 개발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장무 위원장은 기계공학자이다. 세부 전공은 동역학 (動力學, Dynamics)이다. 동역학은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과 물체의 운동과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기계공학에서는 주로 기계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분야라고 할 수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자동차에 관련된 동역학을 많이 연구했다고 한다. 자동차 승차감 향상, 자동차 변속기, 하이브리드카 등이 그의 주된 연구 분야였다. 이 위원장은 과학기술 대표 성과 70선에 선정된 한국형 고속열차 연구개발 프로젝트의 총괄운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 자신이 한국 대표 과학기술의 발전에 일조했던 셈이다.

그는 서울대 총장 재임 시절(2006~2010년)의 에피소드를 한 가지 들려줬다. 당시 서울대는 외국 유수 대학과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펼쳤다. 그 무렵 이장무 당시 서울대 총장은 영국 맨체스터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맨체스터대는 연구개발 역량이 높기로 유명한 대학이다.

그때 맨체스터대 총장은 자못 진지한 얼굴로 이장무 위원장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저는 역사학자인데, 참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하나 있습니다. 한국은 도대체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엄청난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뤘습니까. 그 이유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이장무 위원장은 말한다. “그때 맨체스터대 총장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죠.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자기 희생을 하면서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바쳤다. 한국의 부모들이 훌륭한 인재들을 많이 길러내는 역할을 한 것이다. 또 한국 정부가 과학기술 발전에 사활을 걸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때 이야기해주지 못한게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일찍부터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렸던 글로벌라이제이션 (Globalization)이죠. 요컨대 교육, 과학기술, 세계화가 삼박자를 이루면서 한국의 기적을 낳았던 거죠.”


Q: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는 정부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은데요. 특히 정부 출연 연구기관( 정부가 출연금으로 사업비와 운영비를 지원하는 연구기관)들이 기초과학이나 응용과학 분야에서 연구개발의 선봉장 역할을 많이 했죠.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경제개발 초기에는 국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 예산이 대부분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후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면서 자체적인 연구개발 예산을 많이 투입하게 됩니다. 금년 기준으로 보면 정부 연구개발 예산의 3배가량 되는 자금이 민간 부문에서 연구개발에 투자되고 있습니다(2015년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총액은 약 18조9000억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시스템은 3개의 축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국가적인 중장기 연구를, 산업계는 당면 현안에 대한 단기적 연구를, 학계는 아주 장기적인 기초 연구를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하고 있죠. 앞으로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국공립 연구기관이 중장기 연구의 중심 역할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을 ‘기술 혁신형 기업’으로 변화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 정부 출연연, 중소기업 혁신 돕기로
Q: 2000년대 초반부터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과학기술인들의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합당한 처우를 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우리나라 과학기술 저변도 얇아질 수밖에 없겠죠. 국과심 위원장으로서 과학기술 인력 양성과 처우에 관해 평소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외환위기 때 기업들이 연구개발 인력을 많이 해고했습니다. 그런 분위기가 젊은 이들이 이공계보다는 의대, 법대 등을 선호하게 만들면서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해졌죠. 외환위기가 이공계 기피 현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독일에서도 이공계 기피 현상이 일어난 적이있어요. 독일 통일 후 동독 지역의 과학기술자, 엔지니어들이 많이 밀려오면서 인력 공급과잉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면서 이공계 출신들이 취업난을 겪게 됩니다. 자연히 독일도 이공계 기피 현상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했죠. 하지만 독일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과학기술자들의 취업난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해소됩니다. 오히려 엔지니어들이 부족해 외국인 우수 인력을 받아들일 정도가 됐죠. 지금은 독일에서 이공계 기피 현상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우리나라도 산업과 경제가 활성화되면 과학기술 인력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결국에는 자연히 이공계 기피 현상이 해소되리라 봅니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이공계 인력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육성할 필요가 있어요. 오늘날 과학기술자는 단지 어느 한 나라에서만 통용되는 게 아니라 세계 어디서든, 어느 기업이든 채용하고 싶은 인재가 돼야 합니다. 이른바 ‘모바일 탤런트(Mobile Talent)’를 갖춰야 한다는 겁니다. 모바일 폰처럼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인재가 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세계 어디서든 통용되는 재능과 자질을 가진 인재가 되려면 자신만의 깊이 있는 전공 능력뿐 아니라 융합시대에 걸맞게 주변 기술에 대한 이해도 깊어야 합니다. 동시에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에도 능통해야 합니다. 외국의 어느 대학은 토목공학 전공자에게 반드시 외국어를 2개 이상 배우도록 하는 규정을 둔 곳이 있습니다. 토목공사는 외국에 가서 수주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중동이나 남미에 가서 수주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해당 외국어를 잘하는 게 훨씬 유리하겠죠. 우리나라가 중국 같은 나라와 경쟁하려면 이공계 인력을 ‘소수정예’, ‘일당백’으로 만들어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장무 위원장은 2013년 말부터 카이스트(KAIST) 이사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카이스트는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기초 및 첨단과학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기술 특수대학이다. 수많은 과학기술 인재를 배출해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 향상과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재의 요람으로 명성이 높다. 이 위원장은 카이스트 이사장으로서도 ‘모바일 탤런트’ 양성을 늘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말한다. “제가 카이스트 이사회에서 특별하게 주문하는 것이 있습니다. ‘카이스트는 국가가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세운 대학이다.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대학이니 사명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기여라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고 말이죠. 아울러 카이스트가 과학기술 중심 대학이기에 학생들이 자칫 과학기술 지식에만 치중하게 될 수 있는데, 인문·사회 분야 소양을 기르는 데도 관심을 두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카이스트 학생들에게 단순히 실력만 좋은 일등 인재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품 인재’가 되라고 늘 강조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한국 경제의 체질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목표가 ‘ 창조경제’ 구현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추격형· 모방형 경제모델로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제 경제가 성숙단계에 접어들면서 저성장이 굳어지고 있는 터라 새로운 경제성장 엔진이 절실한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는 그 해법으로 선도형·혁신형 경제모델인 창조경제의 깃발을 높이 치켜들었다. 창조경제는 창의성을 핵심가치로 삼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경제를 의미한다.



● R&D의 전 주기적 관리로 성과 창출
Q: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임기 5년 안에 창조경제를 완성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창조경제를 이룰 수 있는 문화나 풍토가 조성되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현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은 어느 정도 진척이 이뤄졌는지요.

“과학기술 연구개발이라는 것은 정권과 무관하게 장기적 목표를 갖고 이뤄내야 합니다. 단기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초 연구를 강화해 세계를 리드해나갈 수 있는 원천기술을 많이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동시에 실용화 성과를 많이 이뤄내 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줘야 합니다. 다시 말해 원천기술 개발과 실용화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하는 겁니다. 현 정부는 과학기술이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초 연구-응용 연구-실용화 연구-세계 시장 진출’에 이르기까지 연구개발을 전 주기적으로 관리해나가고 있습니다. 즉 연구개발 초기부터 실용화와 세계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거죠. 이것은 창조경제 정책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울러 정부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부처간 칸막이를 허물어 범 정부적인 정책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국과심이 바로 그 중심에 있죠.

특히 여태까지는 한 개 부처가 주관하는 연구개발 과제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여러 부처가 공동 주관하는 과제들을 많이 내놓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큰기술’ 을 개발하려면 범 부처적인 협력이 중요합니다. 지금은 모든 기술이 분야를 뛰어넘어 융합하는 시대 아닙니까. 자잘한 기술 가지고는 임팩트가 없습니다. 창조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큰 기술,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이른바 ‘와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 시장을 완전히 재편하는 혁신적 기술)’이라고 합니다. 국과심은 연구자들이 정부 연구과제에 응모할 때 도전적인 과제를 내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 과제가 와해적 기술에 해당하면 설령 연구개발에 실패하더라도 용인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킨 것처럼, 큰 기술을 개발하려면 모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과학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급속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3D프린팅,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 무인기 등 세상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과학기술이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기는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과학기술 변화의 주도권을 잡느냐 마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미래가 결정될 수도 있다. 앞으로 10년 뒤, 광복 80주년에는 과연 한국 과학기술의 좌표가 어디쯤 설정돼 있을까.


이장무 위원장은…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공대 학장과 서울대 총장을 역임했다. 또 한국정밀공학회 회장, 대한기계학회 회장,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회장등을 두루 거쳤다. 2010년부터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기후변화센터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연구를 하는 한편 기후변화 리더십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위원장과 카이스트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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