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롯데 사태 후 잠실 ‘롯데 타운’에 가봤더니…불매운동 우려 불구 고객들로 ‘활기’


경영권을 둘러싼 롯데가(家) 분쟁이 국민의 불신과 ‘반(反) 롯데 정서’라는 역풍을 맞고 있다. ‘막장 드라마’라는 국민적 지탄 속에 일부 소비자들과 소상공인들은 ‘롯데 불매운동’까지 외치고 있다. 롯데가 맞닥뜨린 창립 이후 최대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춘코리아가 롯데그룹 유통 관련 계열사들의 영업 현장을 취재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지난 8월 11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앞. 이곳에선 또 다른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시민단체 활빈단이 롯데 불매운동 국민 동참 촉구 시위를 벌였다. 활빈단은 “서울(소공동, 잠실), 부산(서면, 해운대)에서 롯데 불매운동에 나설 것”이라며 “롯데제품 일체 불매운동으로 쓴맛을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다음날인 12일. 롯데에게 또 다시 당혹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소상공인연합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슈퍼와 롯데마트 불매운동 및 롯데카드 거부 계획안을 발표한 것이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골목상권에 피해를 주는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퇴출 될 때까지 불매운동을 벌이고 롯데카드 거부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역설했다. 형제간 후계 다툼이 불매운동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도 이번 경영권 다툼을 놓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엄청나게 공을들인 ‘제2 롯데월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제2 롯데월드엔 롯데 유통 계열사가 모두 모여있다. 기자는 길 건너 기존 롯데월드와 함께 ‘롯데 타운’을 이루고 있는 이곳을 직접 둘러보기로 했다.



롯데 불매운동 효과? 글쎄
8월 13일 오후 3시께 찾아간 잠실 롯데월드와 제2 롯데월드에선 바깥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동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먼저 둘러본 잠실 롯데마트는 매장 입구부터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함께 왁자지껄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평일 오후임에도 장을 보러 온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마트 안쪽 정육 코너에선 직원이 마이크로 할인행사 소식을 알리고 있었다. 손님들이 웅성웅성 몰려들었다. 맞은 편에선 한 맥주회사가 진행하는 시음행사를 열리고 있었다. 파견 나온 업체 직원은 “여름 휴가철이다 보니 맥주 소비가 부쩍 늘었다”며 “할인행사도 자주 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낱개가 아닌 4개들이 단위로 집어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잠실 롯데백화점 지하 식품부 역시 분위기는 비슷했다. 장을 보는 주부들과 푸드코트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쇼핑 중인 고객에게 롯데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걸 아느냐고 묻자 그는 “집이 근처라 원래부터 장을 보러 다녔던 곳”이라며 “가깝고 편한데 굳이 불매운동에 동참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은 롯데 불매운동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주부 입장에선 생필품을 살 때 가깝고 싸고 물건 많은 곳을 찾게 되어있다. 불매운동한다고 거기에 휩쓸릴 주부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잠실 롯데월드에서 지하통로로 연결된 제2 롯데월드몰로 발걸음을 옮겼다. 넓은 지하 통로에 인파가 넘쳐났다. 지하철역과 연결된 곳이어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제2 롯데월드몰로 들어가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31일 문을 연 제2 롯데월드몰은 개장 당시 하루 평균 방문객이 1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수족관과 영화관이 안전점검 문제로 영업이 정지되면서 지난 4월에는 방문객이 6만 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번 줄어든 방문객은 재개장에 들어간 5월에도 좀처럼 늘어나지 못하다가 그나마 메르스 사태로 발길이 뚝 끊겨 버렸다. 그러던 차에 롯데가 지난 7월 1일 제2 롯데월드몰 주차예약제를 폐지했다. 사전에 주차를 예약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지자 롯데월드몰을 찾은 고객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을 보인 8월 들어선 방문객이 더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직접 둘러본 제2 롯데월드몰 곳곳에는 꽤 많은 고객들이 눈에 띄었다. 식당가와 쇼핑몰 매장에는 인파로 제법 북적였다. 제2 롯데월드몰 한식당 직원은 “지난 5월 시네마와 아쿠아리움이 재개장했을 때보다도 훨씬 상황이 좋다”며 “여유 있게 쇼핑을 즐기는 손님들의 모습이 점점 더 많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평일이었지만 극장가와 수족관에도 가족 동반 손님들이 줄을 선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한 주부는 “아이랑 처음으로 제2 롯데월드몰에 왔다”며 “아쿠아리움 시설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 이번 주말에 남편과 함께 다시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제2 롯데월드몰 내 롯데마트)과 쇼핑몰도 활기가 넘쳤다. 롯데 관계자는 예전에는 잠실점에 고객이 몰렸지만 주차예약제가 폐지되자 월드타워점으로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어제와 비교했을 때 10% 이상 손님이 늘어난 것 같다”며 “쇼핑몰도 지난달 세일행사가 열려 평소보다 20% 정도 매출이 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인 8월 15일 제2 롯데월드몰을 찾은 방문객은 평소보다 1만 명 가량 증가한 것으로 롯데 측은 추산했다.



영업 손실 없고 주가도 반등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롯데그룹의 대표적인 유통 계열사들의 매출 실적은 경영권 분쟁 이전에 비해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10일까지 매출신장률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4.2%와 2.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 관계자는 “원래 8월은 휴가 시즌이고 불볕더위 등으로 7월보다 매출이 위축되는 시기”라며 “그룹의 경영권 분쟁 사태 때문에 매출에 영향을 받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휴가용품과 여름 의류 등의 판매가 증가했고 정부의 내수 살리기에 동참해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롯데 관계자는 “지난달 늦은 장마 이후 무더위가 지속되고 8월에 휴가를 떠난 사람들로 인해 매출이 신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메르스 여파가 아직 남아 있어 중국인 관광객 매출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지만, 휴가철 해외여행을 떠나는 내국인 비중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텔롯데의 경우도 8월 들어 지난 10일까지 숙박 예약률이 7월에 비해 10% 가량 증가했다.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 역시 선방하고 있다.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지난 7월 27일 이후, 롯데계열사 주가는 반 롯데 정서와 불매운동이 경영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등락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8월 11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하자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도 일제히 급등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승리하면서 롯데그룹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 81개 가운데 상장회사는 8개다. 이 중 롯데그룹 순환출자고리 해소의 핵심인 롯데쇼핑 주가는 신 회장이 대국민 사과 발표를 한 이후 오르기 시작해 장중 한때 22만8,000원까지 치솟았다가 22만3,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롯데쇼핑 주가는 8월 10일 20만3,5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이었다.

롯데제과 주가 역시 신동빈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뒤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8월 11일 롯데제과 주가도 전날보다 9.27% 오른 19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제과는 경영권 분쟁 여파로 지난 6일 3개월 최저가인 174만7,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손해보험 주가도 전일보다 각각 3.11%, 2.24%, 2.39% 올랐다.

김기영 SK증권 연구원은 “롯데그룹의 일부 계열사는 높은 자산가치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저평가돼 왔다”며 “앞으로 경영권 분쟁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비상장사가 적극적으로 상장할 경우 기존 상장종목들도 기업가치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은 불매운동에 따른 영업 손실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럼에도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지금 당장은 매출에 영향이 없지만 소비자단체 등이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에 계속 나서고 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불매운동 메시지도 번지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를 바라보는 여론과 주변의 반응 또한 여전히 호의적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