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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케미칼이 우즈베키스탄 사막의 모래 폭풍을 견디며 지은 대규모 가스화학단지가 준공됐다. 우리나라 석유화학 기업이 중앙아시아에 처음으로 구축한 화학 공장이다. 값싸고 풍부한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중동, 미국 경쟁사들에도 뒤지지 않는 가격경쟁력이 강점이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1월부터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가스화학단지의 상업생산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6년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정상이 전략적 협력을 약속한 지 딱 10년 만이다. 절반씩 지분을 가진 우즈베키스탄 석유가스공사와 한국 컨소시엄(한국가스공사·롯데케미칼·GS E&R)은 이 사업에 총 4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롯데케미칼은 수르길 가스전에서 생산한 메탄 가스를 원료로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의 화학 제품을 만들게 된다. PE와 PP는 식품포장재, 전기전자나 자동차소재, 건설자재 등에 폭넓게 쓰이는 화학 소재다. 시험 생산을 거쳐 내년 1월부터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러시아, 북아프리카 등으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우즈베키스탄에 97㎡의 대규모 가스화학단지를 세우는 사업은 쉽지 않았다. 공산주의 국가 시절의 문화가 남은 탓에 협상 진전이 더뎠고, 사막의 기후와 모래바람을 버텨야 했다. 하지만 양국 정부의 꾸준한 접촉과 한국가스공사·롯데케미칼 등으로 구성된 민관 협력 모델이 협상의 동력이 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두 차례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총리 등과 만나며 협력을 당부한 것도 힘이 됐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사업을 통해 중앙아시아 최초의 대규모 화학공장을 지은 기업이 됐다. 한국 기업이 중앙아시아에 생산 기지를 구축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허수영 사장은 "롯데케미칼로서도 해외에 이 같은 대규모 공장을 짓기는 처음"이라면서 "에탄 가스로 화학 제품을 만드는 중동, 미국 경쟁사들에 뒤지지 않는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롯데케미칼은 수르길 화학단지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가스 기반의 합작 사업을 추진 중이다. 허 사장은 "12월 매국 액시올 사와 최종 결정을 내리고 루이지애나 주에 27만평 규모의 공장을 세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이처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신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합성고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도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허 사장은 "국내외에서 총 8조원 규모의 신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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