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해외투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해외투자를 한다고 해도 대부분 환헤지를 한다. 최근 신흥국의 통화가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해외통화를 보유하는 게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자자는 일부 자산을 달러 등 선진국 통화로 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통화를 분산하면 구매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원화 가치가 절하되면 구매력이 떨어진다. 수입품의 가격이 비싸지고 국내 소비자 물가도 오르게 돼 같은 원화로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이 줄어드는 것이다. 또 개인도 해외송금, 해외여행, 해외 직접 구매 등 대외거래가 많아지면서 과거와 달리 환율 변화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다. 앞으로 투자자가 받을 소득은 원화로 돼 있다. 보유 자산도 대부분 원화다. 원화가 강세가 되면 좋겠지만 약세가 되면 구매력이 감소한다. 이럴 때 자산의 일정 부분을 해외통화로 갖고 있으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원화가 강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 한국이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탓에 상대적으로 통화 강세 압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최근 엔화 등 다른 통화에 대한 원화의 강세 현상도 해외통화의 보유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달러당 엔화 가치가 지난 2007년 123엔에서 4년 만에 76엔까지 강세가 되면서 해외투자를 했던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이 곤혹을 치른 경험을 국내 투자자도 기억하고 있다.
다만 경상수지 흑자가 된다고 통화가 무조건 강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1990년대 중반에 환율이 1995년 80엔에서 3년 동안 145엔까지 올랐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엔화가 강세를 보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과 유럽의 경제가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외환보유액과 맞먹는 규모의 외국인 주식투자금이 들어와 있다. 이들 자금의 유출입이 환율에 큰 영향을 준다. 자금의 유출입 규모는 기업의 경쟁력과 거시경제 여건에 좌우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처한 상황이 만만치 않다. 중국과 일본에서 경쟁 기업이 급부상하고 있고 세계에서 제일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현상도 극복해야 한다.
개인의 구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원화의 장기적 약세 움직임에 대비해 통화를 분산해야 할 때다. 정부가 내년부터 해외주식 투자에 대해서도 3,000만원까지 자본차익과 환차익에 10년간 과세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자산뿐만 아니라 통화도 분산시킬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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