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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저 말고도 잘하실 분이 많습니다." 지난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선 출마를 시사함에 따라 그동안 숨을 죽이고 있던 여의도와 세종시가 다시 들썩거리고 있다.
정치권과 세종시 관가에서 최 경제부총리의 후임자로 거론되는 인사는 5~8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중복 거론되는 인사는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안종범 경제수석 등이다. 이들의 이름은 최 경제부총리의 정계 복귀설이 모락모락 나오던 9월 초부터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현 수석은 경북 예천 출신으로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거친 전형적인 경제통이다.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와 KDI 원장을 거친 이력도 눈길을 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다 1월 정책조정수석에 발탁됐다. 집권 후기 경제 분야를 이끌 가장 무난한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김 원장은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부총리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KDI에서 한 우물을 파며 쌓은 성과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이 그를 자천타천 후보로 거론되게 하고 있다. 김 원장의 부친인 김정렴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무려 9년3개월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최장수 비서실장으로 유명하다. 현재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회 회장이다. 박 대통령이 학자 출신을 선호하지만 현오석 초대 부총리가 KDI 원장 출신이라는 게 부담이다.
임 위원장은 현 정부의 주축인 대구·경북, 부산·경남이 아닌 전남 보성 출신에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무총리실장까지 맡았음에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유의 친화력과 업무 추진력에다 관료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게 강점으로 꼽힌다. 대학 선배인 최 경제부총리는 든든한 우군이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까지 나서 "성과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질타하는 등 금융 개혁에 발목이 잡혀 다소 힘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경제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 받는 안종범 경제수석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다만 현기환 정무수석과 함께 청와대를 지킬 '순장 조'로 평가되는데다 출마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이력이나 능력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인물로 평가되지만 대통령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낙점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는 관측이다. 박 대통령의 가정교사로 불렸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역시 마찬가지다. 정통 관료 군으로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김동연(전 국무조정실장) 아주대 총장, 기재부 2차관을 지낸 이석준 미래부 차관 등이 꼽힌다. 일각에서는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의 깜짝 발탁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부총리급으로는 다소 무리라는 지적이다. 현직 관료 군은 연말 개각 때 다른 부처 장관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국정 후반기를 무난하게 이끌어갈 관리형이면서도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인물 중 선택할 것"이라며 "이번에는 정치인보다는 기존 인사 스타일대로 (수첩에 있는) 학자나 연구원 출신을 낙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세종=김정곤기자, 임세원기자 mckid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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