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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파격할인… 새 '블프 모델' 제시

■ 롯데百 나흘간 출장세일 성료

1년 전 겨울상품 대거 풀어 타지 원거리 고객 속속 발길

하루 방문객 20만명 북새통… 효율성 높은 출장판매행사

제조업체도 비용절감 효과… 향후 정례모델 자리잡을 듯

롯데백화점, 블랙프라이데이 오픈1
18일까지 나흘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롯데백화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장에서 고객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운 채 쇼핑에 나서고 있다. /일산=이호재기자

"롯데백화점에서 큰 행사를 하는 모양인지 다른 때보다 상당히 막히네요." '롯데판 블랙프라이데이'의 주말 현장을 보기 위해 서울-일산간 통행에 주로 이용되는 한 콜택시에 오른 지난 17일. 택시 기사는 "우회도로를 활용해도 평소 주말보다 더 정체된다"며 "최근들어 이번처럼 막힌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일산 쪽으로 향할수록 행사를 고지하는 입간판과 현수막이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행사장 근처인 킨텍스 IC에 다다르자 '정체가 심하니 한 블록 건너 이산포IC를 이용하라'는 안내문까지 보였다. 행사장이 포함된 제2전시장에서 영업 중인 한 요식업체 직원은 "가족 단위 방문이 많아서인지 비슷한 규모의 다른 행사보다 내점 고객이 훨씬 많다"며 "종일 손님이 줄이어 아르바이트생을 늘렸다"고 말했다.

정부 주도의 유통업체 할인행사인 약 2주간의 블랙프라이데이가 막 내린 지난 15일. 롯데백화점은 일산 킨텍스 내에 대형 전시장을 빌려 18일까지 나흘간 올 들어 세 번째인 대형 '출장 세일'을 열었다. 준비된 물량은 500억원, 참여 브랜드는 360개로 단일관 출장 판매 역사상 최고 규모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지난해 겨울에 출시했던 1년 전 상품을 주력으로 내세워 할인율을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겨울 재고가 본격적으로 풀리자 평균 가격은 백화점에서 열렸던 지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보다 10~30%포인트 더 내려갔다. 실제 모피 머플러 8만원, 겨울 부츠 14만원, 겨울 오리털 점퍼·남성 정장 18만원 내외 등 준비된 상품의 평균 할인율은 약 50% 수준.

특히 이번 행사는 '파격 할인'이 연출되는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의 한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여부로 주목 받았다. 국내 유통업계는 유통업체 대신 제조업체가 재고 부담을 지는 구조여서 유통업체가 다음 시즌 상품 매입을 위해 본 시즌 제품을 제때 모두 팔아치워야 할 이유가 없는 등 외국 블랙프라이데이처럼 할인율이 커지기 힘들다. 이런 유통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80% 내외의 파격 할인은 동일 품질을 기준으로 할 때 '재고 떨어내기' 행사에서나 가능하다. 백화점 본 매장은 제철 신상품 판매에 주력해야 하는 만큼 외부 대형공간을 빌리는 '출장 백화점'이 파격가 할인을 펼칠 최적의 기회가 된다.

롯데는 롯데아웃렛 서울역점의 규모와 맞먹는 1만3,000㎡(약 4,000평)의 대형 행사장에서 18일까지 4일간 약 100억원 어치의 상품을 판매했다고 잠정 추산했다. 기온이 떨어져야만 겨울 제품이 판매되는 업계 특성에도 '월동 상품'을 테마로 내세운데다 앞서 2주간 백화점 세일이 실시된 상황이었지만 같은 기간 전체 매출 신장률을 5% 포인트 가량 끌어올리는 등 상당한 '선수요'를 입증했다고 업체는 설명했다.



고객들도 미리 살 품목을 정하고 멀리에서 방문하는 '목적성 고객'이 다수였다. 매장 중 가장 한가한 행사장이 '백화점의 중심'이라 할 영패션·여성패션 등 여성 의류 매장이었을 정도로 가전·거위털 이불·남성 및 아동 외투 등 꼭 사야 할 품목을 정하고 '월동 준비'에 나선 가족 고객이 특히 많았다.

업체가 추산한 17일 하루 방문객 수는 약 20만 명. 고양시 전체 인구의 약 5분의 1에 해당해 '외지인'들의 장거리 방문 없이는 나오기 힘든 규모다. 실제 지난 7월 행사에서도 신도시 밖 15㎞ 이상의 원거리 고객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지역을 뛰어넘는 파급 효과를 보여준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추워져야 겨울 물건이 팔리는 일반 백화점과는 달리 월동 제품을 사전에 구입하는 차별화된 수요를 보여줬다"며 "제조업체의 선호도도 높아 메르스 등으로 등장했던 대형 출장 행사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모델로 보편화될 수 있을 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일산=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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