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문간 시너지 부족하고 조직재편 작업 등 느린 진행
실적 약세 이어질 가능성 커 거버넌스·CSR위원회 출범
내년 경영계획 마련 착수 등 주주권익 확대 정책은 순항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게 될 삼성물산이 20일로 통합 출범한 지 50일째를 맞는다. 삼성물산은 회사 합병에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대응해 "오는 2020년까지 매출 60조원을 올리겠다"며 주주들의 찬성을 이끌어냈다. 이사회 의장을 맡은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역시 "회사 경영의 최우선 목표는 주주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최근 내년도 경영계획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경영계획안에는 2020년까지 연도별 실적 목표와 실행 플랜이 담길 예정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연말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와 더불어 삼성물산의 기업 가치 제고 움직임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에 따른 단기 성과는 미흡=삼성물산은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 수익 확대를 위한 다양한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 측면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실적 측면에서는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합병 전 옛 제일모직을 기준으로 한 3·4분기 영업이익이 500억원 안팎을 기록해 전년 대비 10%가량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옛 삼성물산(건설·상사부문)은 3·4분기 1,200억~1,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같은 기간 30%가 넘는 낙폭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건설·상사·패션·리조트건설로 이뤄진 삼성물산의 4개 사업부를 따로 떼어놓고 보면 성장 모멘텀이 크지 않다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물산 실적은 올 4·4분기 이후 내년부터 본격적인 개선세를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업부문 간 시너지 효과도 아직은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회사 합병을 추진하면서 "패션부문이 상사부문의 글로벌 영업망을 활용하는 식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사업부문들이 뿔뿔이 흩어진다는 사옥 이전설(說)이 나오는가 하면 조직 재편 작업도 아직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회사 출범 직후 재무 기능 등을 한데 묶은 전사조직을 출범시켰지만 아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복사업 통폐합은 물론 구매 기능 등을 한데로 모을 필요가 있어 이 같은 방향의 조직 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연말 사장단 인사가 나오면 이후 조직 개편안도 공식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조직 슬림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연초 희망퇴직을 실시해 400여명의 직원을 내보낸 데 이어 이달 초 2차 인력조정에 돌입했다. 미리 중복 인력을 솎아내 조직 재편에 부담감을 줄이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주주 권익 확대는 순항=삼성물산이 출범 과정에서 주주들과 약속한 주주권익 확대 작업은 순항하고 있다. 회사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목표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거버넌스위원회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위원회를 이달 초 각각 출범했다. 먼저 거버넌스위원회는 장달중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와 이종욱 국민행복기금 이사장,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등 사외이사 3명과 외부 전문가 3명이 정책 결정 전반의 투명성 등을 검토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CSR위원회는 김봉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과 권재철 한국고용복지센터 이사장, 전성빈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이현수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등이 이끌 예정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삼성물산의 실험 결과에 따라 향후 주주권익 향상과 투명경영 강화 움직임이 전 대기업들로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일범기자 squiz@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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